# 위대한 마법사 오즈 라이먼 프랭크 바움 이 책을 나의 좋은 벗이자 동지인 아내에게 바칩니다. 라이먼 프랭크 바움 ## 들어가며 아주 먼 옛날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와 전설, 신화와 동화는 오랜 세월 내내 아이들 곁을 따라다녔어요. 건강한 아이라면 누구나 신기하고 놀랍고, 딱 보아도 진짜가 아닌 이야기를 마음껏 좋아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림 형제와 안데르센이 그려 낸 날개 달린 요정들은, 사람이 지어낸 그 어떤 것보다도 아이들의 마음에 큰 행복을 안겨 주었답니다. 하지만 여러 세대에 걸쳐 제 몫을 다해 온 옛날 동화들은, 이제 어린이 책꽂이에서 "옛것"으로 분류해도 좋을 때가 되었어요. 새로운 "신기한 이야기"들이 나올 때가 온 것이지요. 그런 이야기에서는 늘 똑같은 모습으로만 나오던 요술 램프의 정령이나 난쟁이, 요정이 사라집니다. 이야기마다 무서운 교훈을 새겨 주려고 작가들이 집어넣었던, 소름 끼치고 끔찍한 장면들도 함께 사라지고요. 요즘은 학교에서도 바르게 사는 법을 가르쳐요. 그래서 오늘날의 아이들은 신기한 이야기에서 오직 즐거움만을 찾고, 마음 불편해지는 장면 따위는 기꺼이 없어도 좋다고 여긴답니다. 그런 생각을 품고서, "위대한 마법사 오즈" 이야기는 오직 오늘날의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 주려는 마음으로 썼어요. 이 이야기는 새로운 시대의 동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놀라움과 기쁨은 그대로 남기고, 가슴 아픈 일과 악몽 같은 장면은 덜어 낸 동화 말이에요. 라이먼 프랭크 바움, 시카고에서, 1900년 4월. ## 제1장 회오리바람 도로시는 넓디넓은 캔자스 대초원 한가운데에서 살았어요. 농부인 헨리 아저씨, 그리고 농부의 아내인 엠 아주머니와 함께였지요. 두 사람의 집은 아주 작았어요. 집을 지을 나무를 아주 먼 곳에서 마차로 실어 와야 했으니까요. 벽 네 개와 바닥 하나, 지붕 하나가 전부라 방도 하나뿐이었어요. 그 방 안에는 녹슬어 보이는 요리용 화덕과 그릇을 넣어 두는 찬장, 탁자 하나, 의자 서너 개, 그리고 침대들이 있었답니다. 한쪽 구석에는 헨리 아저씨와 엠 아주머니가 쓰는 큰 침대가, 다른 쪽 구석에는 도로시가 쓰는 작은 침대가 놓여 있었어요. 다락은 아예 없었고, 지하실도 없었어요. 다만 땅에 판 작은 구덩이가 하나 있었는데, 회오리바람 대피 구덩이라고 불렀지요. 앞을 가로막는 건물이라면 무엇이든 부숴 버릴 만큼 무시무시한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때, 온 가족이 들어가 몸을 숨기는 곳이었어요. 방 한가운데 바닥에 난 뚜껑문을 열면 사다리가 있었고, 그 사다리를 타고 좁고 어두운 구덩이로 내려갈 수 있었답니다. 도로시가 문간에 서서 둘레를 둘러보면, 보이는 것이라고는 사방으로 펼쳐진 커다란 잿빛 대초원뿐이었어요. 나무 한 그루, 집 한 채 없이 납작한 땅이 어느 쪽으로나 하늘 끝까지 이어졌지요. 뜨거운 햇볕은 갈아 놓은 땅을 잿빛 덩어리로 구워 놓았고, 그 위로는 자잘한 금이 갈라져 있었어요. 풀조차 푸르지 않았어요. 햇볕이 긴 풀잎 끝을 태워 버려서, 어디를 봐도 똑같은 잿빛이었으니까요. 예전에는 집에도 페인트를 칠했었지만, 햇볕에 부풀어 터지고 빗물에 씻겨 나가 버렸어요. 그래서 이제는 집도 다른 모든 것처럼 칙칙한 잿빛이었답니다. 엠 아주머니가 이곳에 처음 와서 살기 시작했을 때는 젊고 예쁜 새댁이었어요. 하지만 햇볕과 바람은 아주머니마저 바꾸어 놓았지요. 눈에서 반짝임을 앗아 가 차분한 잿빛으로 만들었고, 뺨과 입술에서 붉은빛을 앗아 가 그곳까지 잿빛으로 만들었어요. 아주머니는 마르고 야윈 몸으로, 이제는 좀처럼 웃지 않았답니다. 부모를 잃은 도로시가 처음 아주머니에게 왔을 때, 아주머니는 아이의 웃음소리에 몹시 놀라곤 했어요. 도로시의 즐거운 목소리가 귀에 들릴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가슴에 손을 얹었지요. 지금도 아주머니는 저 어린 여자아이가 대체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신기해하며 바라보았답니다. 헨리 아저씨는 한 번도 웃는 법이 없었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일했고,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요. 긴 수염부터 투박한 장화까지 아저씨도 온통 잿빛이었어요. 늘 엄하고 근엄해 보였고, 말수도 아주 적었답니다. 도로시를 웃게 해 준 건 토토였어요. 도로시가 둘레의 모든 것처럼 잿빛이 되지 않도록 지켜 준 것도 토토였지요. 토토는 잿빛이 아니었어요. 길고 보드라운 검은 털을 가진 작은 강아지였답니다. 우스꽝스러운 조그만 코 양옆에서는 까맣고 작은 눈이 즐겁게 반짝였어요. 토토는 하루 종일 뛰어놀았고, 도로시도 함께 놀았어요. 도로시는 토토를 무척 사랑했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놀지 않았어요. 헨리 아저씨는 문간 계단에 앉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하늘은 여느 때보다 훨씬 더 잿빛이었지요. 도로시는 토토를 품에 안고 문가에 서서 함께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엠 아주머니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답니다. 저 멀리 북쪽에서 바람이 나지막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헨리 아저씨와 도로시는 다가오는 폭풍 앞에서 긴 풀들이 물결처럼 눕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그때 남쪽에서도 날카로운 휘파람 같은 소리가 났어요. 그쪽으로 눈을 돌리자, 그 방향에서도 풀밭이 잔물결을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답니다. 갑자기 헨리 아저씨가 벌떡 일어섰어요. "회오리바람이 오고 있어, 엠." 아저씨가 아내를 향해 소리쳤어요. "나는 가축들을 살펴보고 올게." 그러고는 소와 말을 넣어 둔 헛간 쪽으로 달려갔어요. 엠 아주머니는 하던 일을 놓고 문가로 나왔어요. 한 번 흘긋 보는 것만으로도 위험이 코앞에 닥쳤다는 걸 알 수 있었지요. "얼른, 도로시!" 아주머니가 비명을 질렀어요. "구덩이로 뛰어 들어가!" 토토는 도로시의 품에서 폴짝 뛰어내려 침대 밑으로 숨어 버렸고, 도로시는 토토를 잡으러 갔어요. 잔뜩 겁에 질린 엠 아주머니는 바닥의 뚜껑문을 벌컥 열고, 사다리를 타고 좁고 어두운 구덩이로 내려갔어요. 도로시는 마침내 토토를 붙잡고 아주머니를 따라가려 했지요. 그런데 방을 반쯤 가로질렀을 때, 바람이 무섭게 비명을 질렀어요. 집이 어찌나 심하게 흔들렸는지, 도로시는 발을 헛디뎌 그만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답니다.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집이 두세 바퀴 빙글빙글 돌더니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어요. 도로시는 마치 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았답니다. 북쪽 바람과 남쪽 바람이 바로 그 집이 서 있는 자리에서 만나는 바람에, 집은 회오리바람의 한복판이 되었어요. 회오리바람 한가운데는 보통 공기가 잔잔하답니다. 하지만 집 사방에서 밀어 대는 바람의 힘이 어찌나 센지, 집은 점점 더 높이 떠올라 마침내 회오리바람의 꼭대기까지 올라갔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문 채, 여러분이 깃털 하나를 들고 가듯 아주 가볍게 멀리멀리 실려 갔답니다. 사방은 몹시 어두웠고 바람은 둘레에서 무섭게 울부짖었어요. 그래도 도로시는 자기가 꽤 편안하게 실려 가고 있다는 걸 알았지요. 처음 몇 바퀴 빙글빙글 돌 때와 집이 한 번 크게 기우뚱했을 때만 빼면, 마치 요람에 누운 아기처럼 부드럽게 흔들리는 기분이었답니다. 토토는 이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이쪽저쪽 방 안을 뛰어다니며 큰 소리로 짖어 댔지요. 하지만 도로시는 바닥에 가만히 앉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며 기다렸어요. 한번은 토토가 열린 뚜껑문에 너무 가까이 갔다가 그만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처음에 도로시는 토토를 잃어버린 줄 알았지요. 그런데 곧 구멍 위로 토토의 귀 한쪽이 삐죽 솟아 있는 게 보였어요. 아래에서 밀어 올리는 공기의 힘이 어찌나 센지, 토토가 떨어지지 않고 떠 있었던 거예요. 도로시는 구멍까지 기어가 토토의 귀를 붙잡고 방 안으로 끌어당겼어요. 그러고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뚜껑문을 꼭 닫았답니다. 몇 시간이 지나고 또 몇 시간이 지나면서, 도로시도 차츰 무서움이 가라앉았어요. 하지만 몹시 외로웠고, 바람이 사방에서 어찌나 크게 울부짖는지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었지요. 처음에는 집이 다시 떨어지면 몸이 산산조각 나는 건 아닐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도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자, 도로시는 걱정을 그만두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차분히 기다려 보기로 마음먹었지요. 마침내 도로시는 흔들리는 바닥을 기어 침대로 갔고, 그 위에 누웠어요. 토토도 따라와 곁에 나란히 누웠답니다. 집이 흔들리고 바람이 울부짖었지만, 도로시는 곧 눈을 감고 새근새근 깊은 잠에 빠져들었어요. ## 제2장 먼치킨 사람들과의 회의 도로시는 쿵 하는 충격에 잠에서 깨어났어요. 어찌나 갑작스럽고 세던지,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있지 않았다면 다쳤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어찌나 세게 흔들렸는지 도로시는 숨이 턱 막혔고,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궁금했지요. 토토는 차가운 코를 도로시 얼굴에 들이대며 구슬프게 낑낑거렸어요. 도로시는 일어나 앉아서, 집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어둡지도 않았어요. 창문으로 환한 햇빛이 들어와 작은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거든요. 도로시는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렸어요. 그러고는 토토를 졸졸 뒤에 달고 달려가 문을 활짝 열었답니다. 어린 소녀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어요. 그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지요.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에 도로시의 눈은 점점 더 커졌답니다. 회오리바람은 집을 아주 부드럽게, 회오리바람치고는 아주 부드럽게 내려놓았어요. 그곳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라 한가운데였답니다. 사방에 푸른 잔디밭이 예쁘게 펼쳐져 있었고, 늠름한 나무들에는 탐스럽고 달콤한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어요. 어디를 보아도 화려한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 있었고, 보기 드물게 고운 깃털을 가진 새들이 나무와 덤불 사이에서 노래하며 팔랑팔랑 날아다녔어요. 조금 떨어진 곳에는 작은 시냇물이 흘렀어요. 초록빛 둑 사이로 반짝이며 콸콸 흘러가는 그 물소리는, 메마르고 잿빛인 대초원에서 오래 살아온 어린 소녀에게 참으로 반가운 소리였답니다. 도로시가 낯설고 아름다운 풍경을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고 서 있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어요. 여태껏 본 적 없는 아주 이상한 사람들이었지요. 도로시가 늘 보아 온 어른들만큼 크지는 않았어요. 그렇다고 아주 작지도 않았고요. 사실 키는 도로시만 해 보였어요. 도로시는 또래보다 잘 자란 아이였는데도 말이에요. 그런데 얼굴만 보면 그 사람들은 도로시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였답니다. 세 사람은 남자였고 한 사람은 여자였는데, 모두 옷차림이 특이했어요. 다들 둥근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모자 끝이 머리 위로 한 뼘쯤 뾰족하게 솟아 있었어요. 모자챙에는 작은 방울들이 달려 있어서, 움직일 때마다 딸랑딸랑 고운 소리가 났지요. 남자들의 모자는 파란색이었어요. 작은 여자의 모자는 흰색이었고, 어깨에서부터 주름이 잡혀 흘러내리는 흰 드레스를 입고 있었어요. 그 옷 위에는 작은 별들이 촘촘히 뿌려져 있어서, 햇빛을 받으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였답니다. 남자들은 모자와 똑같은 파란색 옷을 입고, 윗부분이 파랗게 두툼히 접힌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장화를 신고 있었어요. 도로시가 보기에 남자들은 헨리 아저씨쯤 되는 나이 같았어요. 그중 둘은 수염을 기르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작은 여자는 훨씬 나이가 많은 게 분명했어요.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고, 머리는 거의 하얗게 셌으며, 걸음걸이도 좀 뻣뻣했으니까요. 이 사람들은 도로시가 문간에 서 있는 집 가까이 다가오더니, 걸음을 멈추고 자기들끼리 소곤거렸어요. 더 가까이 오기가 무서운 모양이었어요. 하지만 작고 나이 든 여자는 도로시에게 곧장 걸어와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가장 고귀하신 마법사님, 먼치킨 사람들의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동쪽 나쁜 마녀를 물리쳐 주시고, 저희를 종살이에서 풀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도로시는 이 말을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들었어요. 자기를 마법사라고 부르고, 동쪽 나쁜 마녀를 죽였다고 하다니, 이 작은 여자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도로시는 아무것도 모르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어린 여자아이였어요. 회오리바람에 실려 집에서 아주아주 먼 곳까지 날아왔을 뿐이었지요. 게다가 태어나서 한 번도 무언가를 죽여 본 적이 없었답니다. 하지만 작은 여자는 대답을 기다리는 게 분명했어요. 그래서 도로시는 머뭇거리며 말했어요. "친절하게 말씀해 주셔서 고맙지만, 뭔가 잘못 아신 것 같아요. 저는 아무것도 죽이지 않았어요." "어쨌든 아가씨의 집이 그랬답니다." 작고 나이 든 여자가 웃으며 대답했어요. "그러니 같은 거지요. 보세요!" 여자는 집 모퉁이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어요. "저기 마녀의 두 발이 아직도 나무토막 밑에 삐죽 나와 있잖아요." 도로시는 그쪽을 보고 놀라서 짧게 비명을 질렀어요. 정말로 집을 받치고 있는 커다란 들보 모퉁이 바로 밑에 두 발이 삐죽 나와 있었어요. 그 발에는 코가 뾰족한 은구두가 신겨 있었지요. "어머, 어떡해! 어떡해!" 도로시가 두 손을 맞잡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외쳤어요. "우리 집이 저 사람 위로 떨어진 게 분명해요. 우리 이제 어떡하죠?" "어쩔 도리가 없답니다." 작은 여자가 차분하게 말했어요.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예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아까 말했듯이 동쪽 나쁜 마녀랍니다." 작은 여자가 대답했어요. "저 마녀는 오랜 세월 먼치킨 사람들을 종으로 붙잡아 두고, 밤낮없이 부려 먹었어요. 이제 모두 풀려났으니, 다들 아가씨에게 고마워하고 있지요." "먼치킨 사람들이 누구예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나쁜 마녀가 다스리던 이 동쪽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랍니다." "할머니도 먼치킨이세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아니에요. 나는 북쪽 나라에 살지만 먼치킨 사람들의 친구랍니다. 동쪽 마녀가 죽은 걸 보고 먼치킨 사람들이 발 빠른 심부름꾼을 보냈고, 나는 곧바로 달려왔지요. 나는 북쪽 마녀랍니다." "어머나!" 도로시가 소리쳤어요. "정말 마녀세요?" "그럼요." 작은 여자가 대답했어요. "하지만 나는 착한 마녀예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답니다. 여기를 다스리던 나쁜 마녀만큼 힘이 세지는 않아요. 힘이 셌다면 내가 직접 사람들을 풀어 주었을 테니까요." "저는 마녀는 다 나쁜 줄 알았어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진짜 마녀를 마주하고 있으려니 살짝 겁이 났거든요. "아니, 그건 아주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오즈의 나라 전체에 마녀는 넷뿐이었는데, 그중 둘, 그러니까 북쪽과 남쪽에 사는 마녀는 착한 마녀랍니다. 내가 그중 하나이니 이건 틀림없는 이야기지요. 동쪽과 서쪽에 사는 마녀는 정말로 나쁜 마녀였어요. 그런데 아가씨가 그중 하나를 없앴으니, 이제 오즈의 나라에 나쁜 마녀는 딱 하나 남았어요. 바로 서쪽에 사는 마녀랍니다." "그렇지만…" 도로시가 잠깐 생각하다 말했어요. "엠 아주머니는 마녀들이 아주아주 오래전에 다 죽었다고 하셨는데요." "엠 아주머니가 누구지요?" 작고 나이 든 여자가 물었어요. "제가 살던 캔자스에 계신 아주머니예요." 북쪽 마녀는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본 채 한참 생각하는 듯했어요. 그러다 고개를 들고 말했어요. "캔자스가 어디인지 나는 모르겠어요. 그런 나라 이름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한 가지만 말해 주겠어요? 그곳은 문명이 발달한 나라인가요?" "네, 그럼요."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그러면 그래서 그런 거예요. 문명이 발달한 나라에는 마녀도 마법사도, 요술사도 마술사도 남아 있지 않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오즈의 나라는 한 번도 문명이 발달한 적이 없답니다. 우리는 바깥세상과 뚝 떨어져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아직 마녀와 마법사가 있는 거예요." "마법사는 누구예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오즈님이 바로 위대한 마법사랍니다." 마녀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대답했어요.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힘이 세지요. 에메랄드 시티에 살고 있답니다." 도로시가 또 물어보려는데, 그때 조용히 곁에 서 있던 먼치킨 사람들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집 모퉁이를 가리켰어요. 나쁜 마녀가 누워 있던 자리였지요. "무슨 일이지요?" 작고 나이 든 여자가 묻고는 그쪽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어요. 죽은 마녀의 발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은구두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거든요. "저 마녀는 워낙 나이가 많았답니다." 북쪽 마녀가 설명했어요. "그래서 햇볕에 금세 바싹 말라 버린 거예요. 저것으로 끝이지요. 그리고 저 은구두는 이제 아가씨 것이니, 아가씨가 신으면 된답니다." 마녀는 몸을 굽혀 구두를 집어 들었어요. 그러고는 먼지를 툭툭 털어 내어 도로시에게 건네주었지요. "동쪽 마녀는 저 은구두를 아주 자랑스러워했어요." 먼치킨 사람 하나가 말했어요. "저 구두에는 무슨 마법이 걸려 있답니다. 그게 뭔지는 우리도 끝내 알지 못했지만요." 도로시는 구두를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 탁자 위에 놓았어요. 그러고는 다시 밖으로 나와 먼치킨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저는 아주머니와 아저씨에게 얼른 돌아가고 싶어요. 두 분이 저를 걱정하실 게 분명하거든요. 돌아가는 길을 찾도록 도와주시겠어요?" 먼치킨 사람들과 마녀는 먼저 서로를 바라보고, 그다음 도로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어요. "여기서 멀지 않은 동쪽에는" 한 사람이 말했어요. "커다란 사막이 있어요. 그 사막을 건너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남쪽도 마찬가지랍니다." 다른 사람이 말했어요. "내가 직접 가서 두 눈으로 보았거든요. 남쪽은 쿼들링 사람들의 나라예요." "내가 듣기로는" 세 번째 남자가 말했어요. "서쪽도 똑같다고 해요. 게다가 윙키 사람들이 사는 그 나라는 서쪽 나쁜 마녀가 다스리는데, 그쪽으로 지나가면 아가씨를 종으로 삼아 버릴 거예요." "북쪽은 내가 사는 곳이에요." 나이 든 여자가 말했어요. "그리고 그 끝에도 이 오즈의 나라를 빙 둘러싼 커다란 사막이 있답니다. 아무래도 아가씨는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에 도로시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어요. 낯선 사람들 틈에 혼자 남은 것 같아 외로웠거든요. 도로시의 눈물에 마음 착한 먼치킨 사람들도 슬퍼졌는지, 곧바로 손수건을 꺼내 함께 울기 시작했어요. 작고 나이 든 여자는 모자를 벗어 뾰족한 끝을 코끝에 올려 균형을 잡더니, 엄숙한 목소리로 "하나, 둘, 셋" 하고 세었어요. 그러자 모자가 곧바로 석판으로 변했고, 그 위에는 하얀 분필로 큼직하게 이런 글씨가 적혀 있었답니다. "도로시를 에메랄드 시티로 보내라" 작고 나이 든 여자는 코에서 석판을 내려 거기 적힌 글씨를 읽고는 물었어요. "아가씨 이름이 도로시인가요?" "네." 아이가 고개를 들고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어요. "그렇다면 에메랄드 시티로 가야 해요. 어쩌면 오즈가 도와줄지도 모르니까요." "그 도시가 어디에 있는데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이 나라 한가운데에 딱 있답니다. 아까 말한 위대한 마법사 오즈가 다스리는 곳이지요." "그분은 좋은 사람인가요?" 아이가 걱정스레 물었어요. "좋은 마법사예요. 사람인지 아닌지는 나도 알 수 없어요.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거기에 어떻게 가면 되나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걸어가야 해요. 아주 먼 길이랍니다. 지나가는 곳이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어둡고 무섭기도 하지요. 그래도 내가 아는 마법을 모두 써서 아가씨가 다치지 않게 지켜 줄게요." "저랑 같이 가 주시면 안 돼요?" 아이가 애원했어요. 도로시는 어느새 이 작고 나이 든 여자를 하나뿐인 친구처럼 여기고 있었거든요. "아니요, 그건 안 된답니다." 여자가 대답했어요. "대신 입맞춤을 해 줄게요. 북쪽 마녀의 입맞춤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감히 해치지 못하니까요." 여자는 도로시에게 다가와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어요. 입술이 닿은 자리에는 동그랗게 빛나는 자국이 남았는데, 도로시는 조금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에메랄드 시티로 가는 길은 노란 벽돌로 깔려 있어요." 마녀가 말했어요. "그러니 길을 잃을 일은 없을 거예요. 오즈에게 가거든 무서워하지 말고, 아가씨 이야기를 들려주며 도와 달라고 부탁하세요. 잘 가요, 아가씨." 먼치킨 남자 셋은 도로시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빌어 주었어요. 그러고는 나무들 사이로 걸어 나갔지요. 마녀는 도로시에게 다정하게 고개를 까딱해 보이더니, 왼쪽 발뒤꿈치로 제자리에서 세 바퀴 빙그르르 돌고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어요. 작은 토토는 깜짝 놀랐답니다. 마녀가 곁에 있을 때는 으르렁거리기조차 무서워하더니, 마녀가 사라지고 나자 그쪽을 향해 요란하게 짖어 댔어요. 하지만 도로시는 그 여자가 마녀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꼭 그런 식으로 사라지리라 예상하고 있었고, 조금도 놀라지 않았답니다. ## 제3장 도로시가 허수아비를 구한 이야기 도로시는 혼자 남게 되자 배가 고파졌어요. 그래서 찬장으로 가서 빵을 잘라 버터를 발랐지요. 토토에게도 조금 나누어 주었어요. 그러고는 선반에서 양동이를 꺼내 작은 시냇가로 내려가 맑고 반짝이는 물을 가득 채웠답니다. 토토는 나무 쪽으로 달려가서 거기 앉아 있는 새들을 보고 짖어 댔어요. 도로시가 토토를 데리러 갔다가 가지에 달린 아주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보았어요. 그래서 몇 개를 땄지요. 마침 아침 식사에 곁들이기에 딱 좋았거든요. 그런 다음 도로시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토토와 함께 차갑고 맑은 물을 실컷 마신 뒤, 에메랄드 시티로 떠날 채비를 시작했답니다. 도로시에게는 갈아입을 옷이 딱 한 벌밖에 없었어요. 마침 그 옷은 깨끗했고, 침대 옆 못에 걸려 있었지요. 하얀색과 파란색 체크무늬가 있는 무명옷이었어요. 여러 번 빨아서 파란색이 조금 바래긴 했지만, 그래도 참 예쁜 옷이었답니다. 도로시는 몸을 깨끗이 씻고 그 깨끗한 체크무늬 옷을 입었어요. 그리고 분홍색 햇빛 가리개 모자를 머리에 쓰고 끈을 묶었지요. 작은 바구니를 하나 챙겨 찬장에 있던 빵을 담고, 위에 하얀 천을 덮었어요. 그러고 나서 발을 내려다보다가, 신발이 얼마나 낡고 해졌는지 알아차렸답니다. "이 신발로는 먼 길을 도저히 못 가겠어, 토토." 도로시가 말했어요. 토토는 까맣고 작은 눈으로 도로시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꼬리를 흔들었어요. 무슨 말인지 안다는 뜻이었지요. 바로 그때 도로시는 탁자 위에 놓인 은구두를 보았어요. 동쪽 마녀가 신던 그 은구두 말이에요. "이 신발이 나한테 맞을까?" 도로시가 토토에게 말했어요. "먼 길을 걷기에는 딱 좋겠는데. 닳아 없어지지도 않을 테니까." 도로시는 낡은 가죽 신발을 벗고 은구두를 신어 보았어요. 마치 도로시를 위해 만든 것처럼 꼭 맞았답니다. 마지막으로 도로시는 바구니를 집어 들었어요. "가자, 토토." 도로시가 말했어요. "에메랄드 시티로 가서 위대한 오즈에게 캔자스로 돌아가는 방법을 물어보자." 도로시는 문을 닫고 잠근 다음, 열쇠를 옷 주머니에 조심스레 넣었어요. 그렇게 토토가 얌전히 뒤를 따라 총총 걷는 가운데, 도로시는 여행을 시작했답니다. 근처에는 길이 여러 갈래 있었어요. 하지만 노란 벽돌로 포장된 길을 찾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시는 에메랄드 시티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었어요. 은구두가 단단한 노란 길바닥에 부딪혀 딸랑딸랑 경쾌한 소리를 냈지요. 해는 밝게 빛나고 새들은 고운 소리로 노래했어요. 갑자기 고향에서 휩쓸려 나와 낯선 나라 한가운데 뚝 떨어진 어린 여자아이라면 얼마나 슬플까 싶겠지만, 도로시는 생각만큼 그렇게 슬프지 않았답니다. 걸어가면서 도로시는 둘레 풍경이 얼마나 예쁜지 보고 깜짝 놀랐어요. 길 양옆에는 곱게 파란색을 칠한 깔끔한 울타리가 서 있었어요. 그 너머에는 곡식과 채소가 잔뜩 자라는 밭이 펼쳐져 있었지요. 먼치킨 사람들은 농사를 아주 잘 지어서 곡식을 많이 거두는 게 분명했어요. 이따금 집 앞을 지날 때면 사람들이 나와서 도로시를 바라보고, 지나가는 도로시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어요. 도로시 덕분에 나쁜 마녀가 사라지고 자기들이 종살이에서 풀려났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거든요. 먼치킨 사람들의 집은 생김새가 참 신기했어요. 하나같이 둥글고, 지붕은 커다란 반달 모양이었지요. 모두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었어요. 이 동쪽 나라에서는 파란색이 가장 사랑받는 색이었으니까요. 저녁 무렵이 되자 도로시는 오래 걸어서 지쳤어요. 그래서 어디서 밤을 보내야 하나 걱정하기 시작했지요. 그때 다른 집들보다 조금 큰 집 한 채가 나타났어요. 집 앞 푸른 잔디밭에서는 많은 남자와 여자가 춤을 추고 있었어요. 키 작은 바이올린 연주자 다섯 명이 있는 힘껏 연주했고, 사람들은 웃으며 노래했지요. 옆에 놓인 커다란 탁자에는 맛있는 과일과 견과, 파이와 케이크, 그 밖에도 맛난 음식이 잔뜩 차려져 있었답니다. 사람들은 도로시를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저녁도 먹고 하룻밤 묵고 가라고 했지요. 이 집은 이 나라에서 손꼽히는 부자 먼치킨의 집이었어요. 나쁜 마녀의 종살이에서 풀려난 것을 축하하려고 친구들이 모여 있었던 거예요. 도로시는 저녁을 배불리 먹었어요. 부자 먼치킨이 직접 시중을 들어 주었는데, 그의 이름은 보크였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도로시는 긴 의자에 앉아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을 구경했어요. 보크는 도로시의 은구두를 보고 이렇게 말했어요. "아가씨는 틀림없이 대단한 마법사로군요." "왜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은구두를 신고 있고, 나쁜 마녀를 없앴으니까요. 게다가 옷에 흰색이 들어 있잖아요. 흰색 옷은 마녀와 마법사만 입는답니다." "제 옷은 파란색과 흰색 체크무늬예요." 도로시가 옷의 주름을 펴며 말했어요. "그 옷을 입어 주어서 고마워요." 보크가 말했어요. "파란색은 먼치킨의 색이고, 흰색은 마녀의 색이지요. 그러니 아가씨가 우리 편 마녀라는 걸 알 수 있답니다." 도로시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어요. 사람들이 모두 도로시를 마녀라고 여기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도로시는 자기가 그저 평범한 어린 여자아이일 뿐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어요. 회오리바람에 우연히 휩쓸려 낯선 나라에 오게 된 것뿐이었으니까요. 춤 구경에 싫증이 나자 보크는 도로시를 집 안으로 데려갔어요. 그러고는 예쁜 침대가 놓인 방을 내주었지요. 침대보는 파란 천으로 만들어져 있었어요. 도로시는 그 안에서 아침까지 푹 잤답니다. 토토는 옆에 깔린 파란 양탄자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잠들었고요. 도로시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아주 조그만 먼치킨 아기를 구경했어요. 아기는 토토와 놀면서 꼬리를 잡아당기고, 까르르 소리를 내며 웃었지요. 그 모습이 도로시는 무척 재미있었답니다. 토토는 사람들 모두에게 신기한 구경거리였어요. 다들 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에메랄드 시티까지는 얼마나 먼가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나도 모른답니다." 보크가 진지하게 대답했어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거든요. 오즈에게 볼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되도록 가까이 가지 않는 편이 좋아요. 어쨌든 에메랄드 시티까지는 길이 아주 멀어요. 여러 날이 걸릴 거예요. 이 근처는 땅이 기름지고 살기 좋지만, 여행이 끝나기 전에 거칠고 위험한 곳들을 지나야 할 거랍니다." 그 말에 도로시는 조금 걱정이 되었어요. 하지만 캔자스로 돌아가게 도와줄 수 있는 건 위대한 오즈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도로시는 용감하게 마음먹었어요. 절대 되돌아가지 않겠다고요. 도로시는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노란 벽돌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한참을 걷고 나니 좀 쉬어 가고 싶어졌지요. 그래서 길가 울타리 위로 올라가 앉았어요. 울타리 너머에는 커다란 옥수수밭이 펼쳐져 있었어요.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허수아비가 하나 서 있었지요. 잘 익은 옥수수에 새들이 못 오게 하려고 긴 장대에 높이 매달아 놓은 것이었답니다. 도로시는 손에 턱을 괴고 허수아비를 가만히 바라보았어요. 허수아비의 머리는 짚을 채워 넣은 작은 자루였어요. 거기에 눈과 코와 입을 그려서 얼굴처럼 만들어 놓았지요. 머리에는 어떤 먼치킨이 쓰던 낡고 뾰족한 파란 모자가 얹혀 있었어요. 몸통은 파란 옷 한 벌이었는데, 낡아서 색이 바랬고 역시 짚이 가득 채워져 있었어요. 발에는 목 부분이 파란 낡은 장화를 신고 있었지요. 이 나라 남자들이 다들 신는 그런 장화였어요. 등 뒤로 꽂아 넣은 장대 덕분에 허수아비는 옥수숫대보다 높이 솟아 있었답니다. 도로시가 허수아비의 이상야릇한 그림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놀랍게도 한쪽 눈이 천천히 윙크를 했어요. 처음에는 잘못 봤나 싶었지요. 캔자스의 허수아비들은 윙크 같은 건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곧 허수아비가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서 도로시는 울타리에서 내려와 허수아비에게 다가갔어요. 토토는 장대 둘레를 빙빙 돌며 짖어 댔지요. "안녕." 허수아비가 조금 쉰 목소리로 말했어요. "너 지금 말했니?" 도로시가 신기해하며 물었어요. "그럼."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잘 지내니?" "난 잘 지내, 고마워." 도로시가 예의 바르게 대답했어요. "너는 어때?" "난 별로 좋지 않아." 허수아비가 빙긋 웃으며 말했어요. "밤낮으로 여기 매달려서 까마귀를 쫓는 게 어찌나 따분한지 몰라." "내려올 수는 없어?" 도로시가 물었어요. "응, 등에 이 장대가 꽂혀 있거든. 네가 이 장대를 좀 빼 준다면 정말 고맙겠어." 도로시는 두 팔을 뻗어 허수아비를 장대에서 들어 올렸어요. 속에 짚이 채워져 있어서 아주 가벼웠거든요. "정말 고마워." 땅에 내려선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새로 태어난 기분이야." 도로시는 어리둥절했어요. 짚으로 채워진 사람이 말을 하는 것도 참 이상했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옆에서 함께 걷는 것도 신기했으니까요. "넌 누구니?" 허수아비가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더니 물었어요. "그리고 어디로 가는 길이야?" "내 이름은 도로시야." 도로시가 말했어요. "에메랄드 시티로 가는 길이야. 위대한 오즈에게 캔자스로 보내 달라고 부탁하려고." "에메랄드 시티가 어디 있는데?" 허수아비가 물었어요. "그리고 오즈는 누구야?" "어머, 몰라?" 도로시가 놀라서 되물었어요. "응, 정말 몰라. 난 아무것도 모른단다. 있잖아, 난 속이 짚으로 채워져 있어서 머리가 아예 없거든." 허수아비가 슬프게 대답했어요. "저런." 도로시가 말했어요. "정말 안됐구나." "혹시 말이야," 허수아비가 물었어요. "내가 너랑 같이 에메랄드 시티에 가면, 오즈가 나한테 머리를 줄까?" "그건 나도 모르겠어."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하지만 원한다면 나랑 같이 가도 좋아. 오즈가 머리를 안 준다고 해도, 지금보다 나빠질 건 없잖아." "그건 그래."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있잖아," 허수아비가 비밀을 털어놓듯 말을 이었어요. "다리랑 팔이랑 몸통에 짚이 들어 있는 건 괜찮아. 다칠 일이 없으니까. 누가 내 발을 밟든 핀으로 나를 찌르든 아무렇지도 않아. 하나도 느껴지지 않거든.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바보라고 부르는 건 싫어. 내 머리가 너처럼 생각할 줄 아는 머리 대신 짚으로만 채워져 있으면, 내가 무엇을 어떻게 알 수 있겠니?" "네 마음 알겠어." 어린 도로시가 말했어요. 도로시는 정말로 허수아비가 안쓰러웠거든요. "나랑 같이 가면, 오즈에게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 해 달라고 부탁할게." "고마워." 허수아비가 고마운 마음을 담아 대답했어요. 둘은 길로 돌아왔어요. 도로시는 허수아비가 울타리를 넘도록 도와주었지요. 그리고 둘은 에메랄드 시티를 향해 노란 벽돌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답니다. 토토는 처음에 새 친구가 생긴 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짚 속에 쥐 둥지라도 있는 게 아닌가 싶은 듯, 짚으로 채워진 사람 둘레를 킁킁 맡고 다녔지요. 그리고 허수아비를 향해 자주 으르렁거렸답니다. "토토는 신경 쓰지 마." 도로시가 새 친구에게 말했어요. "물지는 않아." "응, 난 무섭지 않아."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짚은 물어도 아프지 않으니까. 그 바구니는 내가 들어 줄게. 난 괜찮아. 지치는 법이 없거든. 비밀을 하나 알려 줄까." 허수아비는 걸으면서 말을 이었어요. "세상에서 내가 무서워하는 건 딱 하나뿐이야." "그게 뭔데?" 도로시가 물었어요. "너를 만든 먼치킨 농부?" "아니."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불붙은 성냥이야." ## 제4장 숲을 지나는 길 몇 시간이 지나자 길이 울퉁불퉁해지기 시작했어요. 걷기가 어찌나 힘든지 허수아비는 노란 벽돌에 자꾸 발이 걸려 넘어졌어요. 이곳 벽돌은 몹시 고르지 않았거든요. 어떤 데는 벽돌이 깨져 있거나 아예 빠져 있어서 구멍이 뻥 뚫려 있었어요. 토토는 그 구멍을 폴짝 뛰어넘었고, 도로시는 빙 돌아서 지나갔어요. 하지만 허수아비는 생각할 줄 아는 머리가 없어서 그냥 앞만 보고 걸었어요. 그러다 구멍에 발을 헛디뎌 딱딱한 벽돌 위로 길게 엎어지곤 했지요. 그래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 도로시가 허수아비를 붙들어 다시 일으켜 세워 주면, 허수아비도 자기가 넘어진 게 우스워서 도로시와 함께 깔깔 웃었답니다. 이곳 농장들은 지나온 곳들만큼 잘 가꾸어져 있지 않았어요. 집도 적고 과일나무도 적었어요. 그리고 갈수록 들판은 더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답니다. 점심때가 되자 둘은 작은 시냇가 길가에 앉았어요. 도로시는 바구니를 열고 빵을 꺼냈어요. 허수아비에게도 한 조각 건넸지만, 허수아비는 됐다고 했어요. "나는 배가 고픈 적이 없어."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배고프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내 입은 그냥 물감으로 그린 거거든. 먹으려고 입에 구멍을 내면 내 속에 채워진 짚이 다 쏟아져 나올 테고, 그러면 내 머리 모양이 망가지고 말 거야." 도로시는 그 말이 맞다는 걸 금방 알았어요. 그래서 고개만 끄덕이고 계속 빵을 먹었지요. "네 이야기랑 네가 살던 나라 이야기 좀 들려줘." 도로시가 밥을 다 먹자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그래서 도로시는 캔자스 이야기를 다 들려주었어요. 그곳은 모든 것이 얼마나 잿빛인지, 그리고 회오리바람이 자기를 어떻게 이 이상한 오즈의 나라까지 데려왔는지 말이에요. 허수아비는 귀 기울여 듣고 나서 말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를 떠나서, 왜 굳이 캔자스라는 그 메마르고 잿빛인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어." "그건 네가 생각할 줄 아는 머리가 없어서 그래."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우리 집이 아무리 쓸쓸하고 잿빛이어도, 살과 피로 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무리 아름다운 나라보다도 우리 집에서 살고 싶어 해. 세상에 우리 집만 한 곳은 없거든." 허수아비는 한숨을 쉬었어요. "물론 나야 그걸 이해할 수 없지."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만약 너희들 머릿속에도 나처럼 짚이 채워져 있었다면, 다들 아름다운 곳에서만 살려고 했을 거야. 그러면 캔자스에는 사람이 하나도 남지 않았겠지. 너희에게 생각할 줄 아는 머리가 있어서 캔자스는 참 다행이야." "쉬는 동안 나한테 이야기 하나 해 줄래?" 도로시가 물었어요. 허수아비는 서운한 눈으로 도로시를 바라보더니 이렇게 대답했어요. "나는 살아온 날이 너무 짧아서 정말 아는 게 하나도 없어. 나는 그저께 만들어졌거든. 그 전에 세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하나도 몰라. 다행히 농부 아저씨가 내 머리를 만들 때 제일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가 내 귀를 그리는 거였어. 덕분에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들을 수 있었지. 아저씨 곁에는 먼치킨이 한 사람 더 있었는데, 내가 맨 처음 들은 말은 농부 아저씨가 하는 말이었어. '이 귀 어때?' "'좀 삐뚤어졌는데.' 다른 사람이 대답했어. "'괜찮아.' 농부 아저씨가 말했어. '그래도 귀는 귀니까.' 정말 맞는 말이었지. "'이제 눈을 그려야지.' 농부 아저씨가 말했어. 그러고는 내 오른쪽 눈을 그렸어. 눈이 다 그려지자마자 나는 아저씨와 내 둘레의 모든 것을 아주 궁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어. 그때 세상을 처음 본 거였거든. "'눈이 제법 예쁜데.' 농부 아저씨를 지켜보던 먼치킨이 말했어. '눈에는 파란 물감이 딱이야.' "'다른 쪽 눈은 조금 더 크게 만들어야겠어.' 농부 아저씨가 말했어. 두 번째 눈이 완성되자 나는 훨씬 더 잘 볼 수 있었어. 그다음에 아저씨는 내 코와 입을 만들었어. 그래도 나는 말을 하지 않았어. 그때는 입이 무엇에 쓰는 건지 몰랐거든. 나는 두 사람이 내 몸과 팔다리를 만드는 걸 재미있게 구경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머리를 몸에 붙여 주었을 때는 정말 뿌듯했어. 나도 이제 누구 못지않은 어엿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으니까. "'이 친구라면 까마귀쯤은 금방 쫓아 버리겠는걸.' 농부 아저씨가 말했어. '꼭 사람처럼 생겼잖아.' "'그럼, 이건 사람이지.' 다른 사람이 말했어. 나도 그 말이 참 옳다고 여겼지. 농부 아저씨는 나를 옆구리에 끼고 옥수수밭으로 가더니, 네가 나를 찾아낸 그 긴 막대 위에 나를 세워 두었어. 아저씨와 그 친구는 곧 걸어가 버렸고, 나만 혼자 남았지. "나는 그렇게 홀로 남겨지는 게 싫었어. 그래서 두 사람을 따라 걸어가 보려고 했지. 하지만 내 발은 땅에 닿지 않았고, 나는 그 막대 위에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었어. 참 외로운 나날이었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생각할 거리도 하나 없었거든. 까마귀며 다른 새들이 옥수수밭으로 많이 날아들었지만, 나를 보자마자 다시 날아가 버렸어. 나를 먼치킨이라고 여긴 거야. 그게 기분이 좋았어. 내가 꽤 대단한 존재가 된 것 같았지. 그러다 얼마 뒤에 늙은 까마귀 한 마리가 내 가까이로 날아왔어. 나를 찬찬히 살펴보더니 내 어깨에 턱 내려앉아서 이렇게 말하는 거야. "'그 농부는 이런 어설픈 수로 나를 속일 셈이었나 보군. 조금이라도 눈치가 있는 까마귀라면 네 속에 짚만 잔뜩 들어 있다는 걸 다 알아본다고.' 그러고는 내 발밑으로 폴짝 내려가서 옥수수를 실컷 먹었어. 다른 새들도 그 까마귀가 나한테 아무 일도 당하지 않는 걸 보고는 옥수수를 먹으러 몰려왔지.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둘레에는 새 떼가 잔뜩 모였어. "나는 그게 슬펐어. 내가 그리 훌륭한 허수아비가 아니라는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늙은 까마귀가 나를 위로해 주었어. '네 머릿속에 생각할 줄 아는 머리만 들어 있다면, 너는 저 사람들 누구 못지않은 사람이 될 거야. 아니, 어떤 사람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겠지. 까마귀든 사람이든, 이 세상에서 가질 만한 값진 건 오직 머리뿐이란다.' "까마귀들이 다 떠난 뒤에 나는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 그리고 나도 꼭 머리를 얻어 보겠다고 마음먹었지. 다행히 네가 지나가다가 나를 막대에서 내려 주었잖아. 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우리가 에메랄드 시티에 닿기만 하면 위대한 오즈가 틀림없이 나에게 머리를 줄 거야." "그랬으면 좋겠다." 도로시가 진심을 담아 말했어요. "네가 그렇게 머리를 갖고 싶어 하니까 말이야." "응, 정말 갖고 싶어."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자기가 바보라는 걸 아는 건 정말 답답한 기분이거든." "자, 그럼 이제 가자." 도로시가 말했어요. 그러고는 바구니를 허수아비에게 건네주었어요. 이제 길가에는 울타리 하나 보이지 않았어요. 땅은 거칠고 아무도 갈지 않은 채였지요. 저녁 무렵 둘은 커다란 숲에 이르렀어요. 나무들이 어찌나 크고 빽빽하게 자랐는지, 가지들이 노란 벽돌길 위에서 서로 맞닿아 있었어요. 나뭇가지가 햇빛을 가려서 나무 아래는 거의 캄캄했어요. 하지만 두 나그네는 멈추지 않고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답니다. "이 길이 숲으로 들어갔으면 어딘가로 나오기도 하겠지."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그리고 에메랄드 시티가 이 길 저쪽 끝에 있으니까, 우리는 이 길이 데려다주는 대로 가면 돼." "그건 누구나 알겠다." 도로시가 말했어요. "그럼. 그러니까 나도 아는 거지."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머리를 써야 알 수 있는 일이었다면 나는 절대로 그런 말을 못 했을걸." 한 시간쯤 지나자 빛이 사그라들었어요. 둘은 어둠 속에서 비틀비틀 걸어야 했지요. 도로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토토는 볼 수 있었어요. 어떤 개들은 어두운 데서도 아주 잘 보거든요. 허수아비도 자기는 낮처럼 훤히 잘 보인다고 했어요. 그래서 도로시는 허수아비의 팔을 붙잡고 그럭저럭 잘 걸어갈 수 있었답니다. "혹시 집이 보이거나 하룻밤 묵을 만한 데가 보이면 꼭 말해 줘." 도로시가 말했어요. "어두운 데서 걷는 건 정말 힘들거든." 얼마 지나지 않아 허수아비가 걸음을 멈췄어요. "오른쪽에 작은 오두막이 하나 보여."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통나무랑 나뭇가지로 지은 집이야. 저기로 가 볼까?" "응, 그러자."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나 너무 지쳤어." 그래서 허수아비는 나무들 사이로 도로시를 이끌어 오두막까지 데려갔어요. 도로시가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한쪽 구석에 마른 나뭇잎으로 만든 잠자리가 있었어요. 도로시는 곧바로 자리에 누웠고, 토토를 곁에 두고 금세 깊은 잠에 빠졌답니다. 한 번도 지치는 법이 없는 허수아비는 다른 쪽 구석에 서서 아침이 올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어요. ## 제5장 양철 나무꾼을 구하다 도로시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햇빛이 나무 사이로 비쳐 들고 있었어요. 토토는 벌써 한참 전부터 밖에 나가 새와 다람쥐를 쫓아다니고 있었지요. 도로시는 몸을 일으켜 앉아 둘레를 둘러보았어요. 허수아비는 여전히 구석에 서서 참을성 있게 도로시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우리 물을 찾으러 가야겠어." 도로시가 허수아비에게 말했어요. "물은 왜 필요한데?" 허수아비가 물었어요. "길에서 묻은 먼지를 씻어 내야 하고, 마실 물도 있어야 하거든. 그래야 마른 빵이 목에 걸리지 않지." "살로 되어 있으면 참 불편하겠구나." 허수아비가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어요. "잠도 자야 하고, 먹고 마셔야 하니까 말이야. 그래도 너한테는 생각할 줄 아는 머리가 있잖아. 제대로 생각할 수만 있다면 그만한 수고쯤은 충분히 값어치가 있지." 둘은 오두막을 떠나 나무 사이를 걸어갔어요. 그러다 맑은 물이 솟는 작은 샘을 찾아냈지요. 도로시는 물을 마시고 몸을 씻은 다음 아침을 먹었어요. 바구니에 남은 빵이 얼마 없다는 걸 알고, 도로시는 허수아비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날 하루 자기와 토토가 먹기에도 겨우 될까 말까 했으니까요. 식사를 마치고 노란 벽돌길로 돌아가려는데, 바로 가까이에서 깊은 신음 소리가 들려왔어요. 도로시는 깜짝 놀랐지요. "저게 무슨 소리지?" 도로시가 조심스레 물었어요. "나도 모르겠어."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하지만 가서 보면 되잖아." 바로 그때 또 한 번 신음 소리가 귀에 들려왔어요. 소리는 뒤쪽에서 나는 것 같았지요. 둘은 몸을 돌려 숲속으로 몇 걸음 걸어갔어요. 그때 도로시는 나무 사이로 비쳐 든 햇살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어요. 도로시는 그곳으로 달려가다가 우뚝 멈춰 서서 놀란 나머지 작게 소리를 질렀답니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반쯤 찍혀 있었어요. 그 옆에는 온몸이 양철로 된 사람이 도끼를 번쩍 치켜든 채 서 있었지요. 머리와 두 팔과 두 다리가 몸통에 이음매로 이어져 있었지만, 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듯 꼼짝 않고 서 있었어요. 도로시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고, 허수아비도 마찬가지였어요. 토토는 날카롭게 짖어 대다가 양철 다리를 덥석 물었는데, 그만 이가 아팠답니다. "아저씨가 신음 소리를 내셨나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그래." 양철 사람이 대답했어요. "내가 그랬단다. 일 년도 넘게 끙끙 앓는 소리를 냈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내 소리를 듣지 못했고 도와주러 온 사람도 없었어." "제가 뭘 해 드리면 될까요?" 도로시가 상냥하게 물었어요. 그가 하도 슬픈 목소리로 말해서 마음이 짠했거든요. "기름통을 가져다가 내 이음매에 기름을 발라 주렴." 그가 대답했어요. "너무 심하게 녹슬어서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구나. 기름만 잘 치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우리 오두막 선반에 기름통이 있단다." 도로시는 곧장 오두막으로 달려가 기름통을 찾아왔어요. 그러고는 걱정스레 물었지요. "이음매가 어디예요?" "먼저 목에 발라 주렴." 양철 나무꾼이 대답했어요. 그래서 도로시가 목에 기름을 발랐어요. 목이 워낙 심하게 녹슬어서, 허수아비가 양철 머리를 붙잡고 좌우로 살살 움직여 주었지요. 그러자 목이 부드럽게 돌아갔고, 이제는 그가 혼자서도 고개를 돌릴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 팔의 이음매에 발라 주렴." 그가 말했어요. 도로시가 기름을 바르자 허수아비가 팔을 조심조심 굽혔다 폈다 했어요. 마침내 녹이 말끔히 사라지고 새것처럼 되었지요. 양철 나무꾼은 흐뭇한 한숨을 내쉬며 도끼를 내려 나무에 기대어 놓았어요. "아, 이제야 살 것 같구나." 그가 말했어요. "녹슨 뒤로 줄곧 저 도끼를 공중에 들고 있었단다. 드디어 내려놓을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자, 이제 다리 이음매에도 기름을 발라 주면 나는 완전히 멀쩡해질 거야." 그래서 둘은 다리에도 기름을 발라 주었고, 마침내 그는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는 자기를 풀려나게 해 주어서 고맙다고 몇 번이고 인사했어요. 아주 예의 바르고 고마움을 잘 아는 사람 같았지요. "너희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영영 저기 서 있었을 거야." 그가 말했어요. "그러니 너희가 내 목숨을 구해 준 셈이지. 그런데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니?" "저희는 위대한 오즈를 만나러 에메랄드 시티로 가는 길이에요."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그러다 하룻밤 묵으려고 아저씨 오두막에 들렀고요." "오즈는 왜 만나려고 하니?" 그가 물었어요. "저는 오즈에게 캔자스로 돌려보내 달라고 부탁할 거예요. 허수아비는 짚 대신 생각할 줄 아는 머리를 넣어 달라고 할 거고요."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양철 나무꾼은 잠시 깊이 생각에 잠기는 듯했어요.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지요. "오즈가 나한테 심장도 줄 수 있을까?" "글쎄요, 그럴 것 같은데요."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허수아비한테 생각할 줄 아는 머리를 주는 거나 마찬가지로 쉬울 거예요." "그렇겠구나."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그럼 너희 일행에 나도 끼워 준다면, 나도 에메랄드 시티로 가서 오즈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하고 싶구나." "같이 가자!" 허수아비가 반갑게 말했어요. 도로시도 함께 가 주면 정말 기쁘겠다고 했지요. 그래서 양철 나무꾼은 도끼를 어깨에 둘러메었고, 모두 함께 숲을 지나 노란 벽돌이 깔린 길에 이르렀답니다. 양철 나무꾼은 도로시에게 기름통을 바구니에 넣어 달라고 부탁했어요. "혹시 비를 맞아서 다시 녹슬면 기름통이 꼭 있어야 하거든." 그가 말했어요. 새 친구가 일행에 들어온 건 참 운이 좋은 일이었어요. 다시 길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무와 가지가 길 위로 어찌나 빽빽하게 자랐는지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곳에 이르렀거든요. 하지만 양철 나무꾼이 도끼를 들고 나서서 어찌나 잘 찍어 내는지, 금세 모두가 지나갈 길이 열렸답니다. 도로시는 걸어가면서 어찌나 골똘히 생각에 잠겼는지, 허수아비가 구덩이에 발을 헛디뎌 길가로 굴러떨어진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결국 허수아비가 일으켜 달라고 도로시를 불러야 했지요. "구덩이를 빙 돌아서 가지 그랬어?" 양철 나무꾼이 물었어요. "내가 아는 게 없어서 그래." 허수아비가 쾌활하게 대답했어요. "내 머릿속은 짚으로 꽉 차 있거든. 그래서 오즈한테 생각할 줄 아는 머리를 달라고 부탁하러 가는 거야." "아, 그렇구나."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머리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건 아니란다." "너는 머리가 있어?" 허수아비가 물었어요. "아니, 내 머릿속도 텅 비어 있어." 나무꾼이 대답했어요. "하지만 예전에는 나도 생각할 줄 아는 머리가 있었고, 심장도 있었지. 둘 다 가져 봤으니 하는 말인데, 나라면 심장 쪽을 훨씬 더 갖고 싶구나." "그건 왜지?" 허수아비가 물었어요.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러면 너도 알게 될 거야." 그래서 숲속을 걸어가는 동안, 양철 나무꾼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나는 나무꾼의 아들로 태어났단다. 아버지는 숲에서 나무를 베어 팔아 먹고사셨지. 나도 자라서 나무를 베는 사람이 되었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늙으신 어머니를 돌아가실 때까지 모셨단다. 그러다 혼자 사느니 결혼을 하는 게 낫겠다고 마음을 먹었어. 외로워지고 싶지 않았거든. "먼치킨 아가씨들 가운데 아주 아름다운 아가씨가 하나 있었어. 나는 곧 온 마음을 다해 그 아가씨를 사랑하게 되었지. 그 아가씨도 내가 더 좋은 집을 지어 줄 만큼 돈을 벌면 나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단다. 그래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했어. 그런데 그 아가씨는 어떤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아가씨가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기를 바랐어. 할머니가 몹시 게을러서, 아가씨를 곁에 두고 밥도 짓게 하고 집안일도 시키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할머니는 동쪽 나쁜 마녀를 찾아가, 결혼을 막아 주면 양 두 마리와 소 한 마리를 주겠다고 약속했지. 그러자 나쁜 마녀는 내 도끼에 마법을 걸었단다. 어느 날 나는 한창 힘껏 나무를 찍고 있었어. 새 집도 얼른 짓고 아내도 얼른 맞이하고 싶어서 마음이 급했거든. 그런데 갑자기 도끼가 미끄러지더니 내 왼쪽 다리를 싹둑 잘라 버렸어. "처음에는 이게 큰 불행처럼만 보였어. 다리가 하나뿐인 사람은 나무 베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나는 양철장이를 찾아가 양철로 새 다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지. 그 다리는 익숙해지고 나니 아주 잘 움직였어. 그런데 내가 그렇게 하자 동쪽 나쁜 마녀가 몹시 화를 냈단다. 내가 그 예쁜 먼치킨 아가씨와 결혼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할머니에게 약속했으니까. 내가 다시 나무를 찍기 시작하자 도끼가 또 미끄러져 오른쪽 다리를 잘랐어. 나는 또 양철장이를 찾아갔고, 그는 또 양철로 다리를 만들어 주었지. 그다음에는 마법 걸린 도끼가 내 두 팔을 차례로 잘랐어. 하지만 나는 조금도 기죽지 않고 그것도 양철 팔로 바꿔 달았단다. 그러자 나쁜 마녀는 도끼를 미끄러뜨려 내 머리를 잘라 버렸어. 처음에는 이제 정말 끝이구나 싶었지. 그런데 마침 양철장이가 그 길을 지나가다가 양철로 새 머리를 만들어 주었단다. "그때 나는 나쁜 마녀를 이겼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했지. 하지만 내 원수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나는 조금도 몰랐던 거야. 마녀는 아름다운 먼치킨 아가씨를 향한 내 사랑을 없애 버릴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냈어. 다시 도끼를 미끄러뜨려서, 내 몸통을 한가운데로 갈라 두 쪽으로 만들어 버린 거야. 이번에도 양철장이가 나를 도우러 와서 양철로 몸통을 만들어 주었어. 거기에 양철 팔과 다리와 머리를 이음매로 붙여 주어서, 나는 전처럼 잘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지. 그런데 이를 어쩌면 좋니. 이제 나에게는 심장이 없었단다. 그래서 먼치킨 아가씨를 향한 사랑을 몽땅 잃어버렸고, 그 아가씨와 결혼을 하든 말든 아무렇지도 않아졌어. 아마 그 아가씨는 아직도 그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내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내 몸은 햇빛을 받으면 어찌나 반짝이는지, 나는 그게 무척 자랑스러웠어. 이제는 도끼가 미끄러져도 아무렇지 않았지. 나를 벨 수가 없었으니까. 딱 한 가지 위험이 있었는데, 바로 이음매가 녹스는 일이었어. 그래서 나는 오두막에 기름통을 두고, 필요할 때마다 잊지 않고 기름을 쳤단다. 그런데 어느 날 그만 그걸 잊어버렸어. 그러다 소나기를 만났는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이음매가 다 녹슬어 버린 거야. 그래서 너희가 도와주러 올 때까지 숲속에 그대로 서 있어야 했지.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이었어. 하지만 거기 서 있던 일 년 동안 나는 생각할 시간이 아주 많았단다. 그리고 내가 잃은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바로 내 심장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사랑을 하던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어. 하지만 심장이 없는 사람은 누구도 사랑할 수 없어. 그래서 나는 오즈에게 심장을 달라고 부탁하기로 마음먹었단다. 오즈가 심장을 준다면, 나는 먼치킨 아가씨에게 돌아가 결혼할 거야." 도로시도 허수아비도 양철 나무꾼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어요. 이제 두 친구는 그가 왜 그토록 새 심장을 갖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되었지요. "그래도 나는 말이야."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심장 말고 생각할 줄 아는 머리를 달라고 할 거야. 어리석은 사람은 심장이 생겨도 그걸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를 테니까." "나는 심장을 고르겠어." 양철 나무꾼이 대꾸했어요. "머리가 좋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거든. 그리고 행복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거란다." 도로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두 친구 가운데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했거든요. 그러다 이렇게 생각했지요. 캔자스로, 엠 아주머니에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무꾼에게 생각할 줄 아는 머리가 없든 허수아비에게 심장이 없든, 아니면 둘 다 바라는 걸 얻든 그리 대수로운 일은 아니라고요. 도로시가 가장 걱정한 것은 빵이 거의 다 떨어졌다는 사실이었어요. 자기와 토토가 한 끼만 더 먹으면 바구니가 텅 빌 참이었지요. 물론 나무꾼도 허수아비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요. 하지만 도로시는 양철로 된 것도 아니고 짚으로 된 것도 아니어서,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답니다. ## 제6장 겁쟁이 사자 그동안 도로시와 친구들은 울창한 숲속을 계속 걸었어요. 길은 여전히 노란 벽돌로 깔려 있었지만, 나무에서 떨어진 마른 가지와 낙엽이 잔뜩 덮여 있었어요. 그래서 걷기가 영 힘들었답니다. 숲의 이쪽에는 새가 별로 없었어요. 새들은 햇빛이 잘 드는 너른 들판을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이따금 나무 사이에 숨은 들짐승이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어린 소녀의 가슴은 두근두근 뛰었지요. 무엇이 내는 소리인지 몰랐거든요. 하지만 토토는 알고 있었어요. 토토는 도로시 곁에 바짝 붙어 걸으면서, 마주 짖지도 않았답니다. "우리가 이 숲을 빠져나가려면," 소녀가 양철 나무꾼에게 물었어요. "얼마나 더 가야 해?" "나도 잘 모르겠어." 나무꾼이 대답했어요. "난 에메랄드 시티에 가 본 적이 없거든. 하지만 내가 어릴 때 아버지가 한 번 다녀오셨어. 위험한 고장을 지나는 아주 긴 여행이라고 하셨지. 그래도 오즈가 사는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경치는 아름다워진다고 하셨어. 난 기름통만 있으면 무섭지 않아. 허수아비는 아무것도 다치게 할 수 없고. 그리고 네 이마에는 착한 마녀의 입맞춤 자국이 있잖아. 그게 널 지켜 줄 거야." "그럼 토토는!" 소녀가 걱정스레 말했어요. "토토는 누가 지켜 줘?" "위험한 일이 생기면 우리가 직접 지켜 줘야지." 양철 나무꾼이 대답했어요. 나무꾼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숲에서 무시무시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어요. 다음 순간 커다란 사자 한 마리가 길 위로 껑충 뛰어들었지요. 사자는 앞발을 한 번 휘둘러 허수아비를 길가까지 데굴데굴 굴려 버렸어요. 이어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양철 나무꾼을 후려쳤답니다. 그런데 사자는 깜짝 놀랐어요. 양철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거든요. 물론 나무꾼은 길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못했지요. 맞설 적이 나타나자 작은 토토가 짖으면서 사자에게 달려들었어요. 커다란 짐승이 개를 물려고 입을 쩍 벌린 순간, 도로시는 토토가 죽을까 봐 겁이 났어요. 위험한 것도 잊은 채 앞으로 달려 나가, 사자의 코를 있는 힘껏 찰싹 때리며 소리쳤지요. "감히 토토를 물려고 하다니! 너처럼 커다란 짐승이 가엾고 조그만 개를 물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 "난 안 물었어." 사자가 도로시에게 맞은 코를 앞발로 문지르며 말했어요. "안 물었지만, 물려고 했잖아." 도로시가 쏘아붙였어요. "넌 그냥 덩치만 큰 겁쟁이야." "나도 알아." 사자가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어요. "예전부터 늘 알고 있었어. 하지만 어쩌겠니?" "나도 모르지, 정말. 저 가엾은 허수아비처럼 짚을 채운 사람을 때리다니!" "쟤 속에 짚이 들었다고?" 사자가 놀라서 물었어요. 도로시가 허수아비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모양을 매만져 주는 모습을 보면서요. "당연히 짚이 들었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쉽게 나가떨어졌구나." 사자가 말했어요. "빙글빙글 도는 걸 보고 나도 깜짝 놀랐거든. 저쪽 친구도 짚이 들었니?" "아니." 도로시가 말했어요. "쟤는 양철로 만들어졌어." 그러고는 나무꾼도 일으켜 세워 주었어요. "그래서 내 발톱이 몽땅 무뎌질 뻔했구나." 사자가 말했어요. "발톱이 양철에 긁히니까 등줄기가 다 오싹해지더라. 그런데 네가 그렇게 아끼는 저 조그만 동물은 뭐니?" "얘는 내 강아지 토토야."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쟤도 양철로 만들었니, 아니면 짚을 채웠니?" 사자가 물었어요. "둘 다 아니야. 얘는, 그, 그러니까, 살과 뼈로 된 진짜 개야." 소녀가 말했어요. "오! 참 신기한 동물이구나. 이렇게 보니 유난히 조그맣기도 하고. 나 같은 겁쟁이가 아니고서야, 저렇게 작은 걸 물 생각은 아무도 안 하겠지." 사자가 슬프게 말을 이었어요. "너는 왜 겁쟁이가 됐어?" 도로시가 신기해하며 그 커다란 짐승을 바라보고 물었어요. 사자는 작은 말만큼이나 컸거든요. "그건 나도 모를 일이야." 사자가 대답했어요. "아마 태어날 때부터 그랬나 봐. 숲의 다른 동물들은 다들 내가 용감할 거라고 여겨. 어디서나 사자는 짐승의 왕이라고들 하니까. 그런데 내가 아주 크게 울부짖으면 살아 있는 것들이 모두 겁을 먹고 길을 비켜 준다는 걸 알게 됐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무서워서 벌벌 떨었지. 그래도 한 번 크게 울부짖으면 사람은 늘 있는 힘껏 달아났어. 코끼리나 호랑이나 곰이 나한테 덤벼들었더라면 나야말로 도망쳤을 거야. 난 그만큼 겁쟁이거든. 하지만 내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다들 나한테서 달아나려고 하니, 나도 그냥 보내 주는 거지." "하지만 그건 옳지 않아. 짐승의 왕이 겁쟁이면 안 되지."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나도 알아." 사자가 꼬리 끝으로 눈물을 훔치며 대꾸했어요. "그게 내 큰 슬픔이야. 그래서 사는 게 참 서글퍼. 위험한 일만 생기면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하거든." "심장병이 있는지도 모르겠네."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그럴지도 몰라." 사자가 말했어요. "만약 그렇다면," 양철 나무꾼이 말을 이었어요. "오히려 기뻐해야 해. 너한테 심장이 있다는 증거니까. 나는 심장이 없어. 그래서 심장병에 걸릴 수도 없단다." "어쩌면," 사자가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어요. "나도 심장이 없었다면 겁쟁이가 아니었을지도 몰라." "너는 머리가 있니?" 허수아비가 물었어요. "있겠지. 한 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 잘 몰라." 사자가 대답했어요. "나는 위대한 오즈를 찾아가서 생각할 줄 아는 머리를 달라고 할 거야."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내 머릿속에는 짚만 가득하거든." "나는 심장을 달라고 할 거야." 나무꾼이 말했어요. "나는 토토와 나를 캔자스로 돌려보내 달라고 할 거야." 도로시가 덧붙였어요. "오즈가 나한테 용기도 줄 수 있을까?" 겁쟁이 사자가 물었어요. "나한테 머리를 주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지."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나한테 심장을 주는 것만큼이나 쉽고."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나를 캔자스로 보내 주는 것만큼이나 쉽지." 도로시가 말했어요. "그럼 괜찮다면 나도 같이 갈래." 사자가 말했어요. "용기가 조금도 없으니 사는 게 정말 견디기 힘들거든." "정말 반가운 일이야."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네가 있으면 다른 들짐승들을 쫓아 줄 테니까. 네가 그렇게 쉽게 겁을 줄 수 있다면, 그 짐승들이야말로 너보다 더 겁쟁이인가 봐." "정말 그래." 사자가 말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더 용감해지는 건 아니야. 내가 겁쟁이라는 걸 스스로 아는 한, 나는 늘 서글플 거야." 그리하여 이 작은 일행은 다시 길을 떠났어요. 사자는 도로시 옆에서 늠름한 걸음으로 걸었지요. 처음에 토토는 이 새 친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사자의 커다란 턱에 하마터면 짓눌릴 뻔했던 일을 잊을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얼마 지나자 토토도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윽고 토토와 겁쟁이 사자는 아주 좋은 친구가 되었답니다. 그날 남은 시간에는 여행의 평화를 깨뜨릴 만한 일이 더 일어나지 않았어요. 다만 한 번, 양철 나무꾼이 길을 기어가던 딱정벌레를 밟아서 그 가엾은 것을 죽이고 말았지요. 나무꾼은 몹시 슬퍼했어요. 살아 있는 것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늘 조심하던 그였으니까요. 그래서 걸어가는 내내 슬픔과 후회의 눈물을 몇 방울 흘렸답니다. 눈물은 얼굴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려 턱 경첩까지 갔고, 거기서 그만 녹이 슬어 버렸어요. 조금 뒤에 도로시가 무언가를 묻자, 양철 나무꾼은 입을 열 수가 없었어요. 턱이 녹슬어 꽉 붙어 버렸거든요. 나무꾼은 몹시 겁이 나서 도와 달라고 도로시에게 이런저런 몸짓을 했지만, 도로시는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어요. 사자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몰라 어리둥절했지요. 그때 허수아비가 도로시의 바구니에서 기름통을 꺼내 나무꾼의 턱에 기름을 발라 주었어요. 그러자 잠시 뒤 나무꾼은 예전처럼 말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번 일로 교훈을 얻었어." 나무꾼이 말했어요. "발밑을 잘 살펴야겠어. 또 벌레나 딱정벌레를 죽이면 틀림없이 또 울 테고, 울면 턱이 녹슬어서 말을 못 하게 되니까." 그때부터 나무꾼은 길바닥을 살피며 아주 조심조심 걸었어요. 조그만 개미가 힘겹게 기어가는 걸 보면, 다치지 않게 넘어서 걸었지요. 양철 나무꾼은 자기에게 심장이 없다는 걸 잘 알았어요. 그래서 무엇에게도 모질거나 매정하게 굴지 않으려고 무척 조심했답니다. "심장이 있는 너희들은," 나무꾼이 말했어요. "마음을 이끌어 주는 것이 있으니 나쁜 짓을 할 일이 없어. 하지만 나는 심장이 없으니 아주 조심해야 해. 오즈가 나한테 심장을 주면, 그때는 이렇게까지 애쓰지 않아도 되겠지." ## 제7장 위대한 오즈를 찾아가는 길 그날 밤 일행은 숲속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잠을 자야 했어요. 가까이에 집이 한 채도 없었거든요. 나무는 두툼한 지붕처럼 이슬을 막아 주었어요. 양철 나무꾼이 도끼로 장작을 잔뜩 패 왔고, 도로시는 멋진 모닥불을 피웠지요. 불은 도로시를 따뜻하게 해 주었고, 외로운 마음도 조금 달래 주었어요. 도로시와 토토는 남은 빵을 마저 먹었어요. 이제 아침에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답니다. "네가 원한다면," 사자가 말했어요. "내가 숲에 들어가서 사슴을 한 마리 잡아 올게. 불에 구워 먹으면 되잖아. 너희 입맛은 참 별나서 익힌 음식을 좋아하니까 말이야. 그러면 아주 훌륭한 아침밥이 될 거야." "안 돼! 제발 그러지 마." 양철 나무꾼이 사정했어요. "네가 가엾은 사슴을 죽이면 나는 분명 울고 말 거야. 그러면 내 턱이 또 녹슬어 버릴 거라고." 하지만 사자는 숲으로 들어가 혼자 저녁을 먹고 왔어요. 무엇을 먹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답니다. 사자가 말해 주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허수아비는 견과가 잔뜩 달린 나무를 찾아서 도로시의 바구니를 가득 채워 주었어요. 이제 한동안은 배가 고프지 않을 터였지요. 도로시는 허수아비가 참 다정하고 마음이 깊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견과를 줍는 서툰 모습에 배꼽을 잡고 웃었답니다. 허수아비의 손은 짚을 채워 넣어 뭉툭했고 견과는 아주 작아서, 바구니에 담는 만큼이나 자꾸 떨어뜨렸거든요. 하지만 허수아비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조금도 싫지 않았어요. 그래야 불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었으니까요. 불똥이 짚에 튀어 몸이 홀랑 타 버릴까 봐 무서웠던 거예요. 그래서 허수아비는 불길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다가, 도로시가 잠자리에 누울 때만 가까이 와서 마른 나뭇잎을 덮어 주었어요. 나뭇잎 덕분에 도로시는 포근하고 따뜻했고, 아침까지 푹 잤답니다. 날이 밝자 도로시는 졸졸 흐르는 작은 시냇물에 얼굴을 씻었어요. 그러고 나서 모두 에메랄드 시티를 향해 다시 길을 떠났지요. 그날은 여행자들에게 사건이 많은 하루가 될 참이었어요. 걷기 시작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을 때, 앞쪽에 커다란 도랑이 나타났어요. 도랑은 길을 가로지르며 숲을 둘로 갈라놓고 있었는데, 양쪽으로 눈이 닿는 데까지 끝없이 이어졌지요. 도랑은 아주 넓었어요. 가장자리로 살금살금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니 아주 깊기도 했어요. 바닥에는 뾰족뾰족한 큰 바위들이 잔뜩 널려 있었지요. 벽은 너무 가팔라서 누구도 내려갈 수 없었어요. 잠깐이지만 여행이 여기서 끝나 버릴 것만 같았답니다. "우리 어떡하지?" 도로시가 막막한 얼굴로 물었어요. "나도 도무지 모르겠어."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사자는 덥수룩한 갈기를 흔들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지요. 그런데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우리는 날 수 없어. 그건 분명해. 이 커다란 도랑으로 내려갈 수도 없고. 그러니까 뛰어넘지 못한다면,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어." "내가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아." 겁쟁이 사자가 말했어요. 마음속으로 거리를 조심스레 재어 본 다음이었지요. "그럼 됐다."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네 등에 태워서 한 명씩 건너편으로 옮겨 주면 되잖아." "좋아, 한번 해 볼게." 사자가 말했어요. "누가 먼저 갈래?" "내가 갈게." 허수아비가 나섰어요. "혹시 네가 도랑을 뛰어넘지 못하면, 도로시는 죽고 말 거야. 양철 나무꾼은 아래 바위에 부딪혀 온통 찌그러질 테고. 하지만 네 등에 있는 게 나라면 별일 아니야. 나는 떨어져도 하나도 아프지 않으니까." "사실 나는 떨어지는 게 몹시 무서워." 겁쟁이 사자가 말했어요. "그래도 해 보는 수밖에 없겠지. 자, 내 등에 올라타. 한번 해 보자." 허수아비가 사자의 등에 올라탔어요. 커다란 짐승은 도랑 가장자리까지 걸어가더니 몸을 잔뜩 웅크렸지요. "왜 달려가서 뛰지 않아?" 허수아비가 물었어요. "우리 사자들은 그런 식으로 하지 않거든." 사자가 대답했어요. 그러고는 힘껏 몸을 튕겨 공중을 가르며 날아가더니, 건너편에 사뿐히 내려앉았어요. 사자가 너무나 가뿐히 해내자 모두 무척 기뻐했지요. 허수아비가 등에서 내리자 사자는 다시 도랑을 뛰어 건너왔어요. 다음은 도로시 차례였어요. 도로시는 토토를 품에 안고 사자의 등에 올라타, 한 손으로 갈기를 꼭 붙잡았어요. 다음 순간 도로시는 하늘을 나는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할 새도 없이 건너편에 무사히 닿아 있었지요. 사자는 세 번째로 돌아가서 양철 나무꾼을 데려왔어요. 그런 다음 모두 잠시 앉아 사자가 쉴 수 있게 해 주었어요. 크게 뛰느라 숨이 가빠진 사자가, 너무 오래 달린 커다란 개처럼 헐떡였거든요. 이쪽 숲은 훨씬 빽빽했고, 어둡고 음침해 보였어요. 사자가 쉬고 나자 일행은 노란 벽돌길을 따라 다시 걸었어요. 저마다 마음속으로 조용히 궁금해했지요. 과연 이 숲의 끝에 닿아서 밝은 햇빛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고요. 게다가 마음을 더 불안하게 하는 일이 생겼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숲 깊은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 거예요. 사자는 바로 이 지역에 칼리다가 산다고 속삭였답니다. "칼리다가 뭐야?" 도로시가 물었어요. "곰 같은 몸에 호랑이 같은 머리를 한 무시무시한 짐승이야." 사자가 대답했어요. "발톱이 어찌나 길고 날카로운지, 내가 토토를 죽이는 것만큼이나 쉽게 나를 두 동강 낼 수 있어. 나는 칼리다가 정말 무서워." "무서울 만도 하겠다." 도로시가 대꾸했어요. "정말 끔찍한 짐승인가 봐." 사자가 막 대답하려는데, 갑자기 길을 가로지르는 또 다른 도랑이 나타났어요. 그런데 이번 도랑은 어찌나 넓고 깊은지, 사자는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다는 걸 단번에 알았답니다. 그래서 모두 앉아서 어떻게 할지 궁리했어요. 한참 진지하게 생각한 끝에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여기 도랑 바로 옆에 커다란 나무가 서 있어. 양철 나무꾼이 이 나무를 베어서 건너편으로 넘어뜨리면, 우리가 그 위로 쉽게 걸어갈 수 있을 거야." "그거 아주 훌륭한 생각인걸." 사자가 말했어요. "네 머릿속에 짚 대신 생각할 줄 아는 머리가 들어 있다고 착각할 뻔했어." 나무꾼은 곧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도끼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나무는 금세 거의 다 베였지요. 그러자 사자가 튼튼한 앞다리로 나무를 밀며 온 힘을 다했어요. 커다란 나무는 천천히 기울다가 쿵 소리를 내며 도랑을 가로질러 쓰러졌고, 꼭대기 가지들이 건너편에 걸쳐졌답니다. 일행이 이 이상한 다리를 막 건너기 시작했을 때였어요. 날카로운 으르렁 소리에 모두 고개를 들었어요. 그리고 소름이 쫙 끼쳤지요. 곰 같은 몸에 호랑이 같은 머리를 한 커다란 짐승 두 마리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거든요. "칼리다야!" 겁쟁이 사자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어요. "서둘러!" 허수아비가 외쳤어요. "얼른 건너가자." 그래서 도로시가 토토를 품에 안고 먼저 건넜어요. 양철 나무꾼이 뒤를 따랐고, 그다음이 허수아비였지요. 사자는 분명 무서웠지만, 몸을 돌려 칼리다들과 마주 섰어요. 그러고는 어찌나 크고 무섭게 포효했는지, 도로시는 비명을 질렀고 허수아비는 뒤로 벌렁 넘어졌어요. 사나운 짐승들조차 우뚝 멈춰 서서 놀란 눈으로 사자를 바라보았지요. 하지만 칼리다들은 자기들이 사자보다 크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게다가 자기들은 둘이고 사자는 하나뿐이라는 것도 떠올렸지요. 칼리다들은 다시 앞으로 달려들었어요. 사자는 나무를 건너와 몸을 돌리고 저들이 어떻게 하나 지켜보았어요. 사나운 짐승들도 잠시도 멈추지 않고 나무 위로 올라섰어요. 사자가 도로시에게 말했어요. "우린 이제 끝이야. 저 날카로운 발톱에 갈기갈기 찢기고 말 거야. 하지만 내 뒤에 바짝 붙어 있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저놈들과 싸울 테니까." "잠깐만!" 허수아비가 소리쳤어요. 허수아비는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을지 줄곧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허수아비는 나무꾼에게 우리 쪽 도랑 가에 걸쳐 있는 나무 끝을 잘라 내라고 했어요. 양철 나무꾼은 곧바로 도끼를 휘둘렀지요. 그리고 칼리다 두 마리가 거의 다 건너왔을 때, 나무가 쿵 소리를 내며 도랑 아래로 떨어졌어요. 으르렁대던 흉측한 짐승들도 함께 떨어져, 바닥의 뾰족한 바위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답니다. "휴," 겁쟁이 사자가 안도의 긴 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우리가 조금 더 살게 되었구나. 나는 그게 참 기뻐. 살아 있지 않다는 건 아주 불편한 일일 테니까. 저 짐승들이 나를 어찌나 무섭게 했는지, 아직도 심장이 두근두근한다니까." "아," 양철 나무꾼이 서글프게 말했어요. "나도 두근거릴 심장이 있으면 좋겠다." 이 모험을 겪고 나자 일행은 그 어느 때보다 숲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어요. 어찌나 빨리 걸었는지 도로시는 지쳐서 사자의 등에 타야 했지요. 다행히 앞으로 나아갈수록 나무가 점점 드문드문해졌어요. 그리고 오후가 되자 눈앞에 넓은 강이 불쑥 나타났어요. 물살이 아주 빠르게 흐르고 있었지요. 강 건너편에는 노란 벽돌길이 아름다운 고장을 가로지르며 뻗어 있었어요. 초록 들판에는 환한 꽃들이 점점이 피어 있었고, 길가에는 맛있는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들이 늘어서 있었지요. 눈앞에 펼쳐진 이 사랑스러운 고장을 보고 모두 무척 기뻐했답니다. "강은 어떻게 건너지?" 도로시가 물었어요. "그건 쉬워."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양철 나무꾼이 뗏목을 만들어 주면 돼. 그걸 타고 건너편으로 떠가면 되잖아." 그래서 나무꾼은 도끼를 들고 뗏목을 만들 작은 나무들을 베기 시작했어요. 나무꾼이 그 일로 바쁜 동안, 허수아비는 강가에서 좋은 과일이 잔뜩 달린 나무를 찾아냈지요. 하루 종일 견과밖에 먹지 못한 도로시는 무척 반가웠어요. 그래서 잘 익은 과일로 배불리 한 끼를 먹었답니다. 하지만 뗏목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에요. 양철 나무꾼처럼 부지런하고 지칠 줄 모르는 일꾼이라도 말이지요. 밤이 되었는데도 일은 끝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행은 나무 아래 아늑한 자리를 찾아 아침까지 푹 잤답니다. 도로시는 에메랄드 시티 꿈을 꾸었어요. 그리고 곧 자기를 집으로 돌려보내 줄 착한 마법사 오즈의 꿈도 꾸었지요. ## 제8장 죽음의 양귀비 들판 우리의 작은 여행자 무리는 다음 날 아침 개운한 몸으로, 희망에 가득 차서 잠에서 깨어났어요. 도로시는 강가 나무에서 딴 복숭아와 자두로 공주님처럼 아침을 먹었지요. 뒤쪽에는 무사히 지나온 어두운 숲이 있었어요. 힘 빠지는 일을 여러 번 겪긴 했지만요. 그리고 앞쪽에는 햇살이 환한 사랑스러운 땅이 펼쳐져 있었어요. 마치 에메랄드 시티로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답니다. 물론 이제는 넓은 강이 그 아름다운 땅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었어요. 하지만 뗏목은 거의 다 만들어져 있었지요. 양철 나무꾼이 통나무를 몇 개 더 자르고 나무못으로 단단히 이어 붙이자, 드디어 떠날 준비가 끝났답니다. 도로시는 뗏목 한가운데에 앉아 토토를 품에 안았어요. 겁쟁이 사자가 뗏목 위로 올라서자 뗏목이 크게 기우뚱했어요. 사자가 크고 무거웠으니까요. 하지만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이 반대쪽 끝에 서서 균형을 잡아 주었어요. 둘은 손에 긴 장대를 들고 뗏목을 물살 속으로 밀었지요. 처음에는 꽤 잘 나아갔어요. 그런데 강 한가운데에 이르자 빠른 물살이 뗏목을 아래쪽으로 떠밀었어요. 노란 벽돌길에서 점점 더 멀어졌지요. 게다가 물이 너무 깊어져서 긴 장대가 바닥에 닿지도 않았답니다. "큰일이야."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땅에 닿지 못하면 우리는 서쪽 나쁜 마녀의 나라로 떠내려가고 말 거야. 그러면 마녀가 우리에게 마법을 걸어서 노예로 만들어 버릴 거야." "그러면 나는 머리를 못 얻겠네."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그러면 나는 용기를 못 얻겠구나." 겁쟁이 사자가 말했어요. "그러면 나는 심장을 못 얻겠어."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그러면 나는 캔자스로 영영 못 돌아가겠네." 도로시가 말했어요. "어떻게든 에메랄드 시티에 꼭 가야 해." 허수아비가 말을 이었어요. 그러고는 긴 장대를 아주 힘껏 밀었어요. 그런데 그만 장대가 강바닥 진흙에 콱 박혀 버렸지요. 장대를 다시 뽑기도 전에, 손을 놓기도 전에 뗏목이 쑥 떠내려가 버렸어요. 가엾은 허수아비만 강 한가운데 장대에 매달린 채 남게 되었답니다. "잘 가!" 허수아비가 뒤에서 외쳤어요. 친구들은 허수아비를 두고 가는 것이 몹시 슬펐어요. 양철 나무꾼은 정말로 울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다행히 몸이 녹슬지도 모른다는 것이 떠올라서, 도로시의 앞치마에 눈물을 닦았답니다. 물론 이 일은 허수아비에게 아주 안된 일이었어요. "지금은 도로시를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딱한 신세가 되었구나." 허수아비는 생각했어요. "그때는 옥수수밭 장대에 꽂혀 있었으니까, 그래도 까마귀를 쫓는 척이라도 할 수 있었지. 하지만 강 한가운데 장대에 꽂힌 허수아비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잖아. 아무래도 나는 끝내 머리를 못 얻을 것 같아!" 뗏목은 물살을 따라 자꾸만 떠내려갔고, 가엾은 허수아비는 저 멀리 뒤에 남겨졌어요. 그때 사자가 말했어요. "우리를 구할 방법을 찾아야 해. 내가 헤엄쳐서 물가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면서 뗏목을 끌고 갈게. 너희는 내 꼬리 끝을 꽉 붙잡고만 있어 줘." 그래서 사자는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어요. 양철 나무꾼이 사자의 꼬리를 꽉 붙잡았지요. 사자는 있는 힘을 다해 물가 쪽으로 헤엄치기 시작했어요. 몸집이 그렇게 큰데도 무척 힘든 일이었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뗏목은 거센 물살에서 빠져나왔어요. 그러자 도로시가 양철 나무꾼의 긴 장대를 들고 뗏목을 뭍 쪽으로 미는 것을 도왔지요. 마침내 물가에 닿아 예쁜 초록 풀밭에 발을 내려놓았을 때, 모두 기운이 다 빠져 있었어요. 게다가 물살이 자기들을 에메랄드 시티로 이어지는 노란 벽돌길에서 한참이나 멀리 떠내려 보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양철 나무꾼이 물었어요. 사자는 햇볕에 몸을 말리려고 풀밭에 누웠지요. "어떻게든 그 길로 돌아가야 해." 도로시가 말했어요. "강둑을 따라 걷다가 길을 다시 만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일 거야." 사자가 말했어요. 그래서 다들 푹 쉬고 나자, 도로시는 바구니를 집어 들었어요. 그리고 강물이 자기들을 떠내려 보낸 그 길을 찾아, 풀이 우거진 강둑을 따라 걷기 시작했답니다. 참 아름다운 고장이었어요. 꽃도 많고 과일나무도 많고 햇살도 따사로워서 마음이 밝아졌지요. 가엾은 허수아비 생각만 아니었다면 모두 아주 행복했을 거예요. 모두 걸음을 재촉했어요. 도로시가 예쁜 꽃 한 송이를 꺾느라 딱 한 번 멈췄을 뿐이었지요. 그런데 얼마 뒤 양철 나무꾼이 소리쳤어요. "저기 봐!" 모두 강 쪽을 바라보았어요. 물 한가운데 장대 위에 걸터앉은 허수아비가 보였어요. 아주 외롭고 슬퍼 보였답니다.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을까?" 도로시가 물었어요. 사자도 나무꾼도 고개를 저었어요. 방법을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셋은 강둑에 앉아 안타까운 눈으로 허수아비를 바라보았어요. 그때 황새 한 마리가 날아가다가 이들을 보고는 물가에 내려앉아 쉬었답니다. "너희는 누구니? 어디로 가는 길이야?" 황새가 물었어요. "저는 도로시예요." 소녀가 대답했어요. "그리고 이쪽은 제 친구들, 양철 나무꾼과 겁쟁이 사자예요. 저희는 에메랄드 시티로 가는 길이랍니다." "여기는 그 길이 아닌데." 황새가 긴 목을 비틀어 이 이상한 무리를 유심히 살펴보며 말했어요. "알아요."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그런데 허수아비를 잃어버렸어요. 어떻게 하면 다시 데려올 수 있을까 걱정하던 참이에요." "그 친구가 어디 있는데?" 황새가 물었어요. "저기 강 속에요." 어린 소녀가 대답했어요. "그렇게 크고 무겁지만 않다면 내가 데려다줄 텐데." 황새가 말했어요. "하나도 안 무거워요." 도로시가 반가워하며 말했어요. "속이 짚으로 채워져 있거든요. 데려다주시면 정말 정말 고맙겠어요." "그럼, 한번 해 볼게." 황새가 말했어요. "그런데 들어 보고 너무 무거우면 다시 강물에 떨어뜨릴 수밖에 없어." 그리하여 커다란 새는 하늘로 날아올라 강 위를 지나, 허수아비가 장대에 걸터앉은 곳까지 갔어요. 황새는 커다란 발톱으로 허수아비의 팔을 붙잡았지요. 그러고는 하늘 높이 들어 올려 강둑으로 데려왔어요. 그곳에는 도로시와 사자와 양철 나무꾼과 토토가 앉아 있었답니다. 허수아비는 다시 친구들 사이에 있게 되자 너무나 기뻐서 모두를 끌어안았어요. 사자와 토토까지도요. 그리고 길을 걷는 내내 한 걸음마다 "톨데리데오!" 하고 노래를 불렀답니다. 그만큼 신이 났던 거예요. "강에서 영영 못 나오는 줄 알았어."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그런데 친절한 황새님이 나를 구해 주셨어. 나중에 머리를 얻게 되면 꼭 황새님을 다시 찾아가서 은혜를 갚을 거야." "괜찮아." 옆에서 함께 날던 황새가 말했어요. "나는 곤란한 일을 겪는 이를 돕는 게 늘 좋거든. 하지만 이제 가 봐야겠어. 둥지에서 아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단다. 너희가 에메랄드 시티를 꼭 찾기를, 그리고 오즈가 너희를 도와주기를 바랄게." "고맙습니다."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그러자 친절한 황새는 하늘로 날아올라 이내 보이지 않게 되었답니다. 모두 걸으면서 알록달록한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었어요. 그리고 사랑스러운 꽃들을 바라보았지요. 꽃은 점점 빽빽해져서 이제 땅바닥이 온통 꽃으로 덮여 있었어요. 크고 노란 꽃, 하얀 꽃, 파란 꽃, 보라 꽃이 피어 있었답니다. 그 사이사이에는 새빨간 양귀비가 커다랗게 무리 지어 피어 있었는데, 빛깔이 어찌나 고운지 도로시의 눈이 다 부실 정도였어요. "정말 예쁘지 않니?" 소녀가 밝은 꽃들의 알싸한 향기를 들이마시며 물었어요. "그런 것 같아."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나한테 머리가 생기면 아마 더 좋아하게 되겠지." "나한테 심장만 있다면 이 꽃들을 정말 사랑할 텐데." 양철 나무꾼이 덧붙였어요. "나는 꽃을 늘 좋아했어." 사자가 말했어요. "꽃은 참 여리고 힘없어 보이잖아. 그런데 숲속에는 이렇게 고운 꽃이 하나도 없었어." 이제 커다란 새빨간 양귀비는 점점 더 많아지고, 다른 꽃들은 점점 줄어들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은 온통 양귀비뿐인 드넓은 벌판 한가운데에 들어서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 꽃이 한곳에 많이 모여 있으면 향기가 아주 독해진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어요. 그 향기를 맡은 사람은 누구든 잠이 들고 만답니다. 그리고 잠든 이를 꽃향기에서 멀리 옮겨 놓지 않으면, 영영 깨어나지 못한 채 계속 잠만 자게 되지요. 하지만 도로시는 그것을 알지 못했어요. 게다가 사방에 가득한 새빨간 꽃들에서 벗어날 수도 없었지요. 그래서 곧 눈꺼풀이 무거워졌어요. 어디든 앉아서 쉬고 자야만 할 것 같았답니다. 하지만 양철 나무꾼이 그러지 못하게 했어요.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노란 벽돌길로 돌아가야 해." 나무꾼이 말했어요. 허수아비도 같은 생각이었지요. 그래서 모두 계속 걸었어요. 그러다 도로시는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어요. 자기도 모르게 눈이 스르르 감겼지요. 그러고는 여기가 어디인지도 잊은 채 양귀비꽃 사이로 쓰러져 깊이 잠들어 버렸답니다. "어떻게 하지?" 양철 나무꾼이 물었어요. "여기 두고 가면 도로시는 죽고 말 거야." 사자가 말했어요. "이 꽃향기가 우리 모두를 죽이고 있어. 나도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어. 강아지는 벌써 잠들었고." 정말 그랬어요. 토토는 어린 주인 옆에 쓰러져 있었지요. 하지만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은 살로 된 몸이 아니어서 꽃향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답니다. "빨리 달려." 허수아비가 사자에게 말했어요. "그래서 이 무서운 꽃밭에서 되도록 빨리 빠져나가. 도로시는 우리가 데려갈게. 하지만 네가 잠들어 버리면, 너는 너무 커서 우리가 옮길 수가 없어." 그래서 사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힘껏 앞으로 내달렸어요. 순식간에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지요. "우리 손으로 의자를 만들어서 도로시를 옮기자."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그래서 둘은 토토를 안아다가 도로시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어요. 그런 다음 손을 맞잡아 앉는 자리를 만들고, 팔로는 팔걸이를 만들었지요. 그렇게 잠든 소녀를 둘 사이에 앉히고 꽃밭 사이를 지나갔답니다. 둘은 걷고 또 걸었어요. 사방을 뒤덮은 그 무서운 꽃 융단은 끝이 없을 것만 같았지요. 둘은 강이 굽이도는 대로 따라갔어요. 그러다 마침내 친구인 사자를 발견했어요. 사자는 양귀비꽃 사이에 누워 깊이 잠들어 있었답니다. 꽃향기는 그 커다란 짐승에게도 너무 독했던 거예요. 사자는 끝내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지요. 양귀비 꽃밭이 끝나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자리였어요. 그 너머로는 부드러운 풀이 아름다운 초록 들판을 이루며 펼쳐져 있었답니다. "우리가 사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어." 양철 나무꾼이 슬프게 말했어요. "너무 무거워서 들 수가 없으니까. 여기 두고 갈 수밖에 없어. 사자는 영영 잠들어 있겠지. 어쩌면 마침내 용기를 얻는 꿈을 꿀지도 모르겠어." "안타까워."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사자는 그렇게 겁이 많으면서도 참 좋은 친구였는데. 하지만 이제 가자." 둘은 잠든 소녀를 강가의 예쁜 자리로 데려갔어요. 양귀비 들판에서 충분히 멀어서, 꽃의 독한 향기를 더는 마시지 않을 만한 곳이었지요. 둘은 그곳 부드러운 풀밭에 도로시를 살며시 눕혔어요. 그리고 상쾌한 바람이 도로시를 깨워 주기를 기다렸답니다. ## 제9장 들쥐 여왕 "이제 노란 벽돌길에서 그리 멀지 않을 거야." 허수아비가 도로시 옆에 서서 말했어요. "강물에 떠내려간 만큼은 거의 다 되돌아왔으니까." 양철 나무꾼이 막 대답하려는 참이었어요. 그때 나지막한 으르렁 소리가 들렸지요. 나무꾼이 고개를 돌렸어요. 경첩이 달린 목은 아주 부드럽게 잘 돌아갔답니다. 그러자 이상한 짐승 한 마리가 풀밭을 껑충껑충 뛰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어요. 그것은 정말로 크고 누런 살쾡이였어요. 나무꾼은 저 녀석이 무언가를 쫓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귀는 머리에 착 붙어 있고, 입은 크게 벌어져 못생긴 이빨이 두 줄로 드러나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빨간 두 눈은 불덩이처럼 이글거렸어요. 살쾡이가 가까이 오자, 양철 나무꾼은 그 앞에서 도망치는 작은 회색 들쥐 한 마리를 보았어요. 나무꾼에게는 심장이 없었지만, 살쾡이가 저렇게 예쁘고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작은 짐승을 죽이려 하는 건 나쁜 일이라는 걸 알았답니다. 그래서 나무꾼은 도끼를 번쩍 들었어요. 살쾡이가 옆을 스쳐 달려가는 순간, 재빨리 도끼를 내리쳤지요. 살쾡이의 머리는 몸에서 싹둑 잘려 나갔고, 두 동강 난 몸은 나무꾼의 발 앞에 굴러떨어졌어요. 이제 원수에게서 벗어난 들쥐는 걸음을 뚝 멈추었어요. 그러고는 천천히 나무꾼에게 다가와 찍찍거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답니다. "아, 고마워요! 내 목숨을 구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그런 말씀 마세요." 나무꾼이 대답했어요. "저는 심장이 없잖아요. 그래서 친구가 필요한 이라면 누구든 돕자고 늘 마음을 쓰고 있답니다. 그게 그저 작은 들쥐 한 마리라 해도 말이에요." "그저 들쥐라니요!" 작은 짐승이 발끈해서 외쳤어요. "나는 여왕이에요. 온 들쥐들의 여왕이란 말이에요!" "아, 그러셨군요." 나무꾼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어요. "그러니 그대는 내 목숨을 구해서 용감한 일을 했을 뿐 아니라, 아주 훌륭한 일을 한 거예요." 여왕이 덧붙였어요. 바로 그때, 들쥐 여러 마리가 작은 다리로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어요. 들쥐들은 여왕을 보자 소리쳤지요. "아, 여왕님! 저희는 여왕님께서 목숨을 잃으신 줄 알았어요! 어떻게 그 커다란 살쾡이한테서 빠져나오셨나요?" 들쥐들은 작은 여왕에게 어찌나 깊이 절을 했는지, 하마터면 물구나무를 설 뻔했답니다. "이 재미있게 생긴 양철 아저씨가," 여왕이 대답했어요. "살쾡이를 물리치고 내 목숨을 구해 주었단다. 그러니 앞으로 너희 모두 이분을 섬기고, 아무리 작은 부탁이라도 다 들어드려야 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들쥐들이 가느다란 목소리로 한꺼번에 외쳤어요. 그러더니 사방으로 후다닥 흩어졌지요. 토토가 잠에서 깨어났거든요. 토토는 둘레에 들쥐가 잔뜩 있는 걸 보고 신이 나서 컹 하고 한 번 짖더니, 무리 한가운데로 훌쩍 뛰어들었어요. 토토는 캔자스에 살 때부터 쥐 쫓는 놀이를 무척 좋아했고, 그게 나쁜 일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양철 나무꾼이 얼른 토토를 두 팔로 붙잡아 꼭 끌어안았어요. 그러고는 들쥐들을 향해 외쳤지요. "돌아와요! 돌아와요! 토토는 여러분을 해치지 않을 거예요." 그러자 들쥐 여왕이 풀숲 아래에서 고개를 쏙 내밀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어요. "저 개가 우리를 물지 않는 게 확실한가요?" "제가 물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나무꾼이 말했어요. "그러니 무서워하지 마세요." 들쥐들이 하나둘 슬금슬금 돌아왔어요. 토토도 다시는 짖지 않았지요. 토토는 나무꾼의 팔에서 빠져나오려고 애를 썼어요. 나무꾼이 양철로 만들어졌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물기까지 했을 거예요. 마침내 가장 큰 들쥐 한 마리가 입을 열었어요. "저희가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들쥐가 물었어요. "저희 여왕님의 목숨을 구해 주신 은혜를 갚고 싶어서요." "제가 아는 건 없는데요." 나무꾼이 대답했어요. 그런데 허수아비가 얼른 끼어들었어요. 허수아비는 아까부터 골똘히 생각해 보려 애쓰고 있었지만, 머릿속이 짚으로 채워져 있어서 좀처럼 생각이 나지 않던 참이었지요. "아, 있어요! 우리 친구 겁쟁이 사자를 구해 주세요. 양귀비 들판에서 잠들어 버렸거든요." "사자라고요!" 작은 여왕이 외쳤어요. "아니, 그러면 우리를 몽땅 잡아먹을 텐데요." "아, 아니에요." 허수아비가 딱 잘라 말했어요. "이 사자는 겁쟁이랍니다." "정말인가요?" 들쥐가 물었어요. "사자가 스스로 그렇게 말하는걸요."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그리고 사자는 우리 친구라면 누구도 절대 해치지 않아요. 여러분이 사자를 구하는 걸 도와주시면, 사자가 여러분 모두에게 다정하게 대하도록 제가 약속할게요." "좋아요." 여왕이 말했어요. "그대들을 믿겠어요. 그런데 우리가 무엇을 하면 되죠?" "당신을 여왕이라 부르고 기꺼이 말을 따르는 들쥐가 많이 있나요?" "아, 그럼요. 수천 마리나 된답니다." 여왕이 대답했어요. "그러면 되도록 빨리 다들 이리로 오라고 불러 주세요. 그리고 한 마리마다 긴 끈을 하나씩 물고 오게 해 주세요." 여왕은 곁을 지키던 들쥐들에게 돌아서서, 지금 당장 가서 온 백성을 데려오라고 일렀어요. 들쥐들은 명령을 듣자마자 있는 힘껏 사방으로 달려 나갔답니다. "자," 허수아비가 양철 나무꾼에게 말했어요. "너는 강가에 있는 저 나무들한테 가서 사자를 실어 나를 수레를 만들어야 해." 그래서 나무꾼은 곧장 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일을 시작했어요. 굵은 가지를 잘라 잎사귀와 잔가지를 모두 쳐내고, 금세 수레를 만들었지요. 나무못을 박아 단단히 이어 붙이고, 큰 나무줄기를 짧게 토막 내어 바퀴 네 개를 만들었어요. 어찌나 빠르고 솜씨 좋게 일했는지, 들쥐들이 도착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수레가 벌써 다 준비되어 있었답니다. 들쥐들은 사방에서 몰려왔어요. 수천 마리나 되었지요. 큰 들쥐, 작은 들쥐, 중간쯤 되는 들쥐까지, 저마다 입에 끈을 하나씩 물고 있었어요. 도로시가 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뜬 것이 바로 이때쯤이었답니다. 도로시는 자기가 풀밭에 누워 있고, 수천 마리 들쥐가 빙 둘러서서 조심스레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고 몹시 놀랐어요. 하지만 허수아비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지요. 그러고는 점잖은 작은 들쥐 쪽으로 돌아서서 말했어요. "소개할게. 이분이 바로 들쥐 여왕님이셔." 도로시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여왕은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했어요. 그러고 나서 여왕은 어린 소녀와 아주 다정한 사이가 되었답니다. 이제 허수아비와 나무꾼은 들쥐들이 가져온 끈으로 들쥐들을 수레에 매기 시작했어요. 끈 한쪽 끝은 들쥐 한 마리의 목에 묶고, 다른 쪽 끝은 수레에 묶었지요. 물론 수레는 그것을 끌 들쥐들보다 천 배는 컸어요. 하지만 들쥐가 모두 매이고 나자 수레는 아주 가뿐하게 굴러갔답니다.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이 올라타도 될 정도였어요. 둘은 이 우스꽝스러운 작은 말들에게 이끌려, 사자가 잠들어 있는 곳까지 쌩쌩 달려갔지요. 사자는 무거웠기 때문에, 아주 힘들게 애를 쓴 끝에야 겨우 수레 위에 올릴 수 있었어요. 그러자 여왕이 서둘러 백성들에게 출발하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들쥐들이 양귀비 사이에 너무 오래 있으면 저희도 잠들어 버릴까 봐 걱정되었거든요. 처음에는 작은 들쥐들이 수가 아무리 많아도 무겁게 실린 수레를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어요. 하지만 나무꾼과 허수아비가 뒤에서 함께 밀어 주자 훨씬 나아졌지요. 이윽고 들쥐들은 사자를 양귀비 들판 밖 푸른 벌판으로 끌어냈어요. 그곳에서 사자는 꽃들의 독한 향기 대신, 달콤하고 신선한 공기를 다시 마실 수 있었답니다. 도로시가 마중을 나와, 친구를 죽음에서 구해 준 작은 들쥐들에게 따뜻하게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도로시는 커다란 사자를 무척 좋아하게 된 터라, 사자가 무사히 구해져서 정말 기뻤답니다. 그런 다음 들쥐들은 수레에서 풀려나, 풀밭 사이로 후다닥 집을 향해 달려갔어요. 들쥐 여왕이 맨 마지막으로 떠났지요. "혹시 다시 우리가 필요하면," 여왕이 말했어요. "들판으로 나와서 불러 주세요. 그러면 우리가 그 소리를 듣고 도우러 올게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모두가 대답했어요. 그러자 여왕은 쪼르르 달려갔지요. 도로시는 토토가 여왕을 뒤쫓아 가서 놀라게 할까 봐 토토를 꼭 붙잡고 있었답니다. 그런 다음 모두 사자가 깨어날 때까지 사자 옆에 앉아 있었어요. 허수아비는 가까운 나무에서 열매를 따다 도로시에게 주었고, 도로시는 그것으로 저녁을 먹었답니다. ## 제10장 성문지기 겁쟁이 사자는 한참이 지나서야 깨어났어요. 양귀비 들판에 오래도록 누워서 그 무서운 향기를 잔뜩 들이마셨거든요. 하지만 눈을 뜨고 수레에서 굴러 내려왔을 때, 자기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알고는 무척 기뻐했답니다. "나는 있는 힘껏 달렸어." 사자가 자리에 앉아 하품하며 말했어요. "그런데 꽃들이 나보다 훨씬 셌어. 나를 어떻게 꺼냈니?" 그러자 친구들은 들쥐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들쥐들이 얼마나 착한 마음으로 사자를 죽음에서 구해 주었는지도요. 그 말을 듣고 겁쟁이 사자는 껄껄 웃으며 말했답니다. "나는 늘 내가 아주 크고 무섭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꽃처럼 작은 것 때문에 죽을 뻔했고, 생쥐처럼 조그만 동물이 내 목숨을 구해 주었네. 참 이상한 일이야! 그런데 얘들아, 이제 우리 뭘 하지?" "노란 벽돌길을 다시 찾을 때까지 계속 가야 해." 도로시가 말했어요. "그런 다음에 에메랄드 시티까지 쭉 가면 되지." 사자는 완전히 기운을 되찾아 다시 예전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그래서 모두 함께 길을 나섰지요. 부드럽고 싱그러운 풀밭을 걷는 게 무척 즐거웠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란 벽돌길에 다다랐고, 위대한 오즈가 사는 에메랄드 시티 쪽으로 다시 방향을 잡았어요. 이제 길은 매끈하게 잘 깔려 있었고, 둘레의 마을도 아름다웠어요. 여행자들은 어두컴컴한 그늘 속에서 만났던 온갖 위험과 함께 숲을 멀리 뒤로한 것이 무척 기뻤답니다. 길가에는 다시 울타리가 보였어요. 그런데 그 울타리는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었지요. 농부가 사는 듯한 작은 집에 이르렀는데, 그 집도 초록색이었어요. 오후 내내 그런 집을 여러 채 지나쳤답니다. 가끔 사람들이 문가로 나와서 뭔가 묻고 싶은 얼굴로 쳐다보았어요. 하지만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았고 말을 걸지도 않았어요. 커다란 사자가 몹시 무서웠거든요. 사람들은 모두 고운 에메랄드빛 초록 옷을 입고, 먼치킨 사람들처럼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었답니다. "여기가 오즈의 나라인가 봐." 도로시가 말했어요. "우리 이제 틀림없이 에메랄드 시티에 가까워지고 있어." "맞아."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여기는 뭐든지 다 초록색이야. 먼치킨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파란색을 제일 좋아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사람들이 먼치킨 사람들만큼 다정해 보이지는 않네. 오늘 밤 묵을 곳을 못 찾을까 봐 걱정이야." "나는 과일 말고 다른 것도 좀 먹고 싶어." 도로시가 말했어요. "토토도 배가 몹시 고플 거야. 다음 집에 들러서 사람들에게 부탁해 보자." 그래서 꽤 큰 농가에 이르자, 도로시는 씩씩하게 문 앞으로 걸어가 문을 두드렸어요. 한 아주머니가 밖을 겨우 내다볼 만큼만 문을 열고 말했어요. "얘야, 무슨 일이니? 그리고 저 커다란 사자는 왜 너와 같이 있는 거니?" "괜찮으시면 오늘 밤 여기서 묵고 싶어요."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사자는 제 친구이고 함께 길을 가는 동무예요. 절대로 아주머니를 해치지 않을 거예요." "저 사자는 순하니?" 아주머니가 문을 조금 더 열며 물었어요. "네, 그럼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게다가 아주 겁쟁이랍니다. 아주머니가 사자를 무서워하시는 것보다 사자가 아주머니를 더 무서워할걸요." "그렇구나." 아주머니는 곰곰이 생각하고 사자를 한 번 더 흘깃 보고는 말했어요. "그렇다면 들어오렴. 저녁도 주고 잠자리도 마련해 주마." 그래서 모두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집에는 아주머니 말고도 아이 둘과 아저씨 한 분이 있었어요. 아저씨는 다리를 다쳐서 구석에 놓인 긴 의자에 누워 있었지요. 사람들은 이렇게 이상한 일행을 보고 몹시 놀란 것 같았어요. 아주머니가 상을 차리느라 바쁜 동안 아저씨가 물었답니다. "다들 어디로 가는 길이니?" "에메랄드 시티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위대한 오즈를 만나러 가요." "저런, 정말이니!" 아저씨가 깜짝 놀라 소리쳤어요. "오즈가 너희를 만나 줄 것 같니?" "왜 안 만나 주시겠어요?" 도로시가 되물었어요. "글쎄, 오즈는 아무도 자기 앞에 들이지 않는다더구나. 나는 에메랄드 시티에 여러 번 가 봤단다. 아름답고 놀라운 곳이지. 하지만 나도 위대한 오즈를 뵌 적이 없어. 오즈를 봤다는 사람도 여태 한 명도 못 만나 봤단다." "오즈는 밖에 나오지 않나요?" 허수아비가 물었어요. "한 번도 안 나온단다. 오즈는 날마다 궁전의 커다란 왕좌의 방에 앉아 있대. 시중드는 사람들조차 얼굴을 마주 보지 못한다는구나." "오즈는 어떻게 생겼어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그건 말하기 어렵구나." 아저씨가 생각에 잠겨 말했어요. "오즈는 위대한 마법사라서 원하는 대로 어떤 모습이든 될 수 있거든. 그래서 어떤 사람은 새처럼 생겼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코끼리처럼 생겼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고양이처럼 생겼다고 한단다. 아름다운 요정으로 보였다는 사람도 있고, 꼬마 도깨비로 보였다는 사람도 있어. 마음 내키는 대로 무슨 모습이든 된다지 뭐냐. 하지만 본래 모습으로 있을 때 진짜 오즈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살아 있는 그 누구도 말하지 못한단다." "참 이상하네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오즈를 만나 봐야 해요. 안 그러면 여기까지 온 게 다 헛일이 되잖아요." "너희는 왜 그 무시무시한 오즈를 만나려고 하니?" 아저씨가 물었어요. "저는 오즈에게 머리를 얻고 싶어요." 허수아비가 간절하게 말했어요. "아, 그거야 오즈가 아주 쉽게 해 줄 수 있지." 아저씨가 힘주어 말했어요. "오즈는 쓰고도 남을 만큼 머리가 많으니까." "저는 심장을 얻고 싶어요."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그것도 오즈에게는 어렵지 않을 거야." 아저씨가 말을 이었어요. "오즈에게는 온갖 크기와 모양의 심장이 잔뜩 있거든." "저는 용기를 얻고 싶어요." 겁쟁이 사자가 말했어요. "오즈는 왕좌의 방에 용기가 가득 든 커다란 항아리를 두고 있단다." 아저씨가 말했어요. "넘쳐흐르지 않게 황금 접시로 덮어 두었지. 너에게도 기꺼이 조금 나눠 줄 거야." "저는 오즈가 저를 캔자스로 돌려보내 주면 좋겠어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캔자스가 어디니?" 아저씨가 놀라며 물었어요. "저도 몰라요." 도로시가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하지만 제 집이에요.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뭐, 오즈는 못 하는 게 없으니 캔자스도 찾아 줄 거야. 하지만 먼저 오즈를 만나야 하는데, 그게 아주 어려운 일이란다. 위대한 마법사는 누구도 만나기 싫어하고, 늘 제 마음대로 하니까. 그런데 *너는* 뭘 원하니?" 아저씨가 이번에는 토토에게 말을 걸었어요. 토토는 그저 꼬리를 흔들 뿐이었어요. 이상하게도 토토는 말을 할 줄 몰랐거든요. 아주머니가 저녁이 다 되었다고 모두를 불렀어요. 그래서 다들 식탁에 둘러앉았지요. 도로시는 맛있는 죽 한 그릇과 달걀 볶음 한 접시, 하얗고 고운 빵 한 접시를 아주 맛있게 먹었답니다. 사자도 죽을 조금 먹었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귀리로 만든 죽인데 귀리는 말이 먹는 것이지 사자가 먹을 것은 아니라면서요.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요. 토토는 이것저것 조금씩 먹었고, 오랜만에 푸짐한 저녁을 먹게 되어 기뻐했답니다. 아주머니는 도로시에게 잠잘 침대를 내주었어요. 토토는 도로시 곁에 누웠지요. 사자는 도로시가 방해받지 않도록 방문을 지켜 주었답니다.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은 구석에 서서 밤새 조용히 있었어요. 물론 둘은 잠을 잘 수가 없었으니까요. 다음 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일행은 다시 길을 떠났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앞쪽 하늘에 아름다운 초록빛이 감도는 것이 보였답니다. "저게 에메랄드 시티인가 봐." 도로시가 말했어요. 걸어갈수록 초록빛은 점점 더 밝아졌어요. 드디어 긴 여행의 끝에 다가온 것 같았지요. 그래도 도시를 둘러싼 커다란 성벽에 다다른 것은 오후가 되어서였답니다. 성벽은 높고 두꺼웠고, 밝은 초록색이었어요. 바로 눈앞, 노란 벽돌길이 끝나는 자리에는 커다란 성문이 있었어요. 성문에는 에메랄드가 촘촘히 박혀 있었는데, 햇빛에 어찌나 반짝이던지 그림으로 그린 허수아비의 눈마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답니다. 성문 옆에는 종이 하나 달려 있었어요. 도로시가 단추를 누르자 안쪽에서 은방울 같은 소리가 딸랑 울렸지요. 그러자 커다란 성문이 천천히 열렸어요. 모두 안으로 들어서니 천장이 높다랗게 둥근 방이 나왔답니다. 벽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에메랄드가 반짝이고 있었어요. 그들 앞에는 먼치킨 사람들만 한 작은 남자가 서 있었어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초록색 옷을 입었고, 살갗까지 초록빛이 돌았답니다. 옆에는 커다란 초록색 상자가 놓여 있었어요. 남자는 도로시와 친구들을 보고 물었어요. "에메랄드 시티에 무슨 일로 왔지?" "저희는 위대한 오즈를 만나러 왔어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남자는 이 대답에 어찌나 놀랐던지 자리에 앉아 곰곰이 생각했어요. "누가 오즈를 만나게 해 달라고 한 건 아주 오랜만이구나." 남자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오즈는 힘이 세고 무섭단다. 쓸데없고 어리석은 일로 찾아와서 위대한 마법사의 깊은 생각을 방해하면, 화가 나서 너희를 순식간에 없애 버릴지도 몰라." "쓸데없거나 어리석은 일이 아니에요."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아주 중요한 일이랍니다. 게다가 저희는 오즈가 착한 마법사라고 들었어요." "그렇긴 하지." 초록색 남자가 말했어요. "오즈는 에메랄드 시티를 지혜롭고 훌륭하게 다스린단다. 하지만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나 그저 궁금해서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아주 무서운 분이야. 감히 얼굴을 보여 달라고 한 사람은 여태 몇 없었단다. 나는 성문지기야. 너희가 위대한 오즈를 꼭 만나겠다고 하니 궁전으로 데려가 주마. 하지만 먼저 안경을 써야 한단다." "왜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안경을 쓰지 않으면 에메랄드 시티의 밝고 눈부신 빛에 눈이 멀어 버리거든.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밤이나 낮이나 안경을 써야 한단다. 안경은 모두 자물쇠로 잠가 놓지. 도시를 처음 지을 때 오즈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거든. 그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는 내가 가진 것 하나뿐이란다." 성문지기가 커다란 상자를 열자, 도로시는 그 안에 온갖 크기와 모양의 안경이 가득한 것을 보았어요. 안경알은 모두 초록색이었지요. 성문지기는 도로시에게 꼭 맞는 초록 안경을 하나 찾아 눈에 씌워 주었어요. 안경에는 황금 띠 두 개가 달려 있어서 뒤통수를 빙 둘러 감쌌고, 거기서 작은 열쇠로 잠기게 되어 있었답니다. 그 열쇠는 성문지기가 목에 걸고 있는 사슬 끝에 매달려 있었어요. 한번 씌우고 나자 도로시는 벗고 싶어도 벗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에메랄드 시티의 눈부신 빛에 눈이 멀고 싶지는 않았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요. 그런 다음 초록색 남자는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과 사자에게도 안경을 맞춰 주었어요. 작은 토토에게까지 씌워 주었지요. 모두 열쇠로 단단히 잠갔답니다. 마지막으로 성문지기는 자기 안경을 쓰고, 이제 궁전으로 안내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했어요. 벽에 걸린 못에서 커다란 황금 열쇠를 꺼내 또 다른 문을 열자, 모두 그를 따라 문을 지나 에메랄드 시티의 거리로 들어섰답니다. ## 제11장 오즈의 놀라운 도시 초록 안경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는데도, 도로시와 친구들은 처음에 그 놀라운 도시의 눈부신 빛에 눈이 아찔했어요. 거리에는 아름다운 집들이 늘어서 있었어요. 집은 모두 초록 대리석으로 지었고, 여기저기 반짝이는 에메랄드가 박혀 있었지요. 발밑의 길바닥도 똑같은 초록 대리석이었어요. 돌과 돌이 맞닿은 자리마다 에메랄드가 촘촘히 줄지어 박혀서 햇빛을 받아 반짝였답니다. 창유리도 초록빛 유리였어요. 도시 위의 하늘까지 초록빛이 돌았고, 쏟아지는 햇살마저 초록색이었어요. 사람들도 많았어요. 남자도 여자도 아이들도 거리를 걸어 다녔는데, 다들 초록색 옷을 입었고 살빛도 초록빛이 돌았어요. 사람들은 도로시와 그 이상한 일행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아이들은 사자를 보자마자 모두 달아나 엄마 뒤에 숨었지요. 하지만 아무도 말을 걸지는 않았어요. 거리에는 가게가 많았는데, 도로시가 보니 가게 안의 물건도 전부 초록색이었어요. 초록 사탕과 초록 팝콘을 팔았고, 초록 신발과 초록 모자와 온갖 초록 옷도 팔았어요. 어느 자리에서는 한 남자가 초록 레모네이드를 팔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그걸 사는 모습을 보니, 값도 초록색 동전으로 치르더군요. 말도 다른 짐승도 하나 보이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작은 초록 수레에 물건을 싣고 앞으로 밀며 다녔지요. 다들 행복하고 넉넉해 보였고,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빛이 가득했어요. 성문지기는 그들을 이끌고 거리를 지나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건물 앞에 이르렀어요. 그곳이 바로 위대한 마법사 오즈의 궁전이었답니다. 문 앞에는 병사 한 명이 서 있었어요. 초록색 제복을 입고 기다란 초록 수염을 기른 병사였지요. "낯선 손님들이 왔소." 성문지기가 병사에게 말했어요. "위대한 오즈를 뵙게 해 달라는군." "안으로 드시지요." 병사가 대답했어요. "제가 그 말씀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궁전 문을 지나 커다란 방으로 안내되었어요. 초록 양탄자가 깔려 있고, 에메랄드가 박힌 예쁜 초록 가구들이 놓인 방이었지요. 병사는 그 방에 들어가기 전에 모두에게 초록 깔개에 발을 닦게 했어요. 다들 자리에 앉자 병사가 공손하게 말했어요. "제가 왕좌의 방 문 앞에 가서 여러분이 오셨다고 오즈께 아뢰고 오겠습니다. 그동안 편히 쉬고 계세요." 병사가 돌아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어요. 마침내 병사가 돌아오자 도로시가 물었어요. "오즈를 만나 보셨어요?" "아니요, 저는 한 번도 뵌 적이 없답니다." 병사가 대답했어요. "가림막 뒤에 앉아 계신 오즈께 말씀만 올렸지요. 오즈께서는 여러분이 원한다면 만나 주시겠다고 하셨어요. 다만 한 사람씩 혼자 들어가야 하고, 하루에 한 사람만 들이시겠다고요. 그러니 며칠은 궁전에 머무셔야 해요. 먼 길 오시느라 고단하셨을 테니, 편히 쉬실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오즈는 참 친절한 분이네요." 병사가 초록색 호루라기를 불자 곧바로 젊은 아가씨 한 명이 방으로 들어왔어요. 예쁜 초록 비단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였지요. 머리카락도 초록빛으로 곱고 눈동자도 초록색이었어요. 아가씨는 도로시 앞에서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말했어요. "저를 따라오세요. 방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그래서 도로시는 토토만 빼고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어요. 강아지를 품에 안고 초록 아가씨를 따라 복도 일곱 개를 지나고 계단 세 층을 올라가니, 궁전 앞쪽에 있는 방이 나왔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작은 방이었답니다. 폭신하고 편안한 침대에는 초록 비단 시트가 깔려 있고 초록 벨벳 이불이 덮여 있었어요. 방 한가운데에는 작은 분수가 있어서 초록빛 향기를 안개처럼 공중으로 뿜어 올렸고, 그 물방울은 예쁘게 조각한 초록 대리석 대야로 다시 떨어졌지요. 창가에는 아름다운 초록 꽃들이 놓여 있었고, 선반에는 작은 초록 책들이 줄지어 꽂혀 있었어요. 나중에 시간이 나서 도로시가 그 책들을 펼쳐 보니, 안에는 이상한 초록 그림들이 가득했어요. 어찌나 우스운지 도로시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답니다. 옷장 안에는 초록 드레스가 많이 걸려 있었어요. 비단과 공단과 벨벳으로 지은 옷이었는데, 하나같이 도로시 몸에 꼭 맞았어요. "여기를 내 집처럼 편히 여기세요." 초록 아가씨가 말했어요. "무엇이든 필요하면 종을 울리시고요. 오즈께서는 내일 아침에 부르실 거예요." 아가씨는 도로시를 혼자 두고 다른 친구들에게 돌아갔어요. 친구들도 저마다 방으로 안내했지요. 다들 궁전에서 아주 기분 좋은 자리에 묵게 되었어요. 물론 허수아비에게는 이런 친절이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방에 혼자 남게 되자 허수아비는 문간 바로 안쪽 한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아침이 오기만 기다렸으니까요. 누워 봐야 쉬어지지도 않고, 눈을 감을 수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밤새도록 방 한구석에서 거미줄을 치는 작은 거미만 바라보았답니다.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방에 있다는 건 아랑곳도 하지 않고 말이에요. 양철 나무꾼은 버릇대로 침대에 누웠어요. 살과 피로 되어 있던 시절이 떠올랐거든요.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아서, 밤새 관절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잘 돌아가는지 살폈지요. 사자는 숲속의 마른 잎 잠자리가 더 좋았고, 방에 갇혀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런 일로 속을 끓일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지요. 그래서 침대 위로 훌쩍 뛰어올라 고양이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는, 그르렁거리다가 금세 잠이 들었답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자 초록 아가씨가 도로시를 데리러 왔어요. 아가씨는 도로시에게 가장 예쁜 드레스를 입혀 주었어요. 초록 무늬가 도톰하게 짜인 공단 드레스였지요. 도로시는 초록 비단 앞치마를 두르고 토토의 목에 초록 리본을 매어 주었어요. 그러고는 위대한 오즈의 왕좌의 방으로 향했답니다. 먼저 커다란 홀에 이르렀는데, 그곳에는 궁전의 귀부인과 귀족들이 많이 있었어요. 다들 화려한 옷차림이었지요. 이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었어요. 그래도 아침마다 왕좌의 방 밖에 나와 기다렸답니다. 오즈를 만나는 일은 한 번도 허락된 적이 없는데도 말이에요. 도로시가 들어서자 사람들은 신기한 듯 쳐다보았고, 그중 한 사람이 속삭였어요. "정말로 무시무시한 오즈의 얼굴을 보러 가는 거예요?" "그럼요."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저를 만나 주신다면요." "아, 만나 주실 겁니다." 마법사에게 말을 전했던 병사가 말했어요. "사람들이 뵙자고 청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으시지만요. 사실 처음에는 화를 내시면서 아가씨를 오던 곳으로 돌려보내라고 하셨어요. 그러다 아가씨가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으시더군요. 제가 은구두 이야기를 꺼내니 무척 관심을 보이셨지요. 마지막으로 이마의 자국 이야기를 하니, 그제야 만나 주시겠다고 하셨답니다." 바로 그때 종이 울렸어요. 초록 아가씨가 도로시에게 말했어요. "저게 신호예요. 왕좌의 방에는 혼자 들어가셔야 해요." 아가씨가 작은 문을 열자 도로시는 씩씩하게 걸어 들어갔어요. 그러자 놀라운 곳이 눈앞에 펼쳐졌지요. 천장이 높고 둥글게 휜, 크고 둥근 방이었어요. 벽과 천장과 바닥은 커다란 에메랄드로 빈틈없이 덮여 있었어요. 천장 한가운데에는 해처럼 밝은 커다란 등불이 있어서, 에메랄드들이 눈부시게 반짝였답니다. 하지만 도로시의 눈길을 가장 붙든 것은 방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초록 대리석 왕좌였어요. 의자 모양이었고, 다른 모든 것처럼 보석으로 반짝였지요. 그런데 그 의자 한가운데에 어마어마하게 큰 머리 하나가 놓여 있었어요. 받쳐 줄 몸통도 없고 팔도 다리도 없이, 머리만 덩그러니 있었답니다.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없었지만 눈과 코와 입은 있었어요. 크기는 세상에서 가장 큰 거인의 머리보다도 훨씬 컸어요. 도로시가 놀랍고 두려운 마음으로 그것을 바라보는데, 두 눈이 천천히 움직이더니 도로시를 날카롭게 똑바로 쳐다보았어요. 그러더니 입이 움직였고, 도로시는 이런 목소리를 들었답니다. "나는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다. 너는 누구이며, 어찌하여 나를 찾아왔느냐?" 그 커다란 머리에서 나올 법한 무서운 목소리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도로시는 용기를 내어 대답했지요. "저는 작고 얌전한 도로시예요. 도움을 받으러 왔어요." 두 눈이 꼬박 일 분 동안 도로시를 곰곰이 바라보았어요. 그러더니 목소리가 말했어요. "그 은구두는 어디서 났느냐?" "동쪽 나쁜 마녀에게서 얻었어요. 우리 집이 마녀 위로 떨어져서 마녀가 죽었거든요."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이마에 있는 그 자국은 어디서 생겼느냐?" 목소리가 이어서 물었어요. "북쪽 착한 마녀가 저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여기로 보내 줄 때, 입을 맞춰 준 자리예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두 눈이 다시 날카롭게 도로시를 바라보았고, 도로시가 참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보았어요. 그러자 오즈가 물었어요. "내가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캔자스로 돌려보내 주세요. 엠 아주머니와 헨리 아저씨가 계신 곳이에요." 도로시가 간절하게 대답했어요. "이 나라는 참 아름답지만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오래 집을 비웠으니, 엠 아주머니가 얼마나 걱정하실지 몰라요." 두 눈이 세 번 깜빡였어요. 그러더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가 바닥을 내려다보고, 이리저리 어찌나 이상하게 굴리는지 방 구석구석을 다 보는 것 같았어요. 그러고는 마침내 다시 도로시를 바라보았지요. "내가 왜 너를 위해 그런 일을 해야 하지?" 오즈가 물었어요. "마법사님은 강하고 저는 약하니까요. 마법사님은 위대한 마법사이고, 저는 그저 어린 여자아이니까요." "하지만 너는 동쪽 나쁜 마녀를 죽일 만큼은 강했지 않느냐." 오즈가 말했어요. "그건 그냥 그렇게 된 거예요." 도로시가 솔직하게 대답했어요. "제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좋다." 머리가 말했어요. "내 대답을 들려주마. 너는 나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않은 채로 캔자스에 보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나라에서는 누구나 얻는 것에 값을 치러야 하지. 내 마법의 힘으로 너를 집에 보내 주기를 바란다면, 너도 먼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나를 도와라. 그러면 나도 너를 돕겠다." "무엇을 해야 하나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서쪽 나쁜 마녀를 죽여라." 오즈가 대답했어요. "하지만 저는 못 해요!" 도로시가 깜짝 놀라 외쳤어요. "너는 동쪽 마녀를 죽였고, 강한 마법이 깃든 은구두를 신고 있다. 이제 이 땅에 남은 나쁜 마녀는 하나뿐이다. 그 마녀가 죽었다고 네가 나에게 말할 수 있게 되면, 그때 너를 캔자스로 보내 주마. 그전에는 안 된다." 어린 도로시는 너무나 실망해서 울기 시작했어요. 두 눈이 다시 깜빡이며 걱정스럽게 도로시를 바라보았어요. 마치 위대한 오즈가, 도로시가 마음만 먹으면 자기를 도울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았지요. "저는 한 번도 일부러 무언가를 죽인 적이 없어요." 도로시가 흐느꼈어요. "설령 제가 그러고 싶다 해도, 어떻게 나쁜 마녀를 죽이겠어요?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께서도 손수 못 죽이시는데, 어떻게 제가 그 일을 하기를 바라시나요?" "나도 모른다." 머리가 말했어요. "하지만 그것이 내 대답이다. 나쁜 마녀가 죽기 전에는 너는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다시 볼 수 없다. 그 마녀는 나쁘다는 걸 잊지 마라. 아주 지독하게 나쁘니 마땅히 죽어야 한다. 이제 가거라. 그 일을 마치기 전에는 나를 다시 만나겠다고 청하지 마라." 도로시는 슬픈 마음으로 왕좌의 방을 나와, 사자와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왔어요. 친구들은 오즈가 도로시에게 뭐라고 했는지 몹시 궁금해했지요. "나는 이제 가망이 없어." 도로시가 슬프게 말했어요. "내가 서쪽 나쁜 마녀를 죽이기 전에는 오즈가 집에 보내 주지 않겠대. 그런데 그런 일은 내가 절대 못 해." 친구들도 안타까웠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서 도로시는 자기 방으로 가서 침대에 누웠고, 울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답니다. 다음 날 아침, 초록 수염이 난 병사가 허수아비에게 와서 말했어요. "저와 함께 가시지요. 오즈께서 부르십니다." 그래서 허수아비는 병사를 따라 커다란 왕좌의 방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에메랄드 왕좌에 앉아 있는 것은 더없이 아름다운 여인이었어요. 여인은 초록 비단 망사 옷을 입고, 흘러내리는 초록 머리카락 위에 보석 왕관을 쓰고 있었지요. 어깨에서는 날개가 돋아나 있었는데, 빛깔이 눈부시게 곱고 어찌나 가벼운지 아주 작은 바람결에도 팔랑팔랑 떨렸어요. 허수아비는 짚으로 채운 몸이 허락하는 만큼 최대한 예쁘게, 그 아름다운 이 앞에서 허리를 숙였어요. 그러자 여인이 다정하게 허수아비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나는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다. 너는 누구이며, 어찌하여 나를 찾아왔느냐?" 허수아비는 도로시에게 들은 커다란 머리를 보게 될 줄 알았기에 무척 놀랐어요. 하지만 씩씩하게 대답했지요. "저는 그저 짚으로 채운 허수아비랍니다. 그래서 생각할 줄 아는 머리가 없어요. 제 머릿속 짚 대신 그런 머리를 넣어 주십사 하고 찾아왔어요. 그러면 저도 이 나라의 다른 사람들만큼 어엿한 사람이 될 테니까요." "내가 왜 너를 위해 그런 일을 해야 하지?" 여인이 물었어요. "당신은 지혜롭고 힘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를 도와줄 수 있는 이는 달리 아무도 없으니까요."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나는 대가 없이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오즈가 말했어요. "하지만 이것만은 약속하마. 나를 위해 서쪽 나쁜 마녀를 죽여 준다면, 너에게 아주 훌륭한 머리를 잔뜩 주겠다. 어찌나 좋은 머리인지, 너는 오즈의 나라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마녀를 죽이라고 도로시에게 부탁하신 줄 알았는데요." 허수아비가 놀라서 말했어요. "그랬지. 나는 누가 죽이든 상관없다. 다만 마녀가 죽기 전에는 네 소원을 들어주지 않겠다. 이제 가거라. 그토록 바라는 머리를 얻어 낼 때까지는 나를 찾지 마라." 허수아비는 슬픈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돌아와 오즈가 한 말을 전했어요. 도로시는 위대한 마법사가 자기가 본 머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는 말에 깜짝 놀랐지요. "그래도 말이야."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그 여인도 양철 나무꾼만큼이나 마음이 필요해." 그 다음 날 아침, 초록 수염이 난 병사가 양철 나무꾼에게 와서 말했어요. "오즈께서 부르십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그래서 양철 나무꾼은 병사를 따라 커다란 왕좌의 방으로 갔어요. 오즈가 아름다운 여인일지 커다란 머리일지 알 수 없었지만, 아름다운 여인이기를 바랐지요. 나무꾼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어요. '머리라면 나에게 심장을 주지 않을 게 뻔해. 머리에는 자기 심장이 없으니 내 마음을 헤아려 줄 수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이라면 심장을 달라고 간절히 빌어야지. 여인들은 다들 마음이 따뜻하다고들 하잖아.' 그런데 나무꾼이 커다란 왕좌의 방에 들어서 보니 머리도 여인도 보이지 않았어요. 오즈가 아주 무시무시한 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었거든요. 몸집이 코끼리만큼이나 커서 초록 왕좌가 그 무게를 겨우 버티는 듯했어요. 짐승의 머리는 코뿔소를 닮았는데, 얼굴에 눈이 다섯 개나 달려 있었어요. 몸에서는 긴 팔이 다섯 개 뻗어 나왔고, 길고 가느다란 다리도 다섯 개였지요. 온몸은 두껍고 곱슬곱슬한 털로 덮여 있었어요. 그보다 더 끔찍하게 생긴 괴물은 상상할 수도 없었답니다. 그때 양철 나무꾼에게 심장이 없다는 게 다행이었어요. 심장이 있었다면 무서워서 쿵쿵 크게 뛰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양철로 되어 있었기에 나무꾼은 조금도 무섭지 않았어요. 다만 무척 실망했지요. "나는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다." 짐승이 말했어요. 온통 커다란 울부짖음 같은 목소리였지요. "너는 누구이며, 어찌하여 나를 찾아왔느냐?" "저는 나무꾼인데, 양철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심장이 없고 사랑할 줄도 모릅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될 수 있도록 심장을 하나 주십시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짐승이 따져 물었어요. "제가 청하기 때문이고, 그것을 들어주실 수 있는 분은 오직 당신뿐이기 때문입니다." 나무꾼이 대답했어요. 오즈는 이 말에 낮게 으르렁거리더니 퉁명스럽게 말했어요. "정말로 심장을 바란다면, 스스로 얻어 내야 한다." "어떻게요?" 나무꾼이 물었어요. "도로시를 도와 서쪽 나쁜 마녀를 죽여라." 짐승이 대답했어요. "마녀가 죽거든 나에게 오너라. 그러면 오즈의 나라에서 가장 크고 가장 다정하고 가장 사랑이 넘치는 심장을 주겠다." 그래서 양철 나무꾼은 슬픈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돌아가, 자기가 본 무시무시한 짐승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다들 위대한 마법사가 그렇게 여러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데 무척 놀랐지요. 그러자 사자가 말했어요. "내가 갔을 때 짐승 모습이면, 있는 힘껏 크게 울부짖어서 겁을 줘야지. 그러면 내가 부탁하는 걸 다 들어줄 거야. 아름다운 여인이면 덤벼드는 척해서 내 말을 듣게 만들 테고. 커다란 머리라면 아주 쉽지. 우리가 바라는 걸 주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그 머리를 방 안에서 데굴데굴 굴려 버릴 거야. 그러니 다들 기운 내. 다 잘될 테니까." 다음 날 아침, 초록 수염이 난 병사가 사자를 커다란 왕좌의 방으로 데려가서 오즈 앞으로 들어가라고 했어요. 사자는 곧바로 문을 지나 들어갔어요. 그러고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지요. 왕좌 앞에 불덩어리가 하나 있었거든요. 어찌나 사납게 이글거리는지 똑바로 바라보기도 힘들었어요. 사자는 처음에 오즈가 실수로 불이 붙어서 타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까이 가 보려 하자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수염이 그을렸어요. 사자는 벌벌 떨며 문 가까운 쪽으로 슬금슬금 물러났답니다. 그때 불덩어리에서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어요. 이런 말이었지요. "나는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다. 너는 누구이며, 어찌하여 나를 찾아왔느냐?" 사자가 대답했어요. "저는 겁쟁이 사자입니다. 무엇이든 다 무서워하지요. 용기를 주십사 하고 찾아왔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부르는 대로 제가 정말 짐승의 왕이 될 테니까요." "내가 왜 너에게 용기를 주어야 하지?" 오즈가 따져 물었어요. "모든 마법사 가운데 당신이 가장 위대하시고, 제 청을 들어줄 힘을 가진 분도 당신뿐이니까요." 사자가 대답했어요. 불덩어리가 한동안 사납게 타올랐어요. 그러더니 목소리가 말했지요. "나쁜 마녀가 죽었다는 증거를 가져오너라. 그 순간 너에게 용기를 주겠다. 하지만 마녀가 살아 있는 한, 너는 겁쟁이로 남아야 한다." 사자는 이 말에 화가 났지만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어요. 말없이 불덩어리를 바라보고 서 있는데, 불이 어찌나 무섭게 뜨거워지는지 사자는 그만 꼬리를 말고 방에서 뛰쳐나왔지요.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요. 사자는 마법사와 나눈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답니다. "우린 이제 어떡하지?" 도로시가 슬프게 물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야." 사자가 대답했어요. "윙키 사람들의 땅으로 가서 나쁜 마녀를 찾아내 없애는 거지." "그런데 못 해내면 어떡해?" 도로시가 말했어요. "그럼 나는 영영 용기를 얻지 못하겠지." 사자가 말했어요. "나도 영영 머리를 얻지 못할 테고." 허수아비가 덧붙였어요. "나도 영영 심장을 얻지 못할 거야."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그리고 나는 엠 아주머니와 헨리 아저씨를 영영 못 보겠지." 도로시가 말하며 울기 시작했어요. "조심하세요!" 초록 아가씨가 외쳤어요. "눈물이 초록 비단 드레스에 떨어지면 얼룩이 진답니다." 그래서 도로시는 눈물을 닦고 말했어요. "해 보는 수밖에 없나 봐. 하지만 엠 아주머니를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나는 정말 누구도 죽이고 싶지 않아." "나도 같이 갈게. 그렇지만 나는 겁이 너무 많아서 마녀는 못 죽여." 사자가 말했어요. "나도 갈게."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그런데 나는 이렇게 바보라서 큰 도움은 못 될 거야." "나는 마녀라도 해칠 마음이 없어."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하지만 너희가 간다면 나도 꼭 함께 갈게." 그리하여 이튿날 아침에 길을 떠나기로 정해졌어요. 양철 나무꾼은 초록 숫돌에 도끼를 갈고 관절마다 기름을 잘 쳤어요. 허수아비는 몸에 새 짚을 채워 넣었고, 도로시는 허수아비가 더 잘 볼 수 있도록 눈에 새로 색칠을 해 주었지요. 그들에게 무척 다정했던 초록 아가씨는 도로시의 바구니에 맛있는 먹을거리를 가득 채워 주고, 초록 리본으로 토토의 목에 작은 종을 매달아 주었답니다. 다들 아주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날이 밝을 때까지 푹 잤어요. 궁전 뒷마당에 사는 초록 수탉이 울고, 초록 알을 낳은 암탉이 꼬꼬댁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답니다. ## 제12장 나쁜 마녀를 찾아서 초록 수염이 난 병사가 에메랄드 시티의 거리를 지나 일행을 데려갔어요. 이윽고 성문지기가 사는 방에 이르렀지요. 성문지기는 모두의 안경을 벗겨 커다란 상자에 도로 넣었어요. 그러고는 친구들을 위해 정중하게 성문을 열어 주었답니다. "어느 길로 가야 서쪽 나쁜 마녀에게 닿나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그리로 가는 길은 없어요," 성문지기가 대답했어요. "그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그러면 마녀를 어떻게 찾죠?" 여자아이가 물었어요. "그건 쉬울 거예요," 성문지기가 대답했어요. "여러분이 윙키 사람들의 나라에 들어온 걸 알면 마녀가 먼저 여러분을 찾아낼 테니까요. 그러고는 모두 자기 노예로 삼겠지요." "그렇게 안 될지도 몰라요,"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우리는 그 마녀를 없애 버릴 생각이거든요." "아, 그건 이야기가 다르군요," 성문지기가 말했어요. "지금까지 아무도 그 마녀를 없앤 적이 없어요. 그래서 나는 마녀가 여러분도 다른 사람들처럼 노예로 삼겠거니 했지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마녀는 나쁘고 사나워서 순순히 당해 주지 않을 거예요. 해가 지는 서쪽으로 계속 가세요. 그러면 틀림없이 마녀를 만나게 될 거예요." 친구들은 고맙다고 인사하고 작별을 나눈 뒤 서쪽으로 향했어요. 데이지와 미나리아재비가 여기저기 피어 있는 부드러운 풀밭 위를 걸었지요. 도로시는 궁전에서 갈아입은 예쁜 비단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옷은 더 이상 초록색이 아니라 새하얀 색이었어요. 토토의 목에 매인 리본도 초록빛을 잃고 도로시의 옷처럼 하얘져 있었답니다. 에메랄드 시티는 곧 저 멀리 뒤로 물러났어요. 앞으로 나아갈수록 땅은 점점 거칠어지고 언덕이 많아졌어요. 이 서쪽 나라에는 농장도 집도 없었고, 밭을 가는 사람도 없었으니까요. 오후가 되자 햇볕이 뜨겁게 얼굴을 내리쬐었어요. 그늘을 만들어 줄 나무가 한 그루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밤이 되기도 전에 도로시와 토토와 사자는 지쳐 버렸어요. 셋은 풀밭에 누워 잠이 들었고, 양철 나무꾼과 허수아비가 곁에서 망을 봐 주었답니다. 그런데 서쪽 나쁜 마녀에게는 눈이 하나뿐이었어요. 하지만 그 눈은 망원경만큼 힘이 세서 어디든 다 볼 수 있었지요. 마녀가 자기 성 문간에 앉아 있다가 무심코 둘레를 둘러보았어요. 그러다 도로시가 잠들어 있고 친구들이 그 곁에 있는 것을 보았지요. 아주 먼 곳이었지만, 나쁜 마녀는 자기 나라에 들어온 이들을 보고 몹시 화가 났어요. 그래서 목에 걸고 있던 은 호루라기를 불었답니다. 그러자 사방에서 커다란 늑대 떼가 마녀에게로 달려왔어요. 늑대들은 다리가 길고 눈빛이 사나웠으며 이빨이 날카로웠지요. "저 사람들에게 가라," 마녀가 말했어요. "가서 갈기갈기 찢어 버려라." "노예로 삼으시지 않고요?" 늑대 우두머리가 물었어요. "아니다," 마녀가 대답했어요. "하나는 양철이고 하나는 짚이다. 하나는 여자아이고 또 하나는 사자다. 일을 시킬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 잘게 찢어 버려도 좋다." "알겠습니다," 늑대가 말하고는 쏜살같이 달려 나갔어요. 나머지 늑대들도 뒤를 따랐지요. 다행히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은 말똥말똥 깨어 있었고, 늑대들이 오는 소리를 들었어요. "이건 내 싸움이야,"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그러니 내 뒤로 물러나 있어. 놈들이 오면 내가 맞서겠어." 나무꾼은 아주 날카롭게 갈아 둔 도끼를 움켜쥐었어요. 늑대 우두머리가 달려들자 양철 나무꾼은 팔을 휘둘러 늑대의 목을 몸에서 잘라 냈고, 늑대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어요. 도끼를 다시 들어 올리기가 무섭게 또 다른 늑대가 달려들었고, 그 늑대도 양철 나무꾼의 날카로운 날 아래 쓰러졌지요. 늑대는 모두 마흔 마리였어요. 마흔 번 늑대가 쓰러졌고, 마침내 늑대들은 모두 나무꾼 앞에 한 무더기로 죽어 누웠답니다. 그러고 나서 나무꾼은 도끼를 내려놓고 허수아비 곁에 앉았어요. 허수아비가 말했지요. "정말 훌륭한 싸움이었어, 친구." 둘은 이튿날 아침 도로시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어요. 어린 여자아이는 털북숭이 늑대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것을 보고 무척 놀랐어요. 하지만 양철 나무꾼이 있었던 일을 다 이야기해 주었지요. 도로시는 자기들을 구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아침을 먹었어요. 그런 다음 다시 길을 떠났답니다. 바로 그날 아침, 나쁜 마녀가 성 문간으로 나와 멀리까지 보이는 외눈으로 바깥을 내다보았어요. 늑대들이 모두 죽어 있고, 낯선 이들은 여전히 자기 나라를 지나가고 있는 것이 보였지요. 마녀는 아까보다 더 화가 나서 은 호루라기를 두 번 불었답니다. 그러자 하늘을 캄캄하게 뒤덮을 만큼 많은 들까마귀 떼가 마녀 쪽으로 날아왔어요. 나쁜 마녀가 까마귀 왕에게 말했어요. "당장 저 낯선 자들에게 날아가라. 눈알을 쪼아 내고 갈기갈기 찢어 버려라." 들까마귀들은 커다란 무리를 지어 도로시와 친구들 쪽으로 날아갔어요. 어린 여자아이는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 겁이 났지요. 하지만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이건 내 싸움이야. 다들 내 옆에 엎드려 있어. 그러면 아무도 다치지 않을 거야." 그래서 허수아비만 빼고 모두 땅에 엎드렸어요. 허수아비는 벌떡 일어서서 두 팔을 활짝 벌렸지요. 까마귀들은 허수아비를 보고 겁을 먹었어요. 새들은 언제나 허수아비를 무서워하니까요. 그래서 더 가까이 다가올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그런데 까마귀 왕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저건 그냥 짚을 채운 인형일 뿐이다. 내가 저 눈을 쪼아 내겠다." 까마귀 왕이 허수아비에게 날아들었어요. 허수아비는 그 머리를 붙잡아 목을 비틀었고, 까마귀 왕은 죽고 말았지요. 그러자 또 다른 까마귀가 날아들었고, 허수아비는 그 목도 비틀었어요. 까마귀는 모두 마흔 마리였어요. 허수아비는 마흔 번 목을 비틀었고, 마침내 까마귀들은 모두 허수아비 곁에 죽어 누웠답니다. 그러고 나서 허수아비는 친구들을 불러 일어나게 했고, 일행은 다시 길을 떠났어요. 나쁜 마녀가 다시 밖을 내다보고 까마귀들이 한 무더기로 쌓여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마녀는 무섭게 화를 내며 은 호루라기를 세 번 불었어요. 곧 공중에서 요란한 윙윙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벌 떼가 마녀 쪽으로 날아왔어요. "낯선 자들에게 가서 쏘아 죽여라!" 마녀가 명령했어요. 벌들은 방향을 돌려 쏜살같이 날아갔고, 도로시와 친구들이 걷고 있는 곳에 이르렀지요. 하지만 양철 나무꾼이 벌들이 오는 것을 이미 보았고, 허수아비는 어떻게 할지 벌써 생각해 두었답니다. "내 짚을 꺼내서 저 아이와 강아지와 사자 위에 덮어 줘," 허수아비가 양철 나무꾼에게 말했어요. "그러면 벌들이 쏘지 못할 거야." 양철 나무꾼이 그대로 했어요. 도로시가 사자 곁에 바짝 붙어 눕고 토토를 품에 안자, 짚이 셋을 완전히 덮어 주었답니다. 벌들이 와 보니 쏠 상대는 양철 나무꾼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벌들은 나무꾼에게 달려들었고, 양철에 부딪혀 침이 모두 부러지고 말았어요. 나무꾼은 조금도 다치지 않았지요. 벌은 침이 부러지면 살 수 없어요. 그렇게 검은 벌들은 끝이 났고, 나무꾼 둘레에 수북이 흩어져 고운 석탄 가루를 작게 쌓아 놓은 것처럼 보였답니다. 그러자 도로시와 사자가 일어났어요. 도로시는 양철 나무꾼을 도와 짚을 허수아비 몸속에 도로 채워 넣었고, 허수아비는 예전처럼 말끔해졌지요. 그렇게 해서 친구들은 다시 한번 길을 떠났답니다. 나쁜 마녀는 검은 벌들이 고운 석탄 가루처럼 작은 무더기로 쌓여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발을 구르고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이를 갈았어요. 그러고는 노예인 윙키 사람들 열둘을 불러 날카로운 창을 나눠 주며, 낯선 자들에게 가서 없애 버리라고 시켰답니다. 윙키 사람들은 용감한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그들은 줄지어 나아가 도로시 가까이까지 갔어요. 그때 사자가 크게 으르렁대며 그들에게 달려들었어요. 가엾은 윙키 사람들은 너무 무서워서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로 달아났답니다. 성으로 돌아오자 나쁜 마녀는 가죽끈으로 그들을 실컷 때리고 다시 일터로 보냈어요. 그런 다음 앉아서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했지요. 마녀는 이 낯선 이들을 없애려던 계획이 어째서 모두 실패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어요. 하지만 마녀는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힘도 아주 센 마녀였어요. 그래서 곧 어떻게 할지 마음을 정했답니다. 마녀의 찬장에는 황금 모자가 하나 있었어요. 다이아몬드와 루비가 빙 둘러 박힌 모자였지요. 이 황금 모자에는 마법이 걸려 있었어요. 모자를 가진 사람은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세 번 부를 수 있었고, 원숭이들은 무슨 명령이든 따라야 했지요.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이상한 짐승들에게 세 번보다 더 많이 명령할 수는 없었어요. 나쁜 마녀는 이미 두 번 모자의 마법을 썼답니다. 한 번은 윙키 사람들을 노예로 삼고 그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했을 때였어요. 날개 달린 원숭이들이 그 일을 도와주었지요. 두 번째는 위대한 오즈와 직접 싸워서 그를 서쪽 나라 밖으로 몰아냈을 때였어요. 그때도 날개 달린 원숭이들이 마녀를 도왔답니다. 이제 황금 모자를 쓸 수 있는 것은 딱 한 번뿐이었어요. 그래서 마녀는 다른 힘을 다 써 버리기 전에는 이 모자를 쓰고 싶어 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사나운 늑대도, 들까마귀도, 침 쏘는 벌들도 모두 사라졌어요. 게다가 노예들마저 겁쟁이 사자에게 겁을 먹고 달아나 버렸지요. 도로시와 친구들을 없앨 방법은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나쁜 마녀는 찬장에서 황금 모자를 꺼내 머리에 썼어요. 그러고는 왼발로 서서 천천히 말했지요. "엡페, 펩페, 칵케!" 다음에는 오른발로 서서 말했어요. "힐로, 홀로, 헬로!" 그다음에는 두 발로 서서 큰 소리로 외쳤어요. "지지, 주지, 직!" 이제 마법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하늘이 어두워지고, 공중에서 낮게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지요. 수많은 날갯짓이 휙휙 지나갔고, 재잘거리고 웃는 소리가 요란했어요. 이윽고 어두운 하늘에서 해가 다시 나오자, 나쁜 마녀는 원숭이 무리에 둘러싸여 있었어요. 원숭이들은 저마다 어깨에 크고 힘센 날개를 한 쌍씩 달고 있었답니다. 그중 다른 원숭이들보다 훨씬 큰 한 마리가 우두머리인 듯했어요. 그 원숭이가 마녀 가까이 날아와 말했어요. "당신은 우리를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불렀습니다. 무엇을 명령하시겠습니까?" "내 땅에 들어온 낯선 자들에게 가서 사자만 빼고 모두 없애 버려라," 서쪽 나쁜 마녀가 말했어요. "그 짐승은 나에게 데려오너라. 말처럼 마구를 채워서 일을 시킬 생각이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우두머리가 말했어요. 그러고는 요란하게 재잘거리며, 날개 달린 원숭이들은 도로시와 친구들이 걷고 있는 곳으로 날아갔답니다. 원숭이 몇 마리가 양철 나무꾼을 붙잡아 공중으로 데려갔어요. 날카로운 바위가 빽빽이 깔린 땅 위에 이르자, 원숭이들은 가엾은 나무꾼을 그대로 떨어뜨렸지요. 나무꾼은 아주 높은 곳에서 바위로 떨어졌어요. 온몸이 찌그러지고 우그러져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신음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답니다. 다른 원숭이들은 허수아비를 붙잡아, 긴 손가락으로 옷과 머리에서 짚을 몽땅 뽑아냈어요. 그러고는 모자와 장화와 옷을 작은 뭉치로 묶어 키 큰 나무 꼭대기 가지에 던져 버렸지요. 남은 원숭이들은 굵은 밧줄을 사자에게 던져 몸과 머리와 다리를 몇 겹으로 칭칭 감았어요. 사자는 물지도, 할퀴지도, 몸부림치지도 못하게 되었지요. 원숭이들은 사자를 번쩍 들어 올려 마녀의 성으로 날아갔어요. 사자는 높은 쇠 울타리가 둘린 작은 마당에 갇혔고, 도망칠 수 없었답니다. 하지만 원숭이들은 도로시만은 조금도 해치지 않았어요. 도로시는 토토를 품에 안은 채 서서, 친구들이 겪는 슬픈 일을 지켜보며 이제 곧 자기 차례가 오겠구나 생각했지요. 날개 달린 원숭이 우두머리가 도로시에게 날아왔어요. 길고 털 많은 두 팔을 뻗고, 못생긴 얼굴로 무섭게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지요. 그런데 도로시의 이마에 있는 착한 마녀의 입맞춤 자국을 보고는 그 자리에 딱 멈춰 서서, 다른 원숭이들에게 아이를 건드리지 말라는 손짓을 했답니다. "이 어린아이는 감히 해칠 수 없다," 우두머리가 원숭이들에게 말했어요. "이 아이는 착한 힘의 보호를 받고 있고, 착한 힘은 나쁜 힘보다 더 크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아이를 나쁜 마녀의 성으로 데려다 놓는 것뿐이다." 그래서 원숭이들은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도로시를 안아 올려, 공중을 가르며 재빨리 성까지 데려갔어요. 그러고는 현관 앞 계단에 도로시를 내려놓았지요. 그런 다음 우두머리가 마녀에게 말했어요. "우리는 할 수 있는 데까지 당신의 명령을 따랐습니다. 양철 나무꾼과 허수아비는 부서졌고, 사자는 당신의 마당에 묶여 있습니다. 어린 여자아이와 그 아이가 품에 안은 강아지는 감히 해칠 수 없었습니다. 우리 무리에 대한 당신의 힘은 이제 끝났습니다. 다시는 우리를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날개 달린 원숭이들은 크게 웃고 재잘거리며 요란하게 하늘로 날아올랐고, 곧 보이지 않게 되었답니다. 나쁜 마녀는 도로시의 이마에 있는 자국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어요. 날개 달린 원숭이들도, 마녀 자신도 그 아이를 조금도 해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으니까요. 마녀는 도로시의 발을 내려다보다가 은구두를 보고는 무서워서 덜덜 떨기 시작했어요. 그 구두에 얼마나 강한 마법이 깃들어 있는지 알고 있었거든요. 처음에 마녀는 도로시에게서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 담긴 마음이 얼마나 순진한지, 그리고 이 어린아이가 은구두가 주는 놀라운 힘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요. 그래서 나쁜 마녀는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어요. "그래도 이 아이를 내 노예로 삼을 수 있겠구나. 자기 힘을 쓸 줄 모르니까." 그러고는 도로시에게 거칠고 매섭게 말했답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잘 새겨듣도록 해라. 그러지 않으면 양철 나무꾼과 허수아비를 없앤 것처럼 너도 없애 버릴 테니까." 도로시는 마녀를 따라 성 안의 아름다운 방들을 여럿 지나 부엌에 이르렀어요. 마녀는 도로시에게 냄비와 솥을 닦고, 바닥을 쓸고, 불에 계속 장작을 넣으라고 시켰답니다. 도로시는 군말 없이 일을 시작했어요.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지요. 나쁜 마녀가 자기를 죽이지 않기로 한 것이 다행스러웠으니까요. 도로시가 열심히 일하는 동안, 마녀는 안뜰로 나가 겁쟁이 사자에게 말처럼 마구를 채워 볼 생각을 했어요. 나들이하고 싶을 때마다 사자에게 마차를 끌게 하면 재미있겠다고 여겼지요. 그런데 문을 열자 사자가 크게 으르렁거리며 어찌나 사납게 달려들던지, 마녀는 겁이 나서 뛰쳐나와 문을 도로 닫아 버렸답니다. "너에게 마구를 채울 수 없다면," 마녀가 문 창살 너머로 사자에게 말했어요. "굶길 수는 있지. 내 말대로 할 때까지 먹을 것은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아라." 그날 뒤로 마녀는 갇힌 사자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날마다 한낮이 되면 문 앞에 와서 물었지요. "이제 말처럼 마구를 찰 준비가 되었느냐?" 그러면 사자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싫어. 이 마당에 들어오면 물어 버릴 거야." 사자가 마녀 말대로 하지 않아도 되었던 까닭은 이랬어요. 밤마다 마녀가 잠들면 도로시가 찬장에서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거든요. 배를 채운 사자는 짚으로 만든 잠자리에 누웠고, 도로시는 그 곁에 누워 부드럽고 텁수룩한 갈기에 머리를 기댔어요. 둘은 힘든 일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도망칠지 궁리해 보았지요. 하지만 성을 빠져나갈 방법은 찾을 수 없었어요. 성은 노란 옷을 입은 윙키 사람들이 늘 지키고 있었으니까요. 그들은 나쁜 마녀의 노예였고, 마녀가 너무 무서워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도로시는 낮 동안 힘들게 일해야 했어요. 마녀는 늘 손에 들고 다니는 낡은 우산으로 도로시를 때리겠다고 자주 으름장을 놓았지요. 하지만 사실 마녀는 도로시를 때릴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이마의 자국 때문이었지요. 도로시는 그 사실을 몰랐고, 자기와 토토가 어떻게 될까 늘 겁이 났답니다. 한번은 마녀가 우산으로 토토를 내리쳤어요. 그러자 용감한 강아지가 달려들어 마녀의 다리를 물었지요. 물린 자리에서 피는 나지 않았어요. 마녀는 너무나 나빠서 몸속의 피가 벌써 여러 해 전에 다 말라 버렸거든요. 도로시의 하루하루는 무척 슬퍼졌어요. 캔자스로, 엠 아주머니에게로 돌아가는 일이 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때로는 몇 시간이고 서럽게 울었어요. 그럴 때면 토토가 발치에 앉아 얼굴을 올려다보며 구슬프게 낑낑거렸지요. 어린 주인을 얼마나 안쓰러워하는지 그렇게 알려 준 거예요. 토토는 도로시만 곁에 있으면 캔자스에 있든 오즈의 나라에 있든 아무래도 좋았어요. 하지만 어린 여자아이가 슬퍼한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토토도 슬펐답니다. 그런데 나쁜 마녀는 도로시가 늘 신고 다니는 은구두를 몹시 갖고 싶어 했어요. 마녀의 벌들과 까마귀들과 늑대들은 무더기로 쌓인 채 말라 가고 있었고, 황금 모자의 힘도 다 써 버렸지요. 하지만 은구두만 손에 넣는다면, 잃어버린 다른 모든 것보다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마녀는 도로시가 구두를 벗는지 눈여겨보았어요. 벗으면 훔칠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도로시는 예쁜 구두가 무척 자랑스러워서, 밤에 잘 때와 목욕할 때 말고는 절대 벗지 않았어요. 마녀는 어둠이 너무 무서워서 밤에 도로시의 방에 들어가 구두를 가져올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게다가 물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어둠을 무서워하는 마음보다 더 컸어요. 그래서 도로시가 목욕할 때는 근처에도 오지 않았지요. 사실 늙은 마녀는 물을 만진 적도 없고, 물이 몸에 닿게 한 적도 없었답니다. 하지만 이 나쁜 마녀는 아주 꾀가 많았어요. 마침내 원하는 것을 얻을 꾀를 하나 생각해 냈지요. 마녀는 부엌 바닥 한가운데에 쇠막대를 하나 놓고, 마법을 부려 사람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도로시가 바닥을 가로질러 걷다가 그 막대를 보지 못하고 걸려 넘어져 길게 나동그라졌지요.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넘어지면서 은구두 한 짝이 벗겨졌어요. 도로시가 손을 뻗기도 전에 마녀가 얼른 낚아채서 자기 앙상한 발에 신어 버렸답니다. 나쁜 마녀는 꾀가 통해서 무척 기뻤어요. 구두 한 짝만 가지고 있어도 그 마법의 힘 절반이 자기 것이 되니까요. 게다가 도로시는 그 힘을 쓸 줄 알았다 해도 마녀에게는 쓸 수 없게 되었지요. 어린 여자아이는 예쁜 구두 한 짝을 잃은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마녀에게 말했어요. "내 구두 돌려주세요!" "안 돼," 마녀가 쏘아붙였어요. "이제 이건 내 구두다. 네 것이 아니야." "당신은 나쁜 사람이에요!" 도로시가 소리쳤어요. "내 구두를 빼앗을 권리는 없어요." "그래도 나는 가질 거다," 마녀가 도로시를 비웃으며 말했어요. "언젠가는 나머지 한 짝도 너에게서 가져올 테니 두고 보아라." 이 말에 도로시는 너무 화가 나서, 옆에 놓여 있던 물통을 집어 들어 마녀에게 확 끼얹었어요. 마녀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지요. 그 순간 나쁜 마녀가 겁에 질려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어요. 그리고 도로시가 어리둥절해서 바라보는 사이, 마녀는 점점 쪼그라들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답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라!" 마녀가 비명을 질렀어요. "이제 곧 나는 다 녹아 버릴 거다." "정말 죄송해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마녀가 눈앞에서 흑설탕처럼 정말로 녹아내리는 것을 보고 도로시는 무척 무서웠거든요. "물이 나를 끝장낸다는 것을 몰랐느냐?" 마녀가 울부짖는 절망한 목소리로 물었어요. "당연히 몰랐죠,"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그래, 몇 분만 지나면 나는 다 녹아 버리고, 이 성은 네 차지가 되겠지. 나는 한때 나쁜 짓을 많이 했다. 하지만 너 같은 어린 여자아이가 나를 녹여서 내 나쁜 짓을 끝낼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 조심해라, 나는 이제 간다!" 이 말과 함께 마녀는 갈색으로 녹아 형체 없는 덩어리가 되어 주저앉았고, 깨끗한 부엌 바닥 널빤지 위로 퍼지기 시작했어요. 마녀가 정말로 흔적도 없이 녹아 버린 것을 보고, 도로시는 물을 한 통 더 길어다가 그 위에 끼얹었어요. 그러고는 문밖으로 모두 쓸어 냈지요. 늙은 마녀에게서 남은 것이라고는 은구두 한 짝뿐이었어요. 도로시는 그것을 집어 들고 헝겊으로 깨끗이 닦아 말린 뒤 다시 발에 신었어요. 마침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 도로시는 안뜰로 달려 나갔어요. 서쪽 나쁜 마녀가 끝장났다는 것, 그리고 이제 낯선 나라에 갇힌 신세가 아니라는 것을 사자에게 알려 주려고요. ## 제13장 구출 겁쟁이 사자는 나쁜 마녀가 물 한 양동이에 녹아 버렸다는 말을 듣고 무척 기뻐했어요. 도로시는 곧바로 사자가 갇힌 우리의 자물쇠를 열고 사자를 풀어 주었어요. 둘은 함께 성으로 들어갔지요. 도로시는 성에 들어가자마자 윙키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았어요. 그리고 이제 여러분은 더 이상 노예가 아니라고 말해 주었답니다. 노란 옷을 입은 윙키 사람들은 크게 기뻐했어요. 오랜 세월 나쁜 마녀 밑에서 힘들게 일해야 했고, 마녀는 언제나 그들을 몹시 모질게 대했으니까요. 윙키 사람들은 그날을 잔칫날로 삼았어요. 그때부터 해마다 그날이 오면 잔치를 벌이고 춤을 추며 보냈답니다. "우리 친구 허수아비랑 양철 나무꾼만 함께 있었다면," 사자가 말했어요. "나는 정말 행복했을 텐데." "우리가 그 둘을 구해 올 수는 없을까?" 소녀가 걱정스럽게 물었어요. "해 볼 수는 있지." 사자가 대답했어요. 그래서 그들은 노란 윙키 사람들을 불러, 친구들을 구하는 일을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어요. 윙키 사람들은 자기들을 노예살이에서 풀어 준 도로시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기꺼이 하겠다고 했지요. 도로시는 그중에서 가장 똑똑해 보이는 윙키 사람들을 여럿 골랐고, 다 함께 길을 떠났어요. 그날 하루와 이튿날 얼마쯤을 걸어서, 마침내 양철 나무꾼이 쓰러져 있는 바위투성이 벌판에 이르렀어요. 나무꾼은 온몸이 찌그러지고 구부러진 채 누워 있었어요. 도끼도 옆에 있었지만, 날은 녹이 슬었고 자루는 짧게 부러져 있었답니다. 윙키 사람들은 나무꾼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노란 성으로 옮겨 왔어요. 오는 길에 도로시는 옛 친구의 딱한 모습에 눈물을 몇 방울 흘렸고, 사자도 침울하고 안쓰러운 얼굴이었지요. 성에 다다르자 도로시가 윙키 사람들에게 물었어요. "여러분 중에 양철을 다루는 분이 있나요?" "그럼요. 저희 중에는 양철을 아주 잘 다루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윙키 사람들이 말했어요. "그럼 그분들을 데려와 주세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양철 기술자들이 연장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오자, 도로시가 물었어요. "양철 나무꾼의 찌그러진 곳을 펴고, 구부러진 데를 다시 바로잡고, 부러진 자리를 붙여 줄 수 있나요?" 양철 기술자들은 나무꾼을 꼼꼼히 살펴보더니, 예전처럼 말끔하게 고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어요. 그래서 성의 커다란 노란 방 하나에서 일을 시작했지요. 사흘 낮과 나흘 밤 동안 두드리고 비틀고 구부리고 땜질하고 문지르고 다듬으며, 양철 나무꾼의 다리와 몸통과 머리를 손보았어요. 마침내 나무꾼은 예전 모습대로 곧게 펴졌고, 관절도 전처럼 잘 움직였어요. 물론 몸에 기운 자국이 몇 군데 남긴 했지만, 기술자들은 솜씨 좋게 잘 고쳐 주었어요. 게다가 나무꾼은 겉모습을 뽐내는 성격이 아니어서 기운 자국쯤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답니다. 마침내 나무꾼이 도로시의 방으로 걸어 들어와 구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나무꾼은 어찌나 기쁜지 기쁨의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도로시는 관절이 녹슬지 않도록 앞치마로 그 눈물을 한 방울 한 방울 정성껏 닦아 주어야 했지요. 그러는 동안 도로시의 눈에서도 옛 친구를 다시 만난 기쁨에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지만, 그 눈물은 닦아 낼 필요가 없었어요. 사자는 어땠냐고요? 꼬리 끝으로 하도 자주 눈을 닦는 바람에 꼬리가 흠뻑 젖어 버려서, 마당으로 나가 햇볕에 꼬리를 말려야 했답니다. "우리 곁에 허수아비만 다시 있으면," 도로시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 주자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나는 정말 행복할 텐데." "우리가 꼭 찾아내야지." 소녀가 말했어요. 그래서 도로시는 윙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그리고 그날 하루와 이튿날 얼마쯤을 걸어서, 날개 달린 원숭이들이 허수아비의 옷을 던져 놓은 커다란 나무 앞에 이르렀지요. 아주 키가 큰 나무였어요. 줄기가 어찌나 매끈한지 아무도 기어오를 수 없었지요. 하지만 나무꾼이 곧바로 말했어요. "내가 나무를 베어 넘길게. 그러면 허수아비 옷을 꺼낼 수 있어." 그런데 양철 기술자들이 나무꾼을 고치는 동안, 금을 다루는 윙키 사람 하나가 순금으로 도끼 자루를 만들어 두었어요. 그러고는 부러진 옛 자루 대신 나무꾼의 도끼에 그 자루를 끼워 주었지요. 다른 사람들은 도끼날을 문질러 녹을 말끔히 벗겨 냈어요. 날은 잘 닦은 은처럼 반짝반짝 빛났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양철 나무꾼은 도끼질을 시작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가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고, 가지에 걸려 있던 허수아비의 옷이 툭 떨어져 땅바닥으로 굴러 나왔어요. 도로시는 그 옷을 주워 들고 윙키 사람들에게 성으로 옮겨 달라고 했어요. 성에서는 옷 속에 깨끗하고 좋은 짚을 가득 채워 넣었지요. 그러자 짜잔! 허수아비가 예전 그대로 되살아났어요. 허수아비는 구해 줘서 고맙다고 몇 번이고 인사했답니다. 다시 다 함께 모이게 된 도로시와 친구들은 노란 성에서 며칠 동안 행복하게 지냈어요. 그곳에는 편안히 지내는 데 필요한 것이 모두 있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엠 아주머니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말했지요. "우리 이제 오즈에게 돌아가서 약속을 지켜 달라고 하자." "그래." 나무꾼이 말했어요. "드디어 내 심장을 얻겠구나." "나는 생각할 줄 아는 머리를 얻고!" 허수아비가 기쁘게 덧붙였어요. "나는 용기를 얻고." 사자가 생각에 잠긴 채 말했어요. "그리고 나는 캔자스로 돌아가는 거야!" 도로시가 손뼉을 치며 외쳤어요. "아, 우리 내일 당장 에메랄드 시티로 떠나자!" 그렇게 하기로 정했어요. 이튿날 그들은 윙키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아 작별 인사를 했어요. 윙키 사람들은 그들이 떠나는 것을 무척 아쉬워했지요. 특히 양철 나무꾼을 어찌나 좋아하게 되었는지, 남아서 자기들과 서쪽 노란 나라를 다스려 달라고 간청했어요. 하지만 떠날 마음이 굳은 것을 알고는, 윙키 사람들은 토토와 사자에게 황금 목걸이를 하나씩 주었어요. 도로시에게는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아름다운 팔찌를 선물했고요. 허수아비에게는 넘어지지 말라고 손잡이가 금으로 된 지팡이를 주었어요. 양철 나무꾼에게는 금을 박아 넣고 보석으로 꾸민 은 기름통을 건네주었답니다. 나그네들도 저마다 윙키 사람들에게 고마운 인사말을 정성껏 했어요. 그리고 팔이 아플 만큼 모두와 악수를 나누었지요. 도로시는 길에서 먹을 음식을 바구니에 채우려고 마녀의 찬장으로 갔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황금 모자를 보았지요. 자기 머리에 써 보니 꼭 맞았어요. 도로시는 황금 모자에 걸린 마법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모자가 예뻐서 쓰고 다니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러고는 챙 넓은 햇빛 가리개 모자를 바구니에 넣었답니다. 그렇게 떠날 채비를 마치고, 모두 에메랄드 시티를 향해 출발했어요. 윙키 사람들은 세 번 만세를 부르며 앞길에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빌어 주었어요. ## 제14장 날개 달린 원숭이들 나쁜 마녀의 성과 에메랄드 시티 사이에는 길이 없었다는 것, 여러분도 기억하지요? 오솔길조차 없었답니다. 네 나그네가 마녀를 찾아 나섰을 때, 마녀는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보내 자기 앞으로 데려오게 했어요. 그러니 원숭이들에게 실려 왔을 때보다, 미나리아재비와 노란 데이지가 가득한 넓은 들판을 지나 되돌아가는 길이 훨씬 어려웠지요. 물론 그들은 해가 뜨는 쪽, 곧 동쪽으로 곧장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걸었어요. 하지만 한낮이 되어 해가 머리 꼭대기에 오자, 어느 쪽이 동쪽이고 어느 쪽이 서쪽인지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넓은 들판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지요. 그래도 그들은 계속 걸었어요. 밤이 되자 달이 떠올라 환하게 비추었지요. 그래서 향긋한 노란 꽃들 사이에 누워 아침까지 푹 잤답니다.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만 빼고요. 이튿날 아침에는 해가 구름 뒤에 숨어 있었어요. 하지만 그들은 어느 쪽으로 가는지 잘 아는 것처럼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충분히 멀리 걷다 보면," 도로시가 말했어요. "언젠가는 어딘가에 다다를 거야."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나가도, 눈앞에는 여전히 새빨간 들판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허수아비가 조금씩 투덜대기 시작했지요. "우리는 분명히 길을 잃었어."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제때 길을 다시 찾아서 에메랄드 시티에 닿지 못하면, 나는 영영 머리를 얻지 못할 거야." "나도 심장을 얻지 못하고."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오즈에게 갈 때까지 도무지 기다리기가 힘들어. 게다가 이 여행이 너무 긴 건 너희도 인정해야 해." "있잖아," 겁쟁이 사자가 훌쩍이며 말했어요. "나는 아무 데도 못 가면서 이렇게 끝없이 터벅터벅 걸을 용기가 없어." 그러자 도로시도 기운이 쭉 빠졌어요. 도로시는 풀밭에 주저앉아 친구들을 바라보았고, 친구들도 앉아서 도로시를 바라보았어요. 토토는 머리 위로 나비가 날아가는데도 쫓아갈 힘이 없었어요.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었지요. 토토는 혀를 쭉 내밀고 헐떡이며 도로시를 쳐다보았어요. 이제 어떡하면 좋겠냐고 묻는 것 같았답니다. "들쥐들을 불러 보면 어떨까?" 도로시가 말했어요. "에메랄드 시티로 가는 길을 알려 줄지도 몰라." "그럼, 알려 주고말고!" 허수아비가 외쳤어요. "우리는 왜 진작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도로시는 목에 걸고 다니던 작은 호루라기를 불었어요. 들쥐 여왕이 준 뒤로 늘 걸고 다니던 호루라기였지요. 몇 분 지나지 않아 자그마한 발들이 다다닥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작은 회색 들쥐들이 우르르 도로시에게 달려왔지요. 그중에는 여왕도 있었어요. 여왕이 가늘고 째지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제 친구들을 위해 무엇을 해 드릴까요?" "우리는 길을 잃었어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에메랄드 시티가 어디 있는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여왕이 대답했어요. "하지만 아주 멀어요. 그동안 내내 등 뒤에 두고 걸었으니까요." 그러다 여왕은 도로시의 황금 모자를 알아보고 말했어요. "그 모자의 마법을 써서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부르지 그러세요? 한 시간도 안 되어 오즈의 도시까지 데려다줄 거예요." "마법이 걸려 있는 줄은 몰랐어요." 도로시가 놀라며 대답했어요. "어떤 마법인가요?" "황금 모자 안쪽에 적혀 있답니다." 들쥐 여왕이 대답했어요. "하지만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부르실 거라면 저희는 달아나야 해요. 그 원숭이들은 장난이 심해서 저희를 괴롭히는 걸 아주 재미있어하거든요." "원숭이들이 나를 해치지는 않을까요?" 소녀가 걱정스럽게 물었어요. "아, 아니에요. 원숭이들은 모자를 쓴 사람 말에 따라야 하니까요. 안녕히 계세요!" 그러고는 여왕이 쪼르르 달려가 사라졌고, 들쥐들도 모두 뒤따라 서둘러 달려갔어요. 도로시는 황금 모자 안쪽을 들여다보았어요. 안감에 글자가 몇 줄 적혀 있었지요. 이것이 바로 그 마법이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적힌 대로 꼼꼼히 읽어 보고 모자를 머리에 썼어요. "엡페, 펩페, 칵케!" 도로시가 왼발로 서서 말했어요. "뭐라고 했어?" 허수아비가 물었어요. 도로시가 무얼 하는지 몰랐거든요. "힐로, 홀로, 헬로!" 도로시가 이번에는 오른발로 서서 이어 말했어요. "헬로!" 양철 나무꾼이 태연하게 대답했어요. "지지, 주지, 직!" 도로시가 말했어요. 이번에는 두 발로 서 있었지요. 이것으로 주문이 끝났어요. 그러자 요란한 재잘거림과 날갯짓 소리가 들리더니, 날개 달린 원숭이 무리가 그들에게 날아왔어요. 원숭이 왕이 도로시 앞에 허리를 깊이 숙이고 물었어요. "무엇을 명하시겠습니까?" "우리는 에메랄드 시티로 가고 싶어요." 아이가 말했어요. "그런데 길을 잃었어요." "저희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왕이 대답했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원숭이 둘이 도로시를 팔로 받쳐 안고 날아올랐어요. 다른 원숭이들은 허수아비와 나무꾼과 사자를 안았지요. 작은 원숭이 하나는 토토를 붙잡고 뒤따라 날아올랐어요. 토토가 아무리 물려고 애를 써도 소용없었답니다.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은 처음에는 꽤 겁을 먹었어요. 지난번에 날개 달린 원숭이들에게 심하게 당했던 일이 떠올랐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해칠 마음이 없다는 걸 알고는, 아주 즐겁게 하늘을 날았어요. 저 아래 예쁜 정원과 숲을 내려다보며 신나는 시간을 보냈답니다. 도로시는 가장 큰 원숭이 둘 사이에서 편안히 실려 갔어요. 그중 하나는 바로 원숭이 왕이었지요. 둘은 손을 맞잡아 의자를 만들어 주었고, 도로시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했어요. "당신들은 왜 황금 모자의 마법을 따라야 하나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이야기가 깁니다." 왕이 날개를 퍼덕이며 웃고는 대답했어요. "하지만 갈 길이 머니, 원하신다면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며 시간을 보내지요." "듣고 싶어요."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옛날에," 우두머리가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저희는 자유로운 무리였습니다. 큰 숲에서 행복하게 살면서 이 나무 저 나무로 날아다니고, 나무 열매와 과일을 먹고, 누구도 주인으로 섬기지 않은 채 마음대로 지냈지요. 어쩌면 저희 가운데 몇몇은 장난이 좀 지나쳤는지도 모릅니다. 날개 없는 짐승들에게 내려가 꼬리를 잡아당기고, 새들을 쫓아다니고, 숲을 걷는 사람들에게 열매를 던지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그저 철없고 즐겁고 장난기가 넘쳤고, 하루하루가 신났습니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요. 오즈가 구름을 뚫고 내려와 이 땅을 다스리기 훨씬 전이었습니다. "그 무렵 이 땅 북쪽 멀리에 아름다운 공주가 하나 살았습니다. 그 공주는 힘이 아주 센 마법사이기도 했지요. 공주는 마법을 오직 사람들을 돕는 데만 썼고, 착한 이를 해쳤다는 말은 한 번도 들린 적이 없었습니다. 이름은 게일레트였고, 커다란 루비 덩어리로 지은 아름다운 궁전에서 살았지요. 모두가 공주를 사랑했지만, 공주에게는 큰 슬픔이 하나 있었습니다. 정작 자기가 사랑할 사람을 찾지 못한 것이지요. 그토록 아름답고 지혜로운 공주와 짝이 되기에는 남자들이 하나같이 너무 어리석고 못생겼으니까요. 그러다 마침내 공주는 한 소년을 찾아냈습니다. 잘생기고 씩씩하고 나이보다 훨씬 지혜로운 아이였지요. 게일레트는 그 아이가 어른이 되면 남편으로 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루비 궁전으로 데려가, 어떤 여자라도 바랄 만큼 튼튼하고 착하고 사랑스럽게 자라도록 온갖 마법을 다 썼지요.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켈랄라라 불리던 그 사람은 온 나라에서 가장 착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게다가 늠름한 모습이 어찌나 훌륭한지, 게일레트는 그를 깊이 사랑했고 서둘러 혼인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때 저희 할아버지가 게일레트의 궁전 가까운 숲에 사는 날개 달린 원숭이들의 왕이었습니다. 그 어른은 맛있는 저녁밥보다 장난을 더 좋아하셨지요. 혼인식을 바로 앞둔 어느 날, 할아버지가 무리를 이끌고 날아가다가 강가를 걷는 켈랄라를 보았습니다. 켈랄라는 분홍빛 비단과 보라색 벨벳으로 지은 값비싼 옷을 입고 있었지요. 할아버지는 재미난 일을 한번 벌여 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말하자 무리가 내려가 켈랄라를 붙잡았어요. 그러고는 강 한가운데까지 안고 날아가서 물속에 풍덩 떨어뜨렸습니다. "'헤엄쳐 나와 보게, 멋쟁이 양반.' 할아버지가 소리쳤습니다. '물에 옷이 얼룩졌는지 어디 한번 보게나.' 켈랄라는 헤엄칠 줄 모를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좋은 복을 누리면서도 조금도 버릇없어지지 않았지요. 켈랄라는 물 위로 올라오자 껄껄 웃고는 헤엄쳐 물가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게일레트가 달려 나와 보니, 비단옷과 벨벳옷이 강물에 몽땅 망가져 있었습니다. "공주는 몹시 화가 났습니다. 물론 누가 한 짓인지도 알았지요. 공주는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모두 자기 앞에 불러 세웠습니다. 그러고는 처음에 이렇게 말했어요. 원숭이들의 날개를 묶어서, 켈랄라에게 한 그대로 강물에 빠뜨리겠다고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간절히 빌었습니다. 날개를 묶인 채 강에 빠지면 원숭이들이 모두 빠져 죽는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켈랄라도 원숭이들을 위해 좋은 말을 보태 주었지요. 그래서 게일레트는 마침내 원숭이들을 살려 주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을 걸었어요. 그때부터 날개 달린 원숭이들은 황금 모자를 가진 사람의 명령을 세 번 따라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그 모자는 켈랄라에게 줄 혼인 선물로 만든 것인데, 공주가 나라의 절반을 들여 만들었다고들 합니다. 할아버지와 다른 원숭이들은 물론 그 자리에서 조건을 받아들였지요. 그래서 저희는 황금 모자를 가진 사람이 누구든 그 사람의 종이 되어, 세 번 명령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거든요. "켈랄라가 황금 모자의 첫 주인이었으니," 원숭이가 대답했어요. "저희에게 처음으로 소원을 말한 사람도 켈랄라였습니다. 신부가 저희 모습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에, 켈랄라는 혼인한 뒤에 저희를 모두 숲으로 불렀어요. 그러고는 신부가 다시는 날개 달린 원숭이를 보지 않도록 늘 멀리 떨어져 지내라고 명했지요. 저희도 기꺼이 그렇게 했습니다. 다들 그 공주를 무서워했으니까요. "황금 모자가 서쪽 나쁜 마녀의 손에 들어가기 전까지, 저희가 할 일은 그것뿐이었습니다. 마녀는 저희를 시켜 윙키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었고, 그다음에는 오즈까지 서쪽 나라 밖으로 쫓아내게 했지요. 이제 황금 모자는 당신 것입니다. 그러니 세 번 저희에게 소원을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원숭이 왕이 이야기를 마칠 무렵, 도로시는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눈앞에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에메랄드 시티의 성벽을 보았어요. 원숭이들이 이렇게 빨리 날아왔다니 놀라웠지만, 여행이 끝나서 기뻤지요. 이상하게 생긴 이 짐승들은 나그네들을 도시의 성문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어요. 왕은 도로시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고는, 무리를 모두 이끌고 쏜살같이 날아가 버렸답니다. "정말 좋은 여행이었어." 어린 소녀가 말했어요. "그래, 게다가 고생에서 단번에 벗어나는 길이었지." 사자가 대답했어요. "네가 저 멋진 모자를 가져오다니, 얼마나 다행이야!" ## 제15장 무시무시한 오즈의 정체 네 여행자는 에메랄드 시티의 커다란 성문으로 걸어가 종을 울렸어요. 몇 번이나 울리고 나자, 전에 만났던 바로 그 성문지기가 문을 열어 주었어요. "아니! 또 돌아온 거요?" 성문지기가 깜짝 놀라 물었어요. "우리가 안 보이나요?"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하지만 서쪽 나쁜 마녀를 만나러 간 줄 알았는데." "만나고 왔지요."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그런데 마녀가 그냥 놓아주었단 말이오?" 성문지기가 신기해하며 물었어요. "어쩔 수가 없었어요. 마녀는 녹아 버렸거든요." 허수아비가 설명했어요. "녹았다고! 이야, 그거 정말 반가운 소식이오." 성문지기가 말했어요. "누가 마녀를 녹였소?" "도로시가 했어요." 사자가 진지하게 말했어요. "세상에!" 성문지기가 소리쳤어요. 그러고는 도로시 앞에 아주 깊이 허리를 굽혔답니다. 그런 다음 성문지기는 일행을 자기 작은 방으로 데려갔어요. 그리고 전에 했던 것처럼 커다란 상자에서 안경을 꺼내 모두의 눈에 씌우고 자물쇠를 채웠지요. 그러고 나서 일행은 성문을 지나 에메랄드 시티로 들어갔어요. 도로시가 서쪽 나쁜 마녀를 녹였다는 이야기를 성문지기에게서 전해 들은 사람들은, 모두 여행자들 주위로 몰려들었어요. 그러고는 커다란 무리를 이룬 채 오즈의 궁전까지 따라왔답니다. 초록 수염을 기른 병사는 여전히 문 앞을 지키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곧바로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지요. 일행은 다시 초록 옷을 입은 예쁜 아가씨를 만났어요. 아가씨는 곧장 저마다 전에 쓰던 방으로 안내해 주었어요. 위대한 오즈가 만나 줄 준비가 될 때까지 푹 쉴 수 있도록 말이에요. 병사는 도로시와 다른 여행자들이 나쁜 마녀를 없애고 돌아왔다는 소식을 곧바로 오즈에게 전하게 했어요. 그런데 오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일행은 위대한 마법사가 금방 부르러 보낼 줄 알았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아무 소식이 없었지요. 기다리는 일은 지루하고 힘들었어요. 마침내 일행은 화가 났답니다. 그 고생스러운 일과 종살이 속으로 자기들을 보내 놓고, 이렇게 함부로 대하다니요. 그래서 허수아비가 초록 옷 아가씨에게 오즈한테 다시 말을 전해 달라고 했어요. 당장 만나 주지 않으면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불러 도움을 청하겠다고, 그래서 오즈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인지 아닌지 밝혀내겠다고요. 이 말을 전해 들은 마법사는 어찌나 겁이 났는지, 다음 날 아침 아홉 시 사 분에 왕좌의 방으로 오라고 기별을 보냈어요. 오즈는 예전에 서쪽 나라에서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만난 적이 있었거든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답니다. 네 여행자는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어요. 저마다 오즈가 주기로 약속한 선물을 생각하면서요. 도로시는 딱 한 번 잠이 들었는데, 캔자스에 있는 꿈을 꾸었어요. 꿈속에서 엠 아주머니는 우리 딸이 집에 돌아와서 정말 기쁘다고 말해 주었답니다. 다음 날 아침 아홉 시가 되자마자 초록 수염 병사가 일행을 찾아왔어요. 그리고 사 분 뒤에 다 함께 위대한 오즈의 왕좌의 방으로 들어갔지요. 물론 다들 예전에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의 마법사를 만나게 될 줄 알았어요. 그래서 방 안을 둘러보았는데 아무도 없자 모두 깜짝 놀랐지요. 일행은 문가에 바싹 붙어 섰고, 서로에게는 더 바싹 붙었어요. 텅 빈 방의 고요함이 오즈가 보여 주었던 그 어떤 모습보다도 무서웠거든요. 이윽고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커다란 둥근 천장 꼭대기 어딘가에서 나오는 것 같은 목소리였어요. "나는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다. 무슨 일로 나를 찾느냐?" 일행은 방 구석구석을 다시 살펴보았어요. 그래도 아무도 보이지 않자 도로시가 물었어요. "어디 계세요?" "나는 어디에나 있다." 목소리가 대답했어요. "다만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제 내 왕좌에 앉을 테니, 나와 이야기를 나누어라." 정말로 그 순간 목소리는 왕좌에서 바로 나오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일행은 왕좌 쪽으로 걸어가 나란히 줄을 섰고, 도로시가 말했어요. "약속을 지켜 달라고 왔어요, 오즈님." "무슨 약속 말이냐?" 오즈가 물었어요. "나쁜 마녀를 없애면 저를 캔자스로 보내 주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저한테는 머리를 주신다고 약속하셨고요."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저한테는 심장을 주신다고 약속하셨어요."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저한테는 용기를 주신다고 약속하셨지요." 겁쟁이 사자가 말했어요. "나쁜 마녀가 정말로 없어졌느냐?" 목소리가 물었어요. 도로시는 그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네."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제가 물 한 통을 끼얹어서 녹여 버렸어요." "이런." 목소리가 말했어요. "너무 갑작스럽구나! 그럼 내일 다시 오너라. 곰곰이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겠다." "생각할 시간은 이미 넉넉히 가지셨잖아요." 양철 나무꾼이 화를 내며 말했어요. "하루도 더는 못 기다려요."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우리한테 한 약속은 꼭 지키셔야 해요!" 도로시가 소리쳤어요. 사자는 마법사를 좀 겁줘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크고 우렁차게 으르렁거렸는데, 어찌나 사납고 무시무시했는지 토토가 놀라서 펄쩍 뛰어 달아나다가 구석에 세워져 있던 가림막을 넘어뜨리고 말았어요. 가림막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지자 모두 그쪽을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다음 순간, 다들 놀라움으로 가득 찼답니다. 가림막이 가리고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작고 늙은 남자가 서 있었거든요. 머리는 훌렁 벗어지고 얼굴은 주름투성이였는데, 자기도 일행만큼이나 놀란 것 같았어요. 양철 나무꾼이 도끼를 치켜들고 그 작은 남자에게 달려들며 외쳤어요. "당신은 누구요?" "나는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오즈요." 작은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하지만 때리지 말아요. 제발 때리지 말아요. 원하는 건 뭐든 다 해 드릴 테니." 우리 친구들은 놀랍고 실망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어요. "오즈는 커다란 머리인 줄 알았는데." 도로시가 말했어요. "난 오즈가 아름다운 여인인 줄 알았어."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난 오즈가 무시무시한 짐승인 줄 알았지."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난 오즈가 불덩어리인 줄 알았어!" 사자가 외쳤어요. "아니오, 다들 틀렸소." 작은 남자가 기죽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런 척했을 뿐이라오." "그런 척했다고요!" 도로시가 소리쳤어요. "위대한 마법사가 아니에요?" "쉿, 아가야." 남자가 말했어요.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지 말아요. 누가 들으면 나는 끝장이라오. 사람들은 나를 위대한 마법사로 알고 있으니까." "그럼 마법사가 아니에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전혀 아니라오, 아가야.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오." "그것보다 더한걸요." 허수아비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어요. "당신은 사기꾼이잖아요." "바로 그렇소!" 작은 남자가 그 말이 마음에 든다는 듯 두 손을 비비며 말했어요. "나는 사기꾼이오." "하지만 이건 큰일이에요."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그럼 저는 심장을 어떻게 얻지요?" "제 용기는요?" 사자가 물었어요. "제 머리는요?" 허수아비가 웃옷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흐느꼈어요. "친구 여러분." 오즈가 말했어요. "제발 그런 자잘한 이야기는 그만합시다. 정체가 들통난 내가 지금 얼마나 큰 곤경에 빠졌는지 좀 생각해 주시오." "당신이 사기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여러분 넷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오. 나 자신 말고는." 오즈가 대답했어요. "너무 오랫동안 모두를 속여 와서, 영영 들키지 않을 줄 알았소. 여러분을 왕좌의 방에 들인 게 큰 실수였지요. 나는 평소에 내 백성들조차 만나지 않는다오. 그러니 다들 내가 무시무시한 무엇이라고 믿는 거요."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도로시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어요. "그럼 어떻게 제 앞에 커다란 머리로 나타나신 거예요?" "그건 내 속임수 가운데 하나였소." 오즈가 대답했어요. "이쪽으로 와 보시오. 다 이야기해 주겠소." 오즈가 왕좌의 방 뒤편에 있는 작은 방으로 앞장서 갔고, 다들 그 뒤를 따랐어요. 오즈는 한쪽 구석을 가리켰어요. 거기에는 그 커다란 머리가 놓여 있었어요. 종이를 여러 겹 겹쳐서 만들고, 얼굴은 정성껏 색칠한 것이었지요. "이걸 철사로 천장에 매달아 두었소." 오즈가 말했어요. "그리고 가림막 뒤에 서서 실을 잡아당겼지요. 그러면 눈이 움직이고 입이 벌어졌다오." "그럼 목소리는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아, 나는 복화술사라오." 작은 남자가 말했어요. "목소리를 원하는 곳 어디에서나 나오게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여러분은 소리가 그 머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 거요. 여기 여러분을 속일 때 쓴 다른 물건들도 있소." 오즈는 허수아비에게 아름다운 여인 행세를 할 때 입었던 옷과 가면을 보여 주었어요. 그리고 양철 나무꾼은 그 무시무시한 짐승이 사실은 가죽 여러 장을 꿰매 붙인 것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옆구리가 꺼지지 않도록 안에 나무 살까지 대어 놓았지요. 불덩어리도 가짜 마법사가 천장에 매달아 둔 것이었어요. 사실은 그냥 솜뭉치였는데, 기름을 부으면 활활 타올랐답니다. "정말이지."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그런 사기꾼 노릇을 했다니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해요." "부끄럽소. 정말이지 부끄럽고말고요." 작은 남자가 서글프게 대답했어요. "하지만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오. 자, 앉으시오. 의자는 넉넉하니까요. 내 이야기를 들려주겠소." 그래서 일행은 자리에 앉았어요. 그리고 오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답니다. "나는 오마하에서 태어났는데…" "어머, 거긴 캔자스에서 별로 멀지 않아요!" 도로시가 소리쳤어요. "그렇지, 하지만 여기서는 아주 멀다오." 오즈가 도로시를 보며 슬프게 고개를 저었어요. "나는 자라서 복화술사가 되었소. 훌륭한 스승 밑에서 아주 잘 배웠지요. 나는 어떤 새 소리든 짐승 소리든 흉내 낼 수 있다오." 그러고는 새끼 고양이 소리를 어찌나 똑같이 내던지, 토토가 귀를 쫑긋 세우고 고양이가 어디 있나 사방을 두리번거렸어요. "얼마쯤 지나자," 오즈가 이야기를 이어 갔어요. "그 일도 싫증이 나서 기구 조종사가 되었소." "그게 뭐예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서커스가 열리는 날에 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사람이오. 그러면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고, 돈을 내고 서커스를 보러 오게 되지요." 오즈가 설명했어요. "아," 도로시가 말했어요. "알겠어요." "그런데 어느 날 기구를 타고 올라갔다가 밧줄이 꼬이는 바람에 내려올 수가 없게 되었소. 기구는 구름보다 훨씬 높이 올라갔고, 거기서 바람을 타는 바람에 아주아주 먼 곳까지 실려 갔지요. 나는 하루 낮과 하룻밤을 하늘에서 떠다녔소. 이튿날 아침에 눈을 떠 보니, 기구가 낯설고 아름다운 나라 위를 떠가고 있었다오. "기구는 천천히 내려앉았고, 나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소. 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 낯선 사람들 한가운데였지요. 사람들은 내가 구름 속에서 내려오는 걸 보고 위대한 마법사라고 여겼소. 물론 나는 그렇게 믿도록 내버려 두었지요. 다들 나를 무서워하면서, 내가 바라는 건 뭐든 하겠다고 했으니까. "그저 심심풀이도 할 겸, 착한 사람들에게 할 일도 줄 겸, 나는 이 도시와 궁전을 지으라고 시켰소. 사람들은 기꺼이, 그리고 아주 훌륭하게 다 지어 냈지요. 그러고 나서 생각했다오. 이 나라가 어찌나 푸르고 아름다운지, 이곳을 에메랄드 시티라고 부르기로 했소. 이름에 더 잘 어울리게 하려고 모든 사람에게 초록 안경을 씌웠지요. 그래서 사람들 눈에 보이는 건 전부 초록빛이 되었다오." "그럼 여기 있는 게 다 초록색이 아니에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다른 도시들하고 다를 게 없다오." 오즈가 대답했어요. "하지만 초록 안경을 쓰고 있으면, 당연히 보이는 게 전부 초록으로 보이지요. 에메랄드 시티가 세워진 건 아주 오래전 일이오. 기구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을 때 나는 젊은이였는데, 지금은 아주 늙은이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내 백성들은 너무 오랫동안 초록 안경을 쓰고 살아서, 대부분 여기가 정말로 에메랄드 시티라고 믿는다오. 물론 아름다운 곳인 건 틀림없소. 보석과 귀한 금붙이가 넘쳐 나고,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좋은 것은 다 있으니까. 나는 백성들에게 잘해 주었고, 백성들도 나를 좋아하지요. 하지만 이 궁전이 세워진 뒤로는 안에만 틀어박혀 아무도 만나지 않았소. "내가 가장 두려워한 것 가운데 하나는 마녀들이었소. 나에게는 마법의 힘이 조금도 없는데, 마녀들은 정말로 놀라운 일을 해낸다는 걸 곧 알게 되었으니까. 이 나라에는 마녀가 넷 있었고, 저마다 북쪽과 남쪽과 동쪽과 서쪽에 사는 사람들을 다스렸지요. 다행히 북쪽과 남쪽 마녀는 착해서, 나를 해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소. 하지만 동쪽과 서쪽 마녀는 지독하게 나빴다오. 만약 그들이 나를 자기들보다 더 힘센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나를 없애 버렸을 거요. 그래서 나는 여러 해 동안 그들이 무서워 벌벌 떨며 살았소. 그러니 도로시네 집이 동쪽 나쁜 마녀 위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을지 짐작이 갈 거요. 여러분이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남은 마녀만 없애 준다면 무엇이든 약속할 마음이었소. 그런데 이제 정말로 그 마녀를 녹여 버렸으니, 부끄럽지만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구려." "제 생각에 아저씨는 아주 나쁜 사람이에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아니, 아니라오, 아가야. 나는 사실 아주 좋은 사람이오. 다만 아주 형편없는 마법사라는 건 인정해야겠구려." "저한테 머리를 주실 수 없나요?" 허수아비가 물었어요. "그런 건 필요 없다오. 날마다 무언가를 배우고 있잖소. 갓난아기에게도 머리는 있지만 아는 건 별로 없지요. 앎을 가져다주는 건 오직 직접 겪어 보는 일뿐이오. 이 세상에 오래 살수록 그만큼 많은 일을 겪게 마련이라오." "다 맞는 말일지도 몰라요."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하지만 머리를 주지 않으시면 저는 무척 슬플 거예요." 가짜 마법사는 허수아비를 찬찬히 살펴보았어요. "글쎄." 오즈가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아까 말했듯이 나는 대단한 마법사가 못 되오. 하지만 내일 아침에 나를 찾아오면, 그 머릿속을 생각으로 가득 채워 주겠소. 다만 그걸 어떻게 쓰는지는 알려 줄 수 없다오. 그건 스스로 찾아내야 하오." "아,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허수아비가 소리쳤어요. "쓰는 법은 제가 꼭 찾아낼 테니 걱정 마세요!" "그럼 제 용기는요?" 사자가 걱정스럽게 물었어요. "당신에게는 용기가 넘칠 만큼 있소. 그건 내가 장담하지요." 오즈가 대답했어요. "필요한 건 스스로를 믿는 마음뿐이오. 살아 있는 것치고 위험 앞에서 무섭지 않은 건 하나도 없다오. 진짜 용기란 무서우면서도 위험에 맞서는 것이오. 그런 용기라면 당신은 넉넉히 갖고 있소."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걸요." 사자가 말했어요. "무섭다는 걸 잊게 해 주는 그런 용기를 주지 않으시면, 저는 정말 아주 슬플 거예요." "좋소, 내일 그런 용기를 주겠소." 오즈가 대답했어요. "제 심장은요?" 양철 나무꾼이 물었어요. "글쎄, 그 이야기라면," 오즈가 대답했어요. "심장을 갖고 싶어 하는 건 잘못된 생각인 것 같소. 심장은 사람을 대개 슬프게 만드니까. 알고 보면 심장이 없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오."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지요."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저는 심장만 주신다면 어떤 슬픔이든 군소리 없이 견디겠어요." "좋소." 오즈가 기죽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내일 나를 찾아오면 심장을 주겠소. 그렇게 오랜 세월 마법사 노릇을 해 왔으니, 조금 더 이어 간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겠지요." "그럼 이제," 도로시가 말했어요. "저는 어떻게 캔자스로 돌아가지요?" "그건 좀 생각해 봐야겠소." 작은 남자가 대답했어요. "이삼 일만 생각할 시간을 주면, 사막을 건너게 해 줄 방법을 찾아보겠소. 그동안 여러분은 모두 내 손님으로 대접받을 거요. 궁전에 머무는 동안 내 백성들이 여러분을 시중들고, 아주 작은 부탁까지 다 들어줄 거요. 이렇게 보잘것없는 도움이지만, 그 대가로 딱 한 가지만 부탁하겠소. 내 비밀을 지켜 주시오. 내가 사기꾼이라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주시오." 일행은 알게 된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신이 나서 저마다 방으로 돌아갔어요. 도로시조차 희망을 품었지요. 도로시가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사기꾼'이라고 부른 그 사람이 캔자스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 주리라고 말이에요. 그렇게만 해 준다면 도로시는 무엇이든 다 용서할 마음이었답니다. ## 제16장 위대한 사기꾼의 마법 재주 다음 날 아침, 허수아비가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축하해 줘. 드디어 오즈한테 가서 머리를 받게 되었어. 돌아오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될 거야." "난 지금 그대로의 네가 늘 좋았는걸." 도로시가 솔직하게 말했어요. "허수아비를 좋아해 주다니 정말 고마워."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하지만 내 새 머리가 만들어 낼 훌륭한 생각들을 듣고 나면, 나를 훨씬 대단하게 여기게 될걸." 그러고는 밝은 목소리로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왕좌의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어요. "들어오세요." 오즈가 말했어요. 허수아비가 들어가 보니, 작은 남자가 창가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제 머리를 받으러 왔어요." 허수아비가 조금 불안한 듯 말했어요. "아, 그렇지요. 저 의자에 앉으세요." 오즈가 대답했어요. "머리를 떼어 내야 하는 건 미안해요. 하지만 생각할 줄 아는 머리를 제자리에 넣으려면 어쩔 수가 없답니다." "괜찮아요."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다시 붙일 때 더 좋은 머리가 된다면, 얼마든지 떼어 내셔도 좋아요." 그래서 마법사는 허수아비의 머리를 떼어 내고 지푸라기를 몽땅 쏟아 냈어요. 그런 다음 뒷방으로 들어가 밀기울을 한 되 퍼 와서, 거기에 핀과 바늘을 잔뜩 섞었어요. 그것들을 골고루 흔들어 섞은 뒤, 허수아비 머리 윗부분을 그 섞은 것으로 채우고, 남은 자리는 지푸라기로 채워 흘러내리지 않게 했지요. 허수아비의 머리를 다시 몸에 붙이고 나서 오즈가 말했어요. "이제부터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 밀기울로 만든 아주 새 머리를 잔뜩 넣어 주었으니까요." 허수아비는 가장 큰 소원이 이루어져서 기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어요. 오즈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인사한 뒤 친구들에게 돌아갔지요. 도로시가 신기한 듯 허수아비를 바라보았어요. 머리 꼭대기가 생각으로 불룩하게 부풀어 있었거든요. "기분이 어때?" 도로시가 물었어요. "정말로 지혜로워진 것 같아." 허수아비가 진지하게 대답했어요. "이 머리에 익숙해지면 뭐든지 다 알게 될 거야." "그런데 머리에서 삐죽 나온 저 바늘이랑 핀은 뭐야?" 양철 나무꾼이 물었어요. "저건 머리가 날카롭다는 증거지." 사자가 말했어요. "자, 이제 내가 오즈한테 가서 심장을 받아 와야겠어." 나무꾼이 말했어요. 그러고는 왕좌의 방으로 걸어가 문을 두드렸지요. "들어오세요." 오즈가 불렀어요. 나무꾼이 들어가서 말했어요. "제 심장을 받으러 왔어요." "좋아요." 작은 남자가 대답했어요. "그런데 심장을 제자리에 넣으려면 가슴에 구멍을 내야 해요. 아프지 않으면 좋겠는데요." "아, 괜찮아요." 나무꾼이 대답했어요. "저는 아무 느낌도 없답니다." 그래서 오즈는 양철 가위를 가져와 양철 나무꾼의 왼쪽 가슴에 작고 네모난 구멍을 냈어요. 그런 다음 서랍장으로 가서 예쁜 심장을 하나 꺼냈어요. 온통 비단으로 만들고 안에는 톱밥을 채운 심장이었지요. "참 예쁘지요?" 오즈가 물었어요. "정말 예뻐요!" 나무꾼이 몹시 기뻐하며 대답했어요. "그런데 이건 다정한 마음을 가진 심장인가요?" "아, 그럼요!" 오즈가 대답했어요. 오즈는 심장을 나무꾼의 가슴에 넣고, 잘라 낸 네모난 양철 조각을 도로 맞춘 다음 잘린 자리를 깔끔하게 납땜했어요. "자, 됐어요." 오즈가 말했어요. "이제 누구라도 자랑스러워할 만한 심장을 갖게 되었어요. 가슴에 땜질 자국을 남겨서 미안하지만, 이것만은 어쩔 수 없었답니다." "땜질 자국쯤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행복해진 나무꾼이 외쳤어요. "정말 고마워요. 이 친절을 절대 잊지 않을게요." "그런 말씀 마세요." 오즈가 대답했어요. 그러고 나서 양철 나무꾼은 친구들에게 돌아갔고, 친구들은 좋은 일이 생긴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어요. 이번에는 사자가 왕좌의 방으로 걸어가 문을 두드렸어요. "들어오세요." 오즈가 말했어요. "용기를 받으러 왔습니다." 사자가 방에 들어서며 말했어요. "좋아요." 작은 남자가 대답했어요. "가져다 드리지요." 오즈는 찬장으로 가서 높은 선반에 손을 뻗어 네모난 초록 병을 내렸어요. 그리고 그 안에 든 것을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초록빛 금 접시에 따랐지요. 겁쟁이 사자 앞에 그 접시를 놓아 주자, 사자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킁킁 냄새를 맡았어요. 그러자 마법사가 말했어요. "마시세요." "이게 뭔가요?" 사자가 물었어요. "글쎄요." 오즈가 대답했어요. "이게 당신 몸속에 들어가면, 그게 바로 용기랍니다. 용기란 언제나 몸 안에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니 삼키기 전까지는 이걸 용기라고 부를 수가 없지요. 그러니 되도록 빨리 마시라고 권하고 싶군요." 사자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접시가 텅 빌 때까지 다 마셨어요. "이제 기분이 어떻습니까?" 오즈가 물었어요. "용기가 가득해요." 사자가 대답했어요. 그러고는 신이 나서 친구들에게 달려가 좋은 소식을 전했지요. 혼자 남은 오즈는 빙그레 웃었어요.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과 사자에게, 그들이 원한다고 믿고 있던 바로 그것을 그대로 준 것이 스스로도 대견했거든요. "내가 어떻게 사기꾼이 되지 않을 수 있겠어?" 오즈가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나 할 수 없다고 아는 일을 다들 나더러 해내라고 하니 말이야. 허수아비와 사자와 나무꾼을 기쁘게 하는 건 쉬웠어. 내가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어 주었으니까. 하지만 도로시를 캔자스로 데려다주는 일은 믿음만으로는 안 되지.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정말 모르겠구나." ## 제17장 기구는 어떻게 떠올랐을까 사흘 동안 도로시는 오즈에게서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어요. 친구들은 모두 아주 행복하고 만족스러웠지만, 어린 도로시에게는 슬픈 날들이었지요. 허수아비는 자기 머릿속에 굉장한 생각들이 들어 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말해 주지 않았어요. 자기 말고는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여겼거든요. 양철 나무꾼은 걸어 다닐 때마다 가슴속에서 심장이 달그락거리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도로시에게, 살로 되어 있던 시절에 지녔던 심장보다 훨씬 다정하고 부드러운 심장인 것 같다고 말했지요. 사자는 이제 세상에 무서운 것이 하나도 없다고, 군대가 몰려와도 사나운 칼리다 열두 마리가 덤벼도 기꺼이 맞서겠다고 큰소리쳤어요. 이렇게 작은 일행은 저마다 만족스러웠지만, 도로시만은 아니었어요. 도로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캔자스로 돌아가고 싶었거든요. 나흘째 되는 날, 아주 기쁘게도 오즈가 도로시를 불렀어요. 도로시가 왕좌의 방에 들어서자 오즈가 반갑게 맞아 주었지요. "앉으렴, 얘야. 너를 이 나라 밖으로 내보낼 방법을 찾은 것 같구나." "그럼 캔자스로도 갈 수 있나요?" 도로시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어요. "글쎄, 캔자스까지는 잘 모르겠구나." 오즈가 말했어요. "캔자스가 어느 쪽에 있는지 나도 전혀 모르거든. 하지만 먼저 사막을 건너야 해. 그다음엔 집을 찾아가는 일이 쉬울 거야." "사막을 어떻게 건너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내 생각을 말해 주마." 작은 남자가 말했어요. "내가 이 나라에 왔을 때는 기구를 타고 왔단다. 너도 회오리바람에 실려서 하늘로 왔지. 그러니 사막을 건너는 가장 좋은 방법도 하늘길일 거야. 회오리바람을 만드는 건 내 힘으로는 어림도 없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기구는 만들 수 있을 것 같구나." "어떻게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기구는 비단으로 만든단다." 오즈가 말했어요. "가스가 새어 나가지 않게 겉에 아교를 발라 두지. 궁전에는 비단이 넉넉하니 기구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아. 그런데 이 나라 어디에도 기구를 채워서 떠오르게 할 가스가 없구나." "떠오르지 않으면 우리한테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맞는 말이야." 오즈가 대답했어요. "하지만 떠오르게 하는 다른 방법이 있어. 뜨거운 공기를 채우는 거지. 뜨거운 공기는 가스만은 못해. 공기가 식어 버리면 기구가 사막 한가운데로 내려앉을 테고, 그러면 우리는 길을 잃고 말 테니까." "우리라니요!" 도로시가 소리쳤어요. "저와 함께 가시는 거예요?" "그럼, 물론이지." 오즈가 대답했어요. "이런 사기꾼 노릇도 이제 지긋지긋하구나. 내가 이 궁전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은 금방 내가 마법사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릴 거야. 그러면 자기들을 속였다고 나한테 몹시 화를 내겠지. 그래서 하루 종일 이 방에 갇혀 지내야 하는데, 그게 참 따분하단다. 그럴 바에는 너와 함께 캔자스로 돌아가서 다시 서커스단에 들어가는 편이 훨씬 좋겠어." "같이 가 주시면 저도 좋아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고맙구나." 오즈가 대답했어요. "자, 네가 비단 꿰매는 걸 도와주면 이제 기구 만드는 일을 시작해 보자꾸나." 그래서 도로시는 바늘과 실을 들었어요. 오즈가 비단을 알맞은 모양으로 잘라 주는 대로 도로시는 그것들을 가지런히 꿰맸지요. 먼저 연둣빛 비단 한 폭, 그다음엔 짙은 초록 비단 한 폭, 그다음엔 에메랄드빛 초록 비단 한 폭이었어요. 오즈가 둘레에 가득한 초록빛을 여러 가지 짙기로 담아 기구를 만들고 싶어 했거든요. 조각들을 다 꿰매는 데 사흘이 걸렸어요. 다 만들고 보니 길이가 스무 자가 넘는 커다란 초록 비단 자루가 되었지요. 그런 다음 오즈는 기구 안쪽에 묽은 아교를 한 겹 발라 바람이 새지 않게 했어요. 그러고는 기구가 다 준비되었다고 알렸지요. "그런데 타고 갈 바구니가 있어야겠구나." 오즈가 말했어요. 그래서 초록 수염 병사를 시켜 커다란 빨래 바구니를 가져오게 한 뒤, 밧줄을 여러 개 묶어 기구 아래에 매달았어요. 모든 준비가 끝나자 오즈는 백성들에게, 구름 위에 사는 위대한 마법사 형제를 만나러 다녀오겠다는 소식을 전했어요. 소문은 온 도시에 빠르게 퍼졌고, 사람들은 저마다 그 놀라운 광경을 보러 모여들었지요. 오즈는 기구를 궁전 앞으로 옮기게 했고, 사람들은 아주 신기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어요. 양철 나무꾼이 장작을 잔뜩 패 두었기에, 이제 그 장작으로 불을 피웠어요. 오즈는 기구 아래쪽을 불 위에 대고 있었어요. 불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공기가 비단 자루 안에 갇히도록 말이지요. 기구는 조금씩 부풀어 오르더니 공중으로 떠올랐고, 마침내 바구니가 땅에 겨우 닿을 만큼 되었어요. 그러고 나서 오즈는 바구니에 올라타 사람들 모두에게 큰 소리로 말했어요. "나는 이제 잠시 다녀올 곳이 있소. 내가 없는 동안에는 허수아비가 그대들을 다스릴 것이오. 나를 따르듯 그를 따르라고 명하오." 그때쯤 기구는 땅에 매어 둔 밧줄을 세게 잡아당기고 있었어요. 안쪽 공기가 뜨거워서 바깥 공기보다 훨씬 가벼워졌거든요. 그래서 하늘로 솟구치려고 힘껏 당겼지요. "어서, 도로시!" 마법사가 외쳤어요. "서둘러라. 안 그러면 기구가 날아가 버린다." "토토가 어디에도 안 보여요."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도로시는 작은 강아지를 두고 갈 생각이 조금도 없었거든요. 토토는 새끼 고양이를 보고 짖으려고 사람들 틈으로 달려가 있었어요. 도로시는 마침내 토토를 찾아냈어요. 토토를 안아 올리고 기구를 향해 달렸지요. 이제 몇 걸음만 가면 되었어요. 오즈도 도로시를 바구니에 태우려고 두 손을 내밀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때 우지끈! 하고 밧줄이 끊어졌고, 기구는 도로시를 남겨 둔 채 하늘로 떠올랐어요. "돌아와요!" 도로시가 비명을 질렀어요. "저도 같이 갈래요!" "돌아갈 수가 없구나, 얘야." 오즈가 바구니에서 소리쳤어요. "잘 있으렴!" "안녕히 가세요!" 모두가 소리쳤어요. 그리고 모든 눈길이 위를 향했어요. 마법사가 바구니를 타고 점점 더 높이, 하늘 저 멀리로 올라가고 있었지요. 그것이 사람들이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본 마지막 모습이었어요. 어쩌면 오즈는 무사히 오마하에 닿아서 지금도 거기에 살고 있을지 모르지요.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사람들은 오즈를 다정하게 기억하며 서로 이렇게 말했답니다. "오즈 님은 언제나 우리의 친구였어. 여기 계실 때는 이 아름다운 에메랄드 시티를 지어 주셨고, 이제 떠나시면서는 지혜로운 허수아비를 남겨 우리를 다스리게 하셨잖아." 그래도 사람들은 여러 날 동안 위대한 마법사를 잃은 것을 슬퍼하며, 좀처럼 마음을 달래지 못했어요. ## 제18장 남쪽으로 떠나다 도로시는 캔자스 집으로 돌아갈 희망이 사라지자 서럽게 울었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기구를 타고 올라가지 않은 것이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지요. 그래도 오즈가 떠나 버린 것은 못내 서운했어요. 친구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답니다. 양철 나무꾼이 도로시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나에게 이 사랑스러운 심장을 준 분인데, 슬퍼하지 않는다면 나는 정말 은혜를 모르는 사람일 거야. 오즈가 떠났으니 조금 울고 싶어. 대신 눈물을 좀 닦아 줄래? 그래야 내가 녹슬지 않거든." "기꺼이 그럴게." 도로시가 대답하고는 곧바로 수건을 가져왔어요. 그러자 양철 나무꾼은 몇 분 동안 울었지요. 도로시는 눈물을 조심조심 지켜보다가 수건으로 얼른 닦아 주었어요. 다 울고 난 양철 나무꾼은 다정하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보석이 박힌 기름통으로 온몸에 기름을 꼼꼼히 발랐어요. 혹시라도 탈이 날까 봐서요. 허수아비는 이제 에메랄드 시티를 다스리는 사람이 되었어요. 마법사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허수아비를 자랑스러워했답니다. "온 세상 어디에도 짚으로 속을 채운 사람이 다스리는 도시는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그리고 그들이 아는 한, 그 말은 정말 맞는 말이었지요. 오즈가 기구를 타고 떠난 다음 날 아침, 네 친구는 왕좌의 방에 모여 앞일을 의논했어요. 허수아비는 커다란 왕좌에 앉고, 나머지 친구들은 그 앞에 공손히 섰지요. "우리는 그렇게 운이 나쁜 편은 아니야." 새 통치자가 말했어요. "이 궁전도 에메랄드 시티도 이제 우리 것이고,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얼마 전만 해도 나는 농부의 옥수수밭 장대에 매달려 있었잖아. 그런데 지금은 이 아름다운 도시를 다스리고 있어. 나는 내 처지가 아주 만족스러워." "나도 그래."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새 심장이 무척 마음에 들어. 사실 그건 내가 온 세상에서 바라던 단 하나뿐인 것이었거든." "나는 이제껏 살았던 어떤 짐승 못지않게, 어쩌면 더 용감하다는 걸 알게 되어서 만족스러워." 사자가 겸손하게 말했어요. "도로시가 에메랄드 시티에서 사는 걸로 만족해 준다면," 허수아비가 말을 이었어요.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난 여기서 살고 싶지 않아." 도로시가 소리쳤어요. "난 캔자스로 가서 엠 아주머니랑 헨리 아저씨랑 같이 살고 싶어."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무꾼이 물었어요. 허수아비는 생각을 해 보기로 했어요. 어찌나 힘껏 생각했는지 머릿속에서 핀과 바늘이 삐죽삐죽 튀어나오기 시작했지요. 마침내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불러서 사막 너머로 데려다 달라고 하면 어떨까?" "그 생각은 못 했네!" 도로시가 기뻐하며 말했어요. "바로 그거야. 얼른 황금 모자를 가져올게." 도로시가 황금 모자를 왕좌의 방으로 가져와 마법의 말을 외자, 곧 날개 달린 원숭이 무리가 열린 창문으로 날아 들어와 도로시 곁에 섰어요. "우리를 부르신 게 이번이 두 번째군요." 원숭이 왕이 어린 소녀 앞에 허리를 굽히며 말했어요. "무엇을 바라시나요?" "나를 캔자스까지 데려다줬으면 해." 도로시가 말했어요. 하지만 원숭이 왕은 고개를 저었어요. "그건 할 수 없습니다." 원숭이 왕이 말했어요. "우리는 이 나라에만 속해 있어서 이 나라를 떠날 수가 없어요. 캔자스에는 날개 달린 원숭이가 한 번도 살았던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우리가 있을 곳이 아니니까요. 우리 힘이 닿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도와드리겠지만, 사막만은 건널 수 없어요. 안녕히 계세요." 원숭이 왕은 다시 한번 허리를 굽히고는 날개를 활짝 펴고 창문 밖으로 날아갔어요. 무리도 모두 뒤를 따랐지요. 도로시는 실망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어요. "황금 모자의 마법을 아무 소용도 없이 써 버렸어." 도로시가 말했어요. "날개 달린 원숭이들은 나를 도와줄 수가 없대."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마음 여린 나무꾼이 말했어요. 허수아비는 또 생각에 잠겼어요. 머리가 어찌나 무섭게 불룩해지던지, 도로시는 그러다 터져 버릴까 봐 겁이 났답니다. "초록 수염이 난 병사를 불러서,"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좋은 수가 없는지 물어보자." 그래서 병사를 불렀어요. 병사는 왕좌의 방에 쭈뼛쭈뼛 들어왔지요. 오즈가 있을 때는 문 앞보다 안쪽으로 들어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이 어린 소녀가," 허수아비가 병사에게 말했어요. "사막을 건너고 싶어 해. 어떻게 하면 될까?" "저는 모르겠습니다." 병사가 대답했어요. "오즈 님 말고는 아무도 사막을 건넌 적이 없으니까요." "저를 도와줄 수 있는 분은 없나요?" 도로시가 간절하게 물었어요. "글린다라면 도와줄지도 모릅니다." 병사가 말했어요. "글린다가 누구지?" 허수아비가 물었어요. "남쪽 마녀입니다. 모든 마녀 가운데 가장 힘이 세고, 쿼들링 사람들을 다스리지요. 게다가 그 성이 사막 가장자리에 서 있으니, 사막을 건너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글린다는 착한 마녀지요?" 어린 소녀가 물었어요. "쿼들링 사람들은 착하다고 여깁니다." 병사가 말했어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요. 글린다는 아주 아름다운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살았는데도 젊음을 지키는 법을 안다더군요." "그 성에는 어떻게 가야 하나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길은 남쪽으로 곧게 나 있습니다." 병사가 대답했어요. "하지만 나그네에게는 위험이 가득한 길이라고들 해요. 숲에는 사나운 짐승들이 살고, 낯선 사람이 자기네 땅을 지나가는 걸 싫어하는 이상한 사람들도 산답니다. 그래서 쿼들링 사람들은 아무도 에메랄드 시티에 오지 않지요." 병사가 물러가자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위험하긴 해도, 도로시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남쪽 나라로 가서 글린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같아. 여기 그냥 있으면 도로시는 절대 캔자스로 돌아갈 수 없을 테니까." "또 생각을 한 모양이구나."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그랬지."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나는 도로시와 함께 갈래." 사자가 힘주어 말했어요. "이 도시는 이제 지겹고, 다시 숲과 들판이 그리워. 나는 원래 사나운 들짐승이잖아. 게다가 도로시를 지켜 줄 누군가가 있어야 하고." "맞는 말이야." 나무꾼이 맞장구쳤어요. "내 도끼도 도움이 될 거야. 그러니 나도 도로시와 함께 남쪽 나라로 가겠어." "우리 언제 떠날까?" 허수아비가 물었어요. "너도 가려고?" 친구들이 깜짝 놀라 물었어요. "물론이지. 도로시가 아니었다면 나는 머리를 갖지 못했을 거야. 도로시가 옥수수밭 장대에서 나를 내려 주고 에메랄드 시티까지 데려왔잖아. 그러니 내 행운은 모두 도로시 덕분이야. 도로시가 캔자스로 아주 돌아갈 때까지 나는 절대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고마워." 도로시가 고마운 마음을 담아 말했어요. "다들 나한테 정말 잘해 줘. 그런데 되도록 빨리 떠났으면 좋겠어." "내일 아침에 떠나자."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그러니 이제 다들 채비를 하자. 긴 여행이 될 테니까." ## 제19장 싸우는 나무들의 습격 다음 날 아침, 도로시는 예쁜 초록 소녀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했어요. 그리고 모두 초록 수염이 난 병사와 악수를 나누었지요. 병사는 성문까지 함께 걸어와 주었답니다. 성문지기는 친구들을 다시 보고 몹시 의아해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를 떠나 또다시 고생길에 오르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곧 안경의 자물쇠를 풀어 주고 안경을 초록 상자에 도로 넣었어요. 그리고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잔뜩 해 주었지요. "이제 당신이 우리 통치자예요." 성문지기가 허수아비에게 말했어요. "그러니 되도록 빨리 돌아오셔야 해요." "될 수 있으면 꼭 그럴게요."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하지만 먼저 도로시가 집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야 해요." 도로시는 마음씨 좋은 성문지기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말했어요.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아주 친절한 대접을 받았어요. 다들 저에게 참 잘해 주셨고요. 얼마나 고마운지 말로 다 못 하겠어요." "말하지 않아도 안단다, 얘야." 성문지기가 대답했어요. "우리야 너를 곁에 두고 싶지만, 네가 캔자스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면 부디 길을 찾기 바란다." 그러고는 바깥 성벽의 문을 열어 주었어요. 친구들은 문밖으로 걸어 나가 여행길에 올랐답니다. 친구들이 남쪽 나라를 향해 얼굴을 돌리자 해가 환하게 빛났어요. 모두 기분이 아주 좋아서 웃고 떠들며 걸었지요. 도로시의 마음은 다시 집에 돌아갈 희망으로 가득 찼고,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은 도로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기뻤어요. 사자는 신선한 공기를 킁킁 맡으며 좋아했어요. 다시 들판에 나온 것이 기뻐서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어 댔지요. 토토는 친구들 주위를 뛰어다니며 나방과 나비를 쫓았어요. 그러면서 내내 즐겁게 짖어 댔답니다. "나는 도시 생활이 도무지 안 맞아." 사자가 씩씩하게 걸으며 말했어요. "거기 사는 동안 살이 많이 빠졌지 뭐야. 이제는 얼른 다른 짐승들한테 내가 얼마나 용감해졌는지 보여 주고 싶어." 친구들은 몸을 돌려 에메랄드 시티를 마지막으로 바라보았어요. 초록 성벽 너머로 탑과 뾰족지붕이 잔뜩 보였고, 그 모든 것 위로 오즈의 궁전 첨탑과 둥근 지붕이 높다랗게 솟아 있었답니다. "오즈도 알고 보면 그렇게 나쁜 마법사는 아니었어." 양철 나무꾼이 가슴속에서 심장이 달그락거리는 것을 느끼며 말했어요. "나한테 머리를 줄 줄 알았잖아. 그것도 아주 좋은 머리를 말이야."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오즈가 나한테 준 용기를 자기도 한 모금 마셨더라면," 사자가 덧붙였어요. "분명 용감한 사람이 되었을 거야." 도로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오즈는 도로시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니, 도로시는 오즈를 용서했어요. 오즈가 스스로 말한 그대로였지요. 그는 나쁜 마법사였을지 몰라도 좋은 사람이었으니까요. 첫날 여행길은 에메랄드 시티 사방으로 펼쳐진 초록 들판과 환한 꽃밭을 지나는 길이었어요. 그날 밤에는 풀밭에서 잤어요. 머리 위에는 별밖에 없었지만, 정말 푹 잘 쉬었답니다. 아침이 되자 친구들은 다시 길을 걸었어요. 그러다 울창한 숲에 이르렀지요. 숲을 빙 돌아갈 길은 없었어요. 눈이 닿는 데까지 좌우로 길게 이어져 있었거든요. 게다가 길을 잃을까 봐 가던 방향을 바꿀 엄두도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숲으로 들어가기에 가장 쉬운 자리를 찾아보았답니다. 맨 앞에서 걷던 허수아비가 마침내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찾아냈어요. 가지가 넓게 뻗어 있어서 그 아래로 일행이 지나갈 만했지요. 허수아비는 그 나무를 향해 걸어갔어요. 그런데 첫 번째 가지 아래로 들어서는 순간, 가지들이 아래로 휘어지더니 허수아비를 칭칭 감았어요. 다음 순간 허수아비는 땅에서 번쩍 들려 친구들 사이로 곤두박질치듯 내던져졌답니다. 허수아비는 다치지는 않았지만 깜짝 놀랐어요. 도로시가 일으켜 세워 줄 때는 어질어질한 얼굴이었지요. "저기 나무 사이에 다른 틈이 있어." 사자가 소리쳤어요. "내가 먼저 해 볼게."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나는 내던져져도 아프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허수아비는 다른 나무로 걸어갔어요. 그런데 그 나무도 대뜸 가지로 허수아비를 붙잡아 도로 내던져 버렸어요. "이상하다." 도로시가 놀라 말했어요. "우리 어떡하지?" "나무들이 우리랑 싸워서 길을 막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야." 사자가 말했어요. "내가 한번 해 봐야겠어." 나무꾼이 말했어요. 그러고는 도끼를 어깨에 메고, 허수아비를 그토록 거칠게 다룬 첫 번째 나무로 성큼성큼 걸어갔어요. 커다란 가지가 나무꾼을 붙잡으려고 아래로 휘어지자, 나무꾼은 사납게 도끼를 휘둘러 가지를 두 동강 냈어요. 그러자 나무는 아픈 듯 온 가지를 부르르 흔들었어요. 양철 나무꾼은 그 아래를 무사히 지나갔지요. "어서 와!" 나무꾼이 친구들에게 외쳤어요. "빨리!" 모두 앞으로 달려 나가 다치지 않고 나무 아래를 지났어요. 토토만 빼고요. 토토는 작은 가지에 붙잡혀 낑낑 울부짖도록 흔들렸거든요. 하지만 나무꾼이 얼른 그 가지를 잘라 내어 작은 강아지를 풀어 주었답니다. 숲의 다른 나무들은 친구들을 막지 않았어요. 그래서 친구들은 맨 앞줄 나무들만 가지를 아래로 휘어 내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지요. 아마 그 나무들은 숲의 파수꾼일 거예요. 낯선 사람이 숲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라고 그런 놀라운 힘을 받은 것이겠지요. 네 친구는 나무 사이를 편하게 걸어 숲 저편 끝에 이르렀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눈앞에 높다란 담이 서 있었어요. 하얀 도자기로 만든 것 같았지요. 접시 겉면처럼 매끈했고, 친구들의 키보다 높았답니다. "이제 어떡하지?" 도로시가 물었어요. "내가 사다리를 만들게."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저 담을 꼭 넘어가야 하니까." ## 제20장 앙증맞은 도자기 나라 양철 나무꾼이 숲에서 찾은 나무로 사다리를 만드는 동안, 도로시는 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어요. 오래 걸어서 무척 지쳤거든요. 사자도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이 들었고, 토토는 그 옆에 누웠답니다. 허수아비는 나무꾼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렇게 말했어요. "이 벽이 왜 여기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무엇으로 만든 건지도 알 수가 없고." "머리를 좀 쉬게 두고 벽 걱정은 하지 마." 나무꾼이 대답했어요. "저 위로 넘어가 보면 반대편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될 테니까." 얼마 뒤 사다리가 다 만들어졌어요. 생김새는 좀 엉성했지만, 양철 나무꾼은 튼튼해서 쓸모가 있을 거라고 자신했지요. 허수아비는 도로시와 사자와 토토를 깨워 사다리가 준비되었다고 알려 주었어요. 허수아비가 제일 먼저 사다리를 올라갔는데, 어찌나 서툰지 도로시가 바로 뒤를 따라 올라가 떨어지지 않게 붙잡아 주어야 했답니다. 머리가 벽 꼭대기 위로 올라가자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세상에!" "어서 올라가!" 도로시가 소리쳤어요. 그래서 허수아비는 더 위로 올라가 벽 꼭대기에 걸터앉았어요. 도로시도 고개를 쑥 내밀더니, 허수아비가 그랬듯이 "세상에!" 하고 소리쳤지요. 이어서 토토가 올라왔고, 곧바로 짖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도로시가 조용히 시켰답니다. 다음은 사자가 사다리를 올랐고, 양철 나무꾼이 마지막이었어요. 그런데 둘 다 벽 너머를 보자마자 "세상에!" 하고 외쳤지요. 다 함께 벽 위에 나란히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어요. 눈앞에는 아주 널따란 나라가 펼쳐져 있었어요. 바닥은 커다란 접시 바닥처럼 매끈하고 반들반들하고 새하얬지요. 여기저기에는 온통 도자기로 만든 집들이 흩어져 있었는데, 하나같이 아주 밝은 색으로 칠해져 있었어요. 집들은 무척 작아서, 제일 큰 집도 도로시의 허리 높이밖에 되지 않았답니다. 예쁘고 자그마한 헛간들도 있었고, 그 둘레에는 도자기 울타리가 쳐져 있었어요. 소와 양과 말과 돼지와 닭도 많았는데, 모두 도자기로 만들어진 채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서 있었지요. 하지만 가장 신기한 건 이 이상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었어요. 우유 짜는 아가씨들과 양치기 소녀들이 있었는데, 밝은 색 조끼를 입고 치마에는 온통 금빛 점이 찍혀 있었어요. 은빛과 금빛과 보랏빛으로 눈부시게 차려입은 공주들도 있었지요. 무릎까지 오는 바지를 입은 양치기들도 있었는데, 바지에는 분홍과 노랑과 파랑 줄무늬가 세로로 나 있고 신발에는 금빛 죔쇠가 달려 있었어요. 보석 박힌 왕관을 쓰고 하얀 털옷에 매끈한 비단 윗옷을 걸친 왕자들도 있었고요. 주름 장식이 잔뜩 달린 옷을 입은 우스꽝스러운 광대들도 있었는데, 볼에는 동그란 빨간 점이 찍혀 있고 머리에는 길쭉하고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신기하게도, 이 사람들은 옷까지 몽땅 도자기로 만들어져 있었어요. 게다가 얼마나 작은지, 제일 키가 큰 사람도 도로시의 무릎 높이밖에 되지 않았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나그네들을 쳐다보지조차 않았어요. 딱 하나, 머리가 유난히 큰 자그마한 보랏빛 도자기 개만 벽으로 다가와 가느다란 목소리로 짖더니 이내 다시 달아났지요. "우린 어떻게 내려가지?" 도로시가 물었어요. 사다리는 너무 무거워서 도무지 끌어 올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허수아비가 먼저 벽에서 굴러떨어지고, 나머지가 그 위로 뛰어내렸지요. 딱딱한 바닥에 발이 아프지 않도록 말이에요. 물론 다들 허수아비의 머리를 밟지 않으려고 무척 조심했답니다. 머리에 꽂힌 핀이 발에 박히면 큰일이니까요. 모두 무사히 내려온 뒤에는 납작하게 눌린 허수아비를 일으켜 세우고, 짚을 톡톡 두드려 다시 모양을 잡아 주었어요. "반대편으로 가려면 이 이상한 곳을 가로질러야 해." 도로시가 말했어요. "곧장 남쪽으로 가는 길 말고 다른 길로 도는 건 좋지 않으니까." 일행은 도자기 사람들의 나라를 걷기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마주친 건 도자기 소의 젖을 짜고 있는 도자기 아가씨였지요. 일행이 가까이 다가가자 소가 갑자기 뒷발질을 했어요. 그 바람에 걸상도 넘어가고 들통도 넘어가고 아가씨까지 넘어져서, 모두 도자기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뒹굴었답니다. 도로시는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소는 다리 하나가 부러졌고, 들통은 여러 조각으로 깨져 있었거든요. 게다가 가엾은 아가씨는 왼쪽 팔꿈치가 조금 이가 나가 있었어요. "이것 보세요!" 아가씨가 화를 내며 소리쳤어요. "무슨 짓을 했는지 좀 보라고요! 우리 소 다리가 부러졌잖아요. 이제 고쳐 주는 가게에 데려가서 도로 붙여야 한다고요. 여기까지 와서 남의 소를 놀라게 하다니, 대체 무슨 심보예요?" "정말 죄송해요."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부디 용서해 주세요." 하지만 예쁜 아가씨는 너무 속이 상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아가씨는 뾰로통한 얼굴로 부러진 다리를 주워 들더니 소를 끌고 갔지요. 가엾은 소는 세 다리로 절뚝절뚝 걸었답니다. 아가씨는 이가 나간 팔꿈치를 옆구리에 꼭 붙인 채, 덤벙대는 낯선 손님들을 어깨너머로 자꾸만 원망스럽게 흘겨보았어요. 도로시는 이 일이 무척 마음 아팠어요. "여기서는 아주 조심해야 해." 마음씨 고운 나무꾼이 말했어요. "안 그러면 이 작고 예쁜 사람들이 영영 낫지 못할 만큼 다칠지도 몰라." 조금 더 가다가 도로시는 아주 곱게 차려입은 젊은 공주를 만났어요. 공주는 낯선 이들을 보자 걸음을 뚝 멈추더니 달아나기 시작했지요. 도로시는 공주를 더 보고 싶어서 뒤를 쫓아갔어요. 그러자 도자기 소녀가 소리쳤답니다. "쫓아오지 마세요! 쫓아오지 마세요!" 어찌나 겁먹은 작은 목소리였는지, 도로시는 걸음을 멈추고 말했어요. "왜요?" "왜냐하면요," 공주도 안전한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며 대답했어요. "뛰다가 넘어지면 몸이 깨질 수도 있거든요." "그렇지만 다시 붙이면 되지 않나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그럼요, 붙일 수야 있지요. 하지만 한번 붙이고 나면 예전만큼 예쁘지 않답니다." 공주가 대답했어요. "하긴 그렇겠네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저기 조커 씨를 좀 보세요. 우리 나라 광대들 가운데 한 사람이랍니다." 도자기 아가씨가 말을 이었어요. "늘 물구나무를 서려고 애를 쓰지요. 하도 자주 깨져서 백 군데도 넘게 붙였는데, 이제는 하나도 예쁘지 않아요. 마침 이리로 오고 있으니 직접 보세요." 정말로 명랑해 보이는 자그마한 광대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어요. 도로시가 보니, 빨강과 노랑과 초록으로 예쁘게 차려입었는데도 온몸이 금투성이였지요. 금이 사방으로 죽죽 뻗어 있어서, 여기저기 여러 군데를 붙였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답니다. 광대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볼을 한껏 부풀렸다가 건방지게 고개를 까딱하며 이렇게 말했어요. > *어여쁜 아가씨* > *무얼 그리 빤히* > *가엾은 조커 씨를 보시나요?* > *어찌 그리 꼿꼿* > *어찌 그리 뻣뻣* > *부지깽이라도 삼키셨나요?* "조용히 하세요!" 공주가 말했어요. "이분들이 먼 데서 온 손님인 게 안 보여요? 손님한테는 예의를 갖춰야지요." "예의요? 이게 바로 예의랍니다." 광대는 이렇게 말하더니 곧바로 물구나무를 섰어요. "조커 씨는 신경 쓰지 마세요." 공주가 도로시에게 말했어요. "머리에 금이 잔뜩 가서 저렇게 엉뚱하답니다." "저는 하나도 신경 안 써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그런데 공주님은 정말 아름다워요." 도로시가 말을 이었어요. "저는 공주님을 아주 많이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저랑 함께 캔자스로 가서 엠 아주머니네 벽난로 선반 위에 서 있지 않을래요? 제 바구니에 태워서 데려갈 수 있어요." "그러면 저는 아주 슬퍼질 거예요." 도자기 공주가 대답했어요. "있잖아요, 여기 우리 나라에서는 모두가 즐겁게 산답니다. 말도 하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있고요. 하지만 우리 중 누구든 이 나라 밖으로 나가면 몸의 마디마디가 곧바로 굳어 버려요. 그러면 그저 꼿꼿이 서서 예쁘게 보이는 일밖에 하지 못하지요. 물론 벽난로 선반이나 장식장이나 응접실 탁자 위에 놓이면 그것 말고 바라는 것도 없겠지만요. 그래도 우리 삶은 여기 우리 나라에서 훨씬 즐겁답니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공주님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요!" 도로시가 소리쳤어요. "그러니 그냥 안녕이라고 할게요." "안녕히 가세요." 공주가 대답했어요. 일행은 도자기 나라를 조심조심 걸어갔어요. 작은 동물들과 사람들은 낯선 손님들이 자기를 깨뜨릴까 봐 겁이 나서 후다닥 길을 비켰지요. 한 시간쯤 지나자 나그네들은 나라의 반대편 끝에 이르렀고, 또 다른 도자기 벽 앞에 다다랐답니다. 하지만 이 벽은 처음 벽만큼 높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들 사자의 등을 밟고 겨우겨우 꼭대기까지 기어올랐지요. 그런 다음 사자가 네 다리를 몸 아래로 모으고 벽 위로 훌쩍 뛰어올랐어요. 그런데 뛰어오르는 바로 그 순간, 꼬리로 도자기 교회를 넘어뜨려 산산조각을 내고 말았답니다. "저건 정말 안됐어." 도로시가 말했어요. "그래도 소 다리 하나랑 교회 하나만 깨뜨린 게 어디야. 이 작은 사람들한테 더 큰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운이 좋았지 뭐야. 다들 얼마나 잘 깨지는지 몰라!" "정말 그래."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난 짚으로 만들어져서 쉽게 망가지지 않으니 참 고맙지 뭐야. 세상에는 허수아비로 사는 것보다 더 나쁜 일도 많으니까 말이야." ## 제21장 사자가 짐승의 왕이 되다 도자기 나라의 담을 타고 내려온 여행자들은 아주 고약한 땅에 이르렀어요. 온통 진창과 늪투성이였고, 키 크고 억센 풀이 뒤덮여 있었지요. 풀이 어찌나 빽빽한지 구덩이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진흙 구덩이에 빠지지 않고 걷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그래도 조심조심 디딜 곳을 골라 가며 걸은 끝에 무사히 단단한 땅에 닿았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땅이 더 거칠어 보였어요. 덤불 사이를 오래오래 힘겹게 걸은 뒤에 그들은 또 다른 숲으로 들어섰어요. 그 숲의 나무들은 지금까지 본 어떤 나무보다도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었지요. "이 숲은 정말 근사한걸." 사자가 즐거운 얼굴로 둘레를 둘러보며 말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은 처음 봐." "난 좀 음침한 것 같은데."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전혀 그렇지 않아." 사자가 대답했어요. "나는 평생 여기서 살고 싶어. 발밑에 깔린 마른 잎이 얼마나 폭신한지 좀 봐. 이 오래된 나무들에 붙은 이끼도 얼마나 도톰하고 파릇파릇한지 봐. 야생 짐승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집은 바랄 수 없을 거야." "지금 이 숲에도 야생 짐승이 있을지 몰라." 도로시가 말했어요. "있겠지." 사자가 대답했어요. "하지만 근처에는 한 마리도 안 보이는걸." 그들은 너무 어두워져서 더는 갈 수 없을 때까지 숲을 걸었어요. 도로시와 토토와 사자는 자리에 누워 잠을 잤고, 양철 나무꾼과 허수아비는 늘 그랬듯이 곁에서 망을 봐 주었지요. 아침이 오자 그들은 다시 길을 나섰어요. 얼마 가지 않아 나지막이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마치 여러 마리 짐승이 한꺼번에 으르렁대는 소리 같았지요. 토토는 조금 낑낑거렸지만 다른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잘 다져진 길을 따라 계속 걸어서, 숲속의 널찍한 빈터에 이르렀답니다. 그곳에는 온갖 종류의 짐승 수백 마리가 모여 있었어요. 호랑이도 있고 코끼리도 있고 곰과 늑대와 여우도 있고, 동물 도감에 나오는 짐승이란 짐승은 죄다 있었지요. 도로시는 잠깐 겁이 났어요. 하지만 사자가 짐승들이 회의를 하는 중이라고 알려 주었어요. 그리고 저렇게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걸 보니 큰 걱정거리가 생긴 모양이라고 했지요. 사자가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 짐승 몇 마리가 사자를 알아보았어요. 그러자 그 큰 무리가 마법에라도 걸린 듯 순식간에 조용해졌지요. 호랑이들 가운데 가장 큰 호랑이가 사자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말했어요. "어서 오십시오, 짐승의 왕이시여! 마침 잘 오셨습니다. 저희의 적과 싸워 주시고, 이 숲의 모든 짐승에게 다시 평화를 가져다주십시오." "무슨 일이 있느냐?" 사자가 조용히 물었어요. "저희 모두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호랑이가 대답했어요. "얼마 전에 무서운 적이 이 숲으로 들어왔거든요. 아주 어마어마한 괴물인데, 커다란 거미처럼 생겼습니다. 몸통은 코끼리만 하고 다리는 나무 기둥만큼 길지요. 그런 긴 다리가 여덟 개나 달렸습니다. 그놈은 숲을 기어다니다가 다리로 짐승을 하나 붙잡아 입으로 끌고 가서, 거미가 파리를 먹듯이 먹어 치웁니다. 그 사나운 것이 살아 있는 한 저희 중 누구도 안전하지 않아요. 그래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의논하려고 모임을 열었는데, 마침 왕께서 저희에게 와 주신 겁니다." 사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어요. "이 숲에 다른 사자는 없느냐?" 사자가 물었어요. "없습니다. 몇 마리 있었지만 괴물이 다 잡아먹었어요. 게다가 그 사자들은 하나같이 왕만큼 크지도, 용감하지도 못했습니다." "내가 너희 적을 없애 준다면, 너희는 내게 고개를 숙이고 나를 숲의 왕으로 받들겠느냐?" 사자가 물었어요. "기꺼이 그러겠습니다." 호랑이가 대답했어요. 그러자 다른 짐승들이 모두 우렁차게 소리쳤어요. "그러겠습니다!" "너희가 말한 그 커다란 거미는 지금 어디 있느냐?" 사자가 물었어요. "저쪽 참나무들 사이에 있습니다." 호랑이가 앞발로 가리키며 말했어요. "내 친구들을 잘 보살펴 다오." 사자가 말했어요. "나는 지금 바로 가서 그 괴물과 싸우겠다." 사자는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당당한 걸음으로 적과 싸우러 나아갔어요. 사자가 찾아냈을 때 그 커다란 거미는 누워서 자고 있었어요. 어찌나 흉하게 생겼는지 사자는 역겨워서 코를 찡그렸지요. 다리는 호랑이가 말한 대로 정말 길었고, 몸통은 뻣뻣한 검은 털로 덮여 있었어요. 입은 아주 컸고, 그 안에는 한 뼘이 넘는 날카로운 이빨이 줄지어 나 있었지요. 그런데 그 큰 머리는 통통한 몸통에 아주 가느다란 목으로 이어져 있었어요. 말벌의 허리처럼 잘록했지요. 그걸 보고 사자는 어떻게 덤벼야 할지 알아차렸어요. 깨어 있을 때보다 자고 있을 때 싸우는 편이 쉽다는 것도 알았고요. 그래서 힘껏 뛰어올라 괴물의 등 위에 곧바로 내려앉았어요. 그러고는 날카로운 발톱이 잔뜩 달린 묵직한 앞발로 한 번 후려쳐서, 거미의 머리를 몸통에서 툭 떼어 냈답니다. 사자는 아래로 뛰어내려, 긴 다리들이 꿈틀거리기를 멈출 때까지 지켜보았어요. 그제야 거미가 완전히 죽었다는 걸 알았지요. 사자는 숲의 짐승들이 기다리는 빈터로 돌아가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이제 너희 적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자 짐승들은 사자에게 고개를 숙이고 왕으로 받들었어요. 사자는 도로시가 무사히 캔자스로 가는 길에 오르기만 하면 곧 돌아와 이 숲을 다스리겠다고 약속했지요. ## 제22장 쿼들링 사람들의 나라 네 여행자는 남은 숲길을 무사히 지나왔어요. 어두컴컴한 숲에서 빠져나오자 눈앞에 가파른 언덕이 보였어요. 언덕은 꼭대기부터 아래까지 커다란 바윗덩어리로 뒤덮여 있었지요. "저건 오르기 힘들겠는걸."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그래도 저 언덕을 꼭 넘어가야 해." 그래서 허수아비가 앞장서고 나머지가 그 뒤를 따랐어요. 첫 번째 바위에 거의 다다랐을 때, 거친 목소리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물러가!" "당신은 누구죠?" 허수아비가 물었어요. 그러자 바위 위로 머리 하나가 쑥 나타나더니, 아까 그 목소리가 말했어요. "이 언덕은 우리 것이다. 우리는 누구도 넘어가게 두지 않아." "하지만 우리는 넘어가야 해요."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쿼들링 사람들의 나라로 가는 길이거든요." "그래도 못 간다!" 목소리가 대꾸했어요. 그러더니 바위 뒤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어요. 여행자들이 이제껏 본 사람 가운데 가장 이상하게 생긴 사람이었지요. 그는 키가 아주 작고 뚱뚱했으며 머리가 컸어요. 머리 꼭대기는 납작했고, 주름이 잔뜩 잡힌 굵은 목이 그 머리를 받치고 있었지요. 그런데 팔이 아예 없었어요. 그걸 본 허수아비는 저렇게 아무것도 못 하는 이가 자기들이 언덕 오르는 걸 막을 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지요. "말씀대로 해 드리지 못해 미안하지만, 당신이 좋든 싫든 우리는 이 언덕을 넘어가야 해요." 그러고는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갔어요. 그 순간 번개처럼 빠르게 남자의 머리가 앞으로 튀어나왔어요. 목이 쭉 늘어나더니, 납작한 머리 꼭대기가 허수아비의 배를 들이받았지요. 허수아비는 데굴데굴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졌어요. 머리는 나올 때만큼이나 빠르게 다시 몸으로 돌아갔어요. 남자는 거칠게 웃으며 말했어요. "생각처럼 쉽지 않지!" 다른 바위들에서도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어요. 도로시가 둘러보니 언덕 비탈에 팔 없는 망치머리들이 수백이나 있었어요. 바위마다 하나씩 뒤에 숨어 있었지요. 사자는 허수아비가 봉변당한 걸 보고 깔깔대는 소리에 몹시 화가 났어요. 천둥처럼 울리는 소리로 크게 울부짖더니, 언덕 위로 달려 올라갔지요. 또다시 머리 하나가 휙 튀어나왔어요. 커다란 사자는 대포알에라도 맞은 것처럼 언덕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떨어졌답니다. 도로시는 뛰어 내려가 허수아비를 일으켜 세웠어요. 사자도 여기저기 멍들고 아픈 몸으로 도로시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머리를 쏘아 대는 자들과는 싸워 봐야 소용없어. 아무도 저걸 당해 낼 수 없어." "그럼 우리 어떡하지?" 도로시가 물었어요.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부르자."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아직 한 번 더 부를 권리가 남아 있잖아." "그래, 좋아."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그러고는 황금 모자를 쓰고 마법의 주문을 외웠지요. 원숭이들은 여느 때처럼 재빨랐어요. 잠깐 사이에 온 무리가 도로시 앞에 서 있었답니다. "무엇을 명하시겠습니까?" 원숭이 왕이 깊이 고개를 숙이며 물었어요. "저 언덕을 넘어서 쿼들링 사람들의 나라로 우리를 데려다주세요."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그리하겠습니다." 왕이 말했어요. 곧바로 날개 달린 원숭이들이 네 여행자와 토토를 팔에 안고 날아올랐지요. 언덕 위를 지날 때 망치머리들은 분해서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하늘 높이 쏘아 올렸어요. 하지만 날개 달린 원숭이들에게는 닿지 못했답니다. 원숭이들은 도로시와 친구들을 무사히 언덕 너머로 데려가, 아름다운 쿼들링 사람들의 나라에 내려놓았어요. "저희를 부르실 수 있는 건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우두머리가 도로시에게 말했어요. "그러니 안녕히 가세요. 행운을 빕니다." "안녕히 가세요, 정말 고마워요."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그러자 원숭이들은 하늘로 날아올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어요. 쿼들링 사람들의 나라는 넉넉하고 행복해 보였어요. 잘 익어 가는 곡식 밭이 끝없이 이어졌고, 그 사이로 잘 닦인 길이 나 있었지요. 예쁘게 찰랑이는 시내마다 튼튼한 다리가 놓여 있었어요. 울타리도 집도 다리도 모두 밝은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었답니다. 윙키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노란색으로, 먼치킨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던 것처럼요. 쿼들링 사람들은 키가 작고 통통했으며, 볼이 포동포동하고 마음씨 좋아 보였어요. 다들 빨간 옷을 입고 있어서, 초록 풀과 노랗게 익어 가는 곡식 사이에서 환하게 눈에 띄었지요. 원숭이들은 어느 농가 가까이에 그들을 내려놓았어요. 네 여행자는 그 집으로 걸어가 문을 두드렸지요. 농부의 아내가 문을 열어 주었어요. 도로시가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하자, 아주머니는 모두에게 푸짐한 저녁을 차려 주었답니다. 케이크가 세 가지에 과자가 네 가지나 나왔고, 토토에게는 우유 한 그릇을 주었어요. "글린다의 성까지는 얼마나 먼가요?" 도로시가 물었어요. "그리 멀지 않단다." 농부의 아내가 대답했어요.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금방 닿을 거야." 착한 아주머니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그들은 다시 길을 나섰어요. 들판을 지나고 예쁜 다리들을 건너 걷다 보니, 눈앞에 아주 아름다운 성이 나타났어요. 성문 앞에는 젊은 아가씨 셋이 서 있었어요. 금빛 장식 끈을 두른 멋진 빨간 제복 차림이었지요. 도로시가 다가가자 그중 하나가 도로시에게 말했어요. "어쩐 일로 남쪽 나라에 오셨나요?" "이곳을 다스리시는 착한 마녀님을 뵈러 왔어요." 도로시가 대답했어요. "저를 그분께 데려다주시겠어요?" "이름을 알려 주시면 글린다 님께 만나 주실지 여쭈어보겠습니다." 그들이 저마다 누구인지 말하자, 아가씨 병사는 성 안으로 들어갔어요. 잠시 뒤 아가씨가 돌아와서, 도로시와 친구들을 곧바로 들여보내라고 하셨다고 전했답니다. ## 제23장 남쪽 착한 마녀 글린다가 도로시의 소원을 들어주었어요 하지만 글린다를 만나러 가기 전에, 다들 성 안의 어느 방으로 안내를 받았어요. 도로시는 얼굴을 씻고 머리를 빗었어요. 사자는 갈기에서 먼지를 털어 냈고, 허수아비는 몸을 톡톡 두드려 제일 보기 좋은 모양으로 다듬었지요. 양철 나무꾼은 양철을 반짝반짝 닦고 관절에 기름을 쳤답니다. 모두 말끔해지자, 여자 병사를 따라 커다란 방으로 들어갔어요. 그곳에는 마녀 글린다가 루비로 만든 왕좌에 앉아 있었지요. 글린다는 아름답고도 젊어 보였어요. 머리카락은 진한 붉은빛이었고, 곱슬곱슬 물결치며 어깨 위로 흘러내렸어요. 옷은 새하얀 색이었지만 눈은 파랬어요. 그 파란 눈이 어린 소녀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답니다. "무엇을 도와줄까, 얘야?" 글린다가 물었어요. 도로시는 마녀에게 자기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어요. 회오리바람이 자기를 오즈의 나라로 데려온 일, 친구들을 만나게 된 일, 그리고 다 함께 겪은 놀라운 모험들까지요. "지금 제 가장 큰 소원은요," 도로시가 덧붙였어요. "캔자스로 돌아가는 거예요. 엠 아주머니는 저한테 큰일이 생긴 줄 알고 계실 테고, 그러면 상복을 입으실 거예요. 그런데 올해 농사가 작년보다 낫지 않으면, 헨리 아저씨는 상복 살 돈도 없으실 거예요." 글린다는 몸을 숙여, 자기를 올려다보는 다정한 어린 소녀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어요. "참 착하기도 하지." 글린다가 말했어요. "캔자스로 돌아가는 방법을 내가 알려 줄 수 있단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어요. "하지만 알려 주는 대신, 나에게 황금 모자를 주어야 해." "드릴게요!" 도로시가 외쳤어요. "사실 이제 저한테는 아무 쓸모도 없는걸요. 그리고 그 모자를 가지면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세 번 부를 수 있어요." "나도 딱 그 세 번만큼 원숭이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구나." 글린다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어요. 도로시는 글린다에게 황금 모자를 건네주었어요. 그러자 마녀가 허수아비에게 물었어요. "도로시가 우리 곁을 떠나면 너는 어떻게 할 거니?" "저는 에메랄드 시티로 돌아갈 거예요." 허수아비가 대답했어요. "오즈가 저를 그곳의 통치자로 삼았고, 사람들도 저를 좋아하거든요. 딱 한 가지 걱정은 망치머리들이 사는 언덕을 어떻게 넘느냐 하는 거예요." "황금 모자로 날개 달린 원숭이들에게 명령해서, 너를 에메랄드 시티 성문까지 데려다주게 하마." 글린다가 말했어요. "그렇게 훌륭한 통치자를 백성들에게서 빼앗아 버리면 안 되지." "제가 정말 훌륭한가요?" 허수아비가 물었어요. "너는 남다르단다." 글린다가 대답했어요. 글린다는 양철 나무꾼을 돌아보며 물었어요. "도로시가 이 나라를 떠나면 너는 어떻게 할 거니?" 양철 나무꾼은 도끼에 몸을 기대고 잠시 생각했어요. 그러고는 말했어요. "윙키 사람들은 저에게 아주 잘해 주었어요. 나쁜 마녀가 죽은 뒤에는 저더러 자기들을 다스려 달라고 했고요. 저는 윙키 사람들이 좋아요. 서쪽 나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곳에서 언제까지나 그들을 다스리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거예요." "날개 달린 원숭이들에게 내릴 두 번째 명령은," 글린다가 말했어요. "너를 윙키 사람들의 나라로 무사히 데려다주라는 것이 되겠구나. 네 머리는 겉보기에 허수아비 것만큼 크지 않을지 몰라도, 너는 정말로 허수아비보다 더 똑똑하단다. 물론 잘 닦아서 반짝일 때 말이야. 너는 분명 윙키 사람들을 지혜롭고 훌륭하게 다스릴 거야." 그다음에 마녀는 크고 텁수룩한 사자를 보며 물었어요. "도로시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면 너는 어떻게 할 거니?" "망치머리들이 사는 언덕 너머에는," 사자가 대답했어요. "오래되고 멋진 숲이 하나 있어요. 그곳에 사는 짐승들이 모두 저를 왕으로 삼았지요. 그 숲으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저는 거기서 아주 행복하게 살 거예요." "날개 달린 원숭이들에게 내릴 세 번째 명령은," 글린다가 말했어요. "너를 그 숲으로 데려다주라는 것이 되겠구나. 그렇게 황금 모자의 힘을 다 쓰고 나면, 나는 모자를 날개 달린 원숭이 왕에게 줄 거란다. 그러면 왕과 그 무리는 그 뒤로 영원히 자유로워지겠지."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과 사자는 착한 마녀의 친절에 진심으로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그리고 도로시가 외쳤지요. "글린다 님은 아름다운 만큼이나 정말 착하세요! 그런데 제가 캔자스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아직 말씀해 주지 않으셨어요." "네 은구두가 너를 사막 너머로 데려다줄 거란다." 글린다가 대답했어요. "그 신발의 힘을 알았더라면, 너는 이 나라에 온 바로 첫날에 엠 아주머니에게 돌아갈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그랬다면 저는 이 멋진 머리를 얻지 못했을 거예요!" 허수아비가 외쳤어요. "농부의 옥수수밭에서 평생을 그냥 서 있었을지도 몰라요." "저도 이 사랑스러운 마음을 얻지 못했을 거고요." 양철 나무꾼이 말했어요.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숲속에 선 채로 녹슬어 갔겠지요." "저는 영영 겁쟁이로 살았을 거예요." 사자가 힘주어 말했어요. "숲속의 어떤 짐승도 저한테 좋은 말 한마디 해 주지 않았을 테고요." "다 맞는 말이에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저도 이 좋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뻐요. 하지만 이제 다들 가장 바라던 것을 얻었고, 게다가 저마다 다스릴 나라까지 생겼으니, 저는 캔자스로 돌아가고 싶어요." "은구두에는," 착한 마녀가 말했어요. "놀라운 힘이 있단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기한 건, 단 세 걸음이면 세상 어디로든 너를 데려다준다는 거야. 게다가 한 걸음 한 걸음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지. 구두 뒤꿈치를 세 번 마주치고,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말하기만 하면 된단다." "그렇다면요," 도로시가 기뻐하며 말했어요. "지금 당장 캔자스로 데려다 달라고 할래요." 도로시는 두 팔로 사자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커다란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어요. 그다음에는 양철 나무꾼에게 입을 맞추었지요. 양철 나무꾼은 관절이 녹슬까 봐 걱정될 만큼 펑펑 울고 있었어요. 허수아비에게는 그림으로 그려진 얼굴에 입을 맞추는 대신, 부드럽고 폭신한 몸을 두 팔로 꼭 안아 주었어요. 그러다 도로시는 자기도 울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사랑하는 친구들과 헤어지는 일이 너무나 슬펐거든요. 착한 마녀 글린다는 루비 왕좌에서 내려와 어린 소녀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해 주었어요. 도로시는 글린다가 친구들과 자기에게 베풀어 준 모든 친절에 고맙다고 인사했지요. 이제 도로시는 두 팔로 토토를 가만히 안아 올렸어요.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 다음, 구두 뒤꿈치를 세 번 마주치며 말했어요. "엠 아주머니에게 데려다줘!" 그 순간 도로시는 공중으로 휙 날아올랐어요. 얼마나 빨랐던지, 보이는 것도 느껴지는 것도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뿐이었답니다. 은구두는 딱 세 걸음을 옮겼어요. 그러더니 너무나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도로시는 자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풀밭 위를 몇 바퀴나 데굴데굴 굴렀지요. 한참 뒤에야 도로시는 몸을 일으켜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어머나!" 도로시가 소리쳤어요. 도로시는 넓은 캔자스 대초원에 앉아 있었거든요. 바로 앞에는 새 농가가 서 있었어요. 회오리바람이 옛 집을 날려 버린 뒤에 헨리 아저씨가 새로 지은 집이었지요. 헨리 아저씨는 헛간 앞마당에서 소젖을 짜고 있었어요. 토토는 도로시 품에서 뛰어내려 헛간 쪽으로 달려가며 신나게 짖어 댔답니다. 도로시가 일어서 보니 발에는 양말만 신겨 있었어요. 은구두가 하늘을 나는 동안 벗겨져서, 사막 어딘가로 영영 사라져 버린 것이었지요. ## 제24장 다시 집으로 엠 아주머니는 배추에 물을 주려고 막 집에서 나온 참이었어요. 그러다 고개를 들었는데, 도로시가 자기 쪽으로 달려오고 있지 뭐예요. "우리 예쁜 아가!" 엠 아주머니가 소리치며 어린 소녀를 두 팔로 끌어안고 얼굴에 입맞춤을 퍼부었어요. "대체 어디서 온 거니?" "오즈의 나라에서요." 도로시가 진지하게 말했어요. "토토도 여기 있어요. 그리고 아, 엠 아주머니! 다시 집에 오니 정말 좋아요!"